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낚시의 매력
나는 찌맛이 좋아서 붕어낚시를 즐겨한다.
누구나 붕어낚시의 매력을 얘기 한다면 첫째로 꼽는 것이 찌맛이라 할 것이다.
낚시의 맛을 얘기하자면 찌맛, 손맛, 입맛을 낚시의 3맛으로 친다. 그 중에서 여타 낚시와 달리 붕어낚시를 통해서 만이 가장 황홀하게 볼 수 있는 맛이 바로 찌맛이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어종이 “나 지금 입질 시작합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먹이를 취합니다.”하는 모습을 찌를 높이 들어 올리면서 전해주는가?
세계 어느 민족, 어느 어종의 낚시 기법이 환상적인 찌 올림을 보면서 즐기는 낚시를 하는가?
차분하고 여유롭게 보여주는 찌 올림의 맛은 우리나라 전통방식의 붕어낚시에서만이 유일한 것이다.
그러므로 붕어낚시에 입문하여 초보시절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어른거리는 것이 환상적인 찌올림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낚시터에 많이 나가는 지금도 혹 하루 이틀 집에 있게 되면 아련한 찌올림의 환상으로 잠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를 종종한다. 이런 때면 오랜 세월을 함께 살면서 낚시친구가 되어 준 아내도 곧잘 따라 나선다.
나는 손맛이 좋아서 붕어낚시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붕어낚시의 매력은 찌맛 만이 전부인가?
그렇지 않다. 손맛은 어느 분야 낚시에서나 중요시 하지만 붕어낚시에서만의 손맛이 따로 있다.
바다의 돔은 쿡쿡 처박으면서 내빼는 동작에서 오는 큰 손맛이 있다. 잉어낚시에서는 힘차게 차고나가는 큰 손맛이 있다. 배스낚시에서는 요란한 바늘털이를 하는 짜릿한 손맛이 있다.
그러나 적당히 처박기도 하고, 적당히 차고 나가기도 하고, 적당히 앙탈도 부리면서 여유 있는 손맛을 전해주는 아기자기한 맛은 붕어낚시가 제일이다.
나는 붕어가 아름다워서 붕어낚시를 좋아한다.
우리붕어는 우리 고유의 선을 가지고 있어서 아름답다. 붕어를 낚아들고 등선을 바라보면 마치 우리의 초가지붕의 포근한 선과 같고, 한복 저고리의 깃이나 섶과 같고, 기와지붕의 처마도리와 같은 고운 선을 가지고 있다.
또한 마주보는 붕어의 눈은 청순하기 그지없다. 그 뿐인가? 붕어의 체색은 어찌 보면 고려 청자의 색과도 같고 어찌 보면 약한 금물을 들인 비단 색과도 같다.
그리고 붕어를 낚아내면서 머리만 물에 띄우고 바라보면 입으로 은방울 같은 물방울을 뱉어내면서 가슴지느러미를 파르르 떠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큰 붕어는 우람한 모습도 지니고 있고, 작은 붕어는 귀여운 모습도 지니고 있어서 아름답다.
붕어낚시는 쉽게 할 수 있어서 매력이 있다.
붕어낚시는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언제든지 가까운 물가를 찾아서 구사할 수 있는 것이 붕어낚시다.
또한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구별이 없이 즐길 수 있어서 좋다.
가족과 함께라면 할아버지부터 초등학생 어린 손자까지 함께 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어울려서 회원출조를 하면 다양한 연령차는 물론이요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 어울려서 즐길 수가 있다. 특히 부부간에 가까이 앉아서 오붓이 즐기는 데는 붕어낚시만한 것이 없다.
그리고 오래한 사람이나 처음 하는 사람이나 등급을 구별하지 않고 어울려서 할 수 있는 것이 붕어낚시다.
그러나 붕어낚시는 쉬우면서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오묘함이 있어서 더 매력이 있다. 쉽게 접근 하더라도 물속을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 오묘함의 끝이 없는 것이다.
붕어낚시에는 은근과 끈기가 있다.
바다낚시처럼 물때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거나 루어낚시처럼 대상어를 찾아서 이리저리 헤매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 붕어낚시다.
적당한 장소에 대를 펼치고 차분히 앉아서 입질을 기다리는 붕어낚시. 여기에는 우리 민족성을 대표하는 <은근과 끈기>가 있다.
그래서 나는 붕어낚시를 선비낚시라고 표현한다. 낚시 행위가 수선스럽거나 공격적이지 않고, 은근히 대자연을 음미하고 앉아서 끈기 있게 입질을 기다리는 모습. 그 자체가 선비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붕어낚시는 우리 민족정서와 가장 가까운 낚시로써 매력이 있다.
붕어낚시는 대중성이 있어서 좋다.
꼭 많은 경비를 들여서 원거리 출조를 한다거나, 꼭 비싸고 좋은 장비를 마련해야 한다거나, 꼭 조편성을 하여 시간을 정해놓고 한다거나 할 필요가 없다.
혼자도 좋고 아니면 누구이든 어울릴 수 있는 사람과 만나서, 한 두 대의 가지고 있는 낚싯대로, 아무 물가에나 찾아가서, 특별한 채비와 기법이 아니더라도 같이 어울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사정이 생기면 언제든지 챙겨 나와서 다른 일을 볼 수도 있는 것이 붕어낚시다.
붕어낚시는 장소도 대중성이 있고, 시간도 대중성이 있고, 사람도 대중성이 있는 것이 매력이다.
붕어낚시는 정직해서 좋다.
여타 어종처럼 입질 간에 경박스럽고 혼란스러운 입질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붕어낚시다.
붕어는 정직하게 예신과 본신을 나타내 준다.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꿈찔하는 예신이 나타날 때의 그 가슴 설렘과 정직한 동작으로 차분히 올려주는 찌 솟음의 환희는 붕어낚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이다. 그래서 나는 붕어낚시를 더욱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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