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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럴 바에야 감사원이 있을 필요 있나

또바기1957 2016. 5. 25. 14:22

24일 감사원은 시·도교육청이 자체 예산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또는 일부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청이 11곳인데, 이 중 9곳은 충분한 재정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오랫동안 대립해왔는데, 감사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교육과학부가 지난 1월 발표했던 시도교육청 본예산 분석결과와 똑같다.

당시 교과부는 인건비 과다 편성액, 추가 전입금 등을 활용하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고도 남는다고 주장했었고,

이번에 감사원은 지자체 전입금 등의 추가 세입 활용, 과다 계상된 인건비·시설비 등을 조정해 마련한 재원으로

부족한 누리과정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표현만 조금 다르고, 액수만 약간 차이날 뿐 논리와 셈법이 똑같다.

하지만 감사원은 늘어나는 시도교육청의 부채는 고려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헌법에 따라 국가기관의 회계검사를 기본 임무로 하는 기관이다.

 

2012년 9조2590억 원이던 17개 시·도교육청의 부채가 2015년 17조1013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는데,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대로 누리과정 사업비는 2012년에 1조6811억원이던 것이 2015년엔 3조9879억원으로 늘었다.

늘어난 사업비가 부채로 충당된 셈이다.

이를 그대로 놓고 아랫돌을 빼서 위에다 괴면 된다는 논리를 감사원이 추인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게 떠넘긴 영유아보육법 및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대한 판단도 그렇다.

시행령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몫이다.

감사원이 굳이 이를 판단한다면 정책적 적실성을 따져야지 법조문의 체계를 따질 이유가 없다.

시행령은 정부가 2014년 10월에 일방적으로 개정한 것이다.

 

그 2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0~5세 보육 및 교육은 국가가 완전 책임지겠다”공약한 것

시도교육청이 문제제기하자 아예 시행령을 고쳐서 못을 박은 행위였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위헌이라고 확인되지 않았으니 합헌이라고 했다.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한 꼴이다.

 

감사원이 정권의 편을 들어 곧은 것을 휘었다고 하고, 휜 것을 곧다고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대강이나 자원개발과 같은 정권 차원의 프로젝트에 대해 감사원은 살아있는 권력을 좇아 저울을 움직이곤 했었다.

감사원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외면하면, 잘못된 정책을 고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오히려 잘못된 정책을 확정하고 국민을 속이는 결과를 낳게된다.

이럴 바에야 굳이 감사원이 있을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