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영리병원체인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뻔했다.
의료법인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다가
17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부랴부랴 ‘의료민영화,
영리화를 찬성하는 것이냐’며 야당을 압박해 해당 법안 통과를 막아냈다.
문제는 이 법안이 그 동안 의료민영화를 반대해 온 야당 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그 어떤 반대도 없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야당 의원들의 변명은 가관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그 법이 의료민영화, 영리화를 부르는 법인지 몰라서 그랬다’고 변명했다.
하필 그 법안을 다루는 날 의료민영화 문제를 담당해 온 의원이
상임위원회 자리에 없어서 몰랐다는 게 변명의 요지다.
문제의 의료법 개정안은 4월 29일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고
그날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법안심사소위에는 야당에서 김성주, 양승조, 최동익 의원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의료영리화저지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용익 의원은 소위에 불참했다.
김용익 의원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성주 의원 낙선했고 최동익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했다.
19대 국회에서 20대 국회로 넘어가는 국면에서 당선자와 낙선자들이 뒤섞여
어수선한 국회 상황 속에서 발생한 해프닝이라는 것이 야당 의원들의 변명이다.
의료영리화 문제는 그동안 야당이 줄기차게 당론으로 반대해 온 정책이다.
이날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있었다.
안 대표는 최근까지 공식적으로 ‘의료영리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관련 법안이 이 정책에 직결돼 있다는 것을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몰랐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국회의원 자질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심지어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이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합병이 되면
대자본에 의한 의료법인 대형화 및 경쟁 초발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까지 설명한 마당에
‘몰랐다’고 할 수 있는가.
이번 사태는 야당의 국회의원 보좌 기능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설령 몰랐다고 해도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보좌진들이나 당의 전문위원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각 분야별로 전문위원들이 있고 국회의원마다 보좌관들이 즐비하다.
이들만 다 합쳐도 상임위별로 수십명의 전문인력들이 있는 셈이다.
그들 중 누구도 이 법안이 문제 있다고 제기하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최근 아이돌 가수들이 안중근 의사 사진을 못 알아봤다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아이돌 가수가 안중근 의사를 못 알아보는 것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참회하겠다’고 한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 사태에 대해 야당 의원들 중 누가 눈물을 흘렸고 국민 앞에 사과했는가.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법안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몰라서’라고 핑계댈 수는 없다.
모른다면 배워야 하고, 그럴 생각이 없으면 국회의원을 해선 안 된다.
국회의원의 무지는 그 자체로 범죄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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