[平山 宋貴燮]/˚♡。─--평산 칼럼

[스크랩] 취할 것인가, 살려 보낼 것인가?

또바기1957 2009. 7. 28. 21:09

내가 존경하는 원로 낚시인 중에는 한형주 박사님과 예춘호 선생님이 계신다.

 

  한형주 박사님은 청년시절인 6.25때  월남하여 모진 고생을 하면서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대 의대 교수를 40여년간 재직하셨고, 80을 넘긴 노령인 지금도 개인병원을 운영하시면서 평생동안 낚시를 취미로 살아오신 어른이다.

또한 화가이고, 수필가이며, 낚시관련 서적도 <한형주의 붕어낚시>, <팔자섬의 메뚜기>, <물같이 바람같이> 등 다수를 쓰셨을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낚시잡지인 <낚시춘추>를 창간하여 오늘날에 이르기 까지 우리 낚시인의 길잡이 역할을 하게 하신 분이다.

 

  예춘호 선생님은 학자이며, 경제인이고, 정치인이시다. 일찌기 정치에 발을 들여놓아 6, 7, 10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한때는 박정희 정권에서 공화당 사무총장이라는 3인자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그 유명한 군사독제악법인 3선개헌에 대해 그 서슬퍼런 박정희 면전에서 단독으로 반대하여 공화당에서 제명되었고, 전두환 정권시절에는 민주세력과 뜻을 같이한 죄로 12년의 형을 선고받고 2년여의 옥고를 취뤘다.

선생께서는 모든 사재를 털어 <영도장학회>를 설립 운영하며 선친으로 부터 받은 유산과 개인의 모든 재산을 일찌기 사회로 환원하였으며, 매일 두 시간씩 묵향에 젖는 서예가이시고, 수필가이시다.

평생을 낚시와 더불어 살아왔으며, 낚시관련 서적을 많이 남겼는데, <낚시하는 마음>, <바람을 잡고 고기를 낚고>, <사계절 낚시풍경>, <바보들의 낚시예찬> 등이 그것이고, 한형주 박사와 각별한 친분을 가지고 전국을 무대로 동행출조를 하면서 한박사가 운영하는 <낚시춘추>에 후학들을 위한 글을 장기간 연재하여 필자도 그 글을 읽으면서 낚시 소양을 쌓았다.

 

  오늘 필자가 한형주 박사와 예춘호 선생님을 거론하며 글을 쓰는 것은 필자가 존경하는 이 두 원로분들이 낚은 붕어의 처리에 대해서만은 극명하게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박사님은 낚은 붕어를 무조건 곧바로 방생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있다.

그것은 우리가 낚시를 하면서 붕어로 하여금 같이 동반하여 노닐자고 청해 놓고, 정작 즐겁게 놀고 나서 그 붕어를 살육하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이니 이내 방생을 해야 도리라는 것이다. 

참으로 사려깊은 말씀이다.

 

  반면에 예선생님은 우리가 낚시를 하여 일단 물고기를 낚았다면 그 물고기가 천명이 다 되어서 우리를 택해 잡혀준 것이니 최대로 가치있게 잘 요리를 해서 맛있게 먹어주거나 꼭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서 그 가치를 다하고 생을 마감하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신다. 

쾌감을 느끼면서 괴롭히고는 놓아주고 나서 또 괴롭히는 것은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도 또한 철학이 있는 말씀이다.

 

  그래서 필자는 한 동안 혼돈의 시기를 가졌었다. 두분의 말씀이 다 틀림이 없는데 어느 분의 말씀을 따라야 할 것인가의 갈등이었다.

'취할 것인가? 아니면 살려 보낼 것인가?'

 

  결국 필자는 보내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그때가 2000년 이었으니 지금으로 부터 8년 전 일이고, '취할 것인가? 보낼 것인가?에 대해 갈등을 한 기간은 이를 의식한지 무려 10년도 더 넘긴 세월이었다.

 

  그러면 항상 살려 보내야만 하는가?

  필자는 이 부분에서 줏대가 약한 절충안을 택했다.

  즉 꼭 필요한 경우에는 꼭 필요한 만큼만은 취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또한 예매모호 하긴 하나 대개의 경우 월척급 붕어라면 한 두 마리 정도, 그 이하라면 서너 마리 정도면 일년에 서너 번 붕어조림 특유의 고소한 맛을 느끼고 넘기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필자는 대부분의 출조에서 낚는 즉시 방생을 한다.

 혹자는 필자가 진행하는 방송을 보고 월척급 붕어를 미련없이 방생하는 모습에서 그것이 사실인가? 아니면 방송용인가? 의문을 가지고 물어오기도 하지만 필자에게는 붕어를 보관할 살림망 자체가 없다.

 

  필자가 낚은 붕어를 방생하면서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기 까지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었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 것이라서 꼭 낚는데로 옆의 살림망에 담아 모아서 낚시를 마감할 때 그 푸드득거리며 무겁게 들리는  전과를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앞섰고, 그러다가 들고 가서 자랑하고 싶은 미련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아예 살림망을 없에고 낚자마자 놓아주기 시작했다. 그것이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시발점이 되었고, 그러기를 일 이 년이 지나고 나서야 자연스런 모습이 되었다.

 

  필자는 이부분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 꼭 필요한 만큼은 취해라. 그러나 꼭 필요하지 않다면 살림망에도 담지말고 방생하라.'

기왕 방생할거면서 살림망에 담았다가 밤을 세고 놓아주면 붕어가 스테레스에 시달릴 뿐만아니라 몸에 상처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

 

 

 

출처 : 평산 송귀섭
글쓴이 : 평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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