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문학 (15)]/˚♡。--- 고전소통 333

허실상란(虛實相亂)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의 말이 헛소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 다음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 된다. 이와 반대로 상대가 하는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깊은 인상을 받기 시작하면 그 다음 이야기들은 설사 거짓이라 할지라도 진짜로 받아들여진다. 현대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선입위주(先入爲主)’, 즉 ‘선입견에 사로잡힌다.‘고 말한다. 이를 잘 운용하면 허실을 혼동시키거나 가짜와 진짜를 혼란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원전 4세기에 진(秦)나라의 이름난 감무(甘茂)는 바로 이 방법을 이용, 정적을 중상(中傷)하여 망친 일이 있다. 감무는 한동안 고민에 싸여 있었다. 왕이 잡자기 장군 공손연(公孫衍)을 중용하더니 명색이 상국인 자신을 멀리했기 때문이다. 감무는 울화가 치밀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왕이..

위연과 마속, 기회를 얻지 못한 두 인재

천리마는 늘 있지만, 명마(名馬)를 알아보는 안목은 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비(劉備)는 현명한 군주였고 제갈량(諸葛亮)은 현명한 재상이었다. 이 군주와 재상은 중국 민족의 문화적인 이상으로서 의심할 여지 없이 영원한 가치와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현명한 군주와 재상이 왜 전국을 통일하고 한나라를 계승하지 못했는지는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후세 사람들도 그 점이 안타까워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두보(杜甫)는 자신의 시에서 “출병이 늦어 몸이 먼저 죽었고, 늘 영웅들을 부렸으나 옷깃 흥건히 눈물 적셨네.”라고 읊었다. 안타까움과 슬픔을 잠시 뒤로 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보자. 제갈량이 뛰어난 인재였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제갈량을 만나기 이전에 유비는 생애의 반을 전쟁터에서 보냈지만, 변변히 머물..

기승약부(旣勝若否)

‘사마법’ ‘엄위(嚴位)’ 제4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정도의 병력을 운용하여 이미 승리를 얻었다 해도 승리하지 않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병기의 예리함, 튼튼한 갑옷, 견고한 전차, 좋은 말 따위는 말할 것도 없다. 아군의 병력이 저절로 많아지는 것이 아니며, 작전 능력도 싸울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최후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음에야! 이 책략은 승리했더라도 승리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고도의 경계심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지휘관의 수양 수준과 정도를 나타내준다. ‘백전기법’ ‘승전(勝戰)’에서는 “만일 내 쪽이 승리하고 적이 패했더라도 교만해서는 안 된다. 승리한 그 날 밤 삼엄하게 대비하여 기다리면 적이 공격해 와도 피해는 없다”고 했다. ‘교만한 군대..

지난이퇴(知難而退)

‘오자병법’ ‘요적’ 제2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다음으로, 점쳐볼 것도 없이 적과의 교전을 피해야 하는 경우가 여섯 가지 있다. 이 모든 조건이 적군에 뒤떨어질 때는 생각할 것도 없이 싸움을 피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승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을 때 진격하고,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면 물러나야 한다. ‘좌전’(기원전 597년 선공 12년조)에는 “나아갈 만하면 나아가고, 어려우면 물러서는 것이 군대를 제대로 다스리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지난이퇴’는 일반적으로 말하듯이, 곤경에 처하면 곧 후퇴하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전쟁의 상황에 근거하여 움직이고, 승산이 없는 작전인가를 잘 파악하여 계획적으로 퇴각함으로써 다시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창조하라는 뜻이다. 이는 마치 ‘백전기법’ ‘퇴전(退戰)..

허이허지(虛而虛之)

이 말은 ‘초려경략‧권6’ ‘허실’의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나온다. 허실은 나한테 달려있음으로 적의 오판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점이 있으면서도 일부러 튼튼한 것처럼 보이고, 튼튼하면서도 일부러 허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허점이 있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어 적으로 하여 튼튼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 또 튼튼한 모습을 그대로 튼튼하게 보임으로써 적으로 하여 내 쪽에 혹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 ‘허이허지’의 계략은 본래 있는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어, 적으로 하여 오히려 내 쪽에서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만드는 계략이다. 비록 역사적으로 입증되지는 못했지만, 제갈량의 공성계(空城計)는 이 계략을 운용하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219년 봄..

수즉부족(守則不足),공즉유여(攻則有餘)

수비하는 것은 공격하기에 힘이 모자라기 때문이며, 공격하는 것은 지키고도 힘이 남기 때문이다. (‘손자병법’ 형편(形篇)‘) 역시 같은 편에는 “적이 아군을 이길 수 없는 것은 아군이 수비하기 때문이며, 아군이 적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적에게 공격할 빈틈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목도 보인다.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게 하려면 ‘수비’ 태세를 취해야 하고, 내가 적을 이기려면 ‘공격’ 태세를 취해야 한다. ‘수비’에 ‘공격’이 배제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수비’라는 방식을 통해 ‘이길 수 없게 하는’ 조건을 창출하고, 기회를 잡아 적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병력의 많고 적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주로 승리의 조건을 가리키는 것이며 먼저 이기고 나중에 싸우는 것을 말한다. 전쟁을 수행하다 보면..

출기불추(出其不趨) 추기불의(趨其不意)

적이 달려가지 않을 곳으로 나아가며, 적이 뜻하지 않은 곳으로 달려간다. (‘손자병법’ ‘허실편’.) 이것은 진격 작전에서 중요한 원칙의 하나다. 적이 빨리 구원 할 수 없는 곳, 즉 허점을 쳐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적이 예기치 못한 곳으로 진군하라는 것이다. 이는 손자가 말한 “적의 무방비한 곳을 공격하고 적이 뜻하지 못한 곳을 노려야 한다”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것은 공격의 돌발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즉, 교묘한 전법으로 적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시기와 지역에서 갑자기 기습을 가하는 것이다. ‘관자(管子’에서도 만약 적의 튼튼한 곳을 공격목표로 선택한다면 적을 무너뜨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적의 허술하고 약한 곳까지도 견실하게 만들어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자병법 ’요적(料敵‘에서는 “용병에서는 ..

난이취지(亂而取之)

이 책략은 적이 혼란한 상태를 틈타 적을 공격, 바라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손자병법’ ‘계편’에서 제기하고 있는 ‘궤도 12법’의 하나다. ‘난(亂)’이란 먼저 적진의 혼란, 즉 부대의 무절제를 가리킨다. 그리고 작전계획의 혼선, 즉 상부 집단 내부에 혼선이 일어나 사령관이 결심을 못 내리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전자는 흔히 후자의 결과로 나타나며, 후자는 전자의 주요 원인이 된다. ‘취(取)’란 싸워 승리를 거두는 것을 가리키는데, 쉽게 손에 넣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난이취지’는 기다렸다가 기회를 틈타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복잡한 전쟁터에서는 적군이 내 쪽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와 재물을 약탈하는 따위로 혼란을 조성하거나, 돌연한 기상 변화로 인해 길을 잘못 들..

형인이아무형(形人而我無形)

『손자병법』 「허실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따라서 적의 모습을 드러나게 하고 아군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면, 아군은 집중할 수 있고 적은 흩어지게 된다. 아군이 하나로 집중하고 적이 열로 분산된다면, 이것은 열로 하나를 상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아군은 많고 적은 적어진다. 다수의 병력으로 소수의 병력을 공격할 수 있다면, 아군이 더불어 싸울 상대는 가벼운 것이다. 이 계략이 뜻하는 바는 ‘시형법’으로 적을 속여 적으로 하여 의도를 드러내게 유인하며, 내 쪽은 흔적을 드러내지 않아 허실을 모르게 하고 실체를 헤아릴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후에 병력을 집중하여 적을 향해 진군한다. 『배전기법』 「형전 形戰」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적의 병력이 많을 때 가상을 만들어 그 세력을 나누면, ..

강이시약(强而示弱)

『백전기법』 「강전 强戰」에 이런 대목을 볼 수 있다. 적과 싸울 때 내 쪽의 수가 많고 강하면 일부러 겁먹은 것처럼 보여 적을 유인한다. 그러면 적은 틀림없이 공격해올 것이다. 그때 정예군으로 치면 반드시 적을 패배시킬 수 있다. 이는 내 쪽이 강하고 적이 약한 상황에서 활용하는 계략이다. 일부러 약한 것처럼 보여 적을 유인하여 싸우게 한 다음, 정예군으로 불의의 타격을 가한다. 이것은 ‘능력이 있으면서도 싸우지 못하는 척한다.’는 ‘능이시지불능(能而示之不能)’의 구체적 운용이다. 기원전 342년, 위(魏)‧조(趙) 연합군이 한을 공격했을 때 손빈이 취사용 솥을 줄이고 일부러 겁먹은 듯 피하며 적을 유인하여 마침내 방연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도 바로 이 ‘강이시약’의 계략을 아울러 구사한 결과였다.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