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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지키는 나’ 보다, ‘주는 나’가 사는 세상

또바기1957 2016. 5. 24. 15:50

평화
평화ⓒ기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단어는 꽤 많은 수가 한자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순우리말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한자인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귤(橘)이나 호랑이(虎狼) 같은 단어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한자의 뜻을 가만히 보면 재미있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한자에 대한 지식이 많아야만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닙니다.

 

예를 하나 소개합니다.

언젠가 문득 평화(平和)라는 단어를 보고 들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평화라는 것은 쌀(禾)을 고르게 나눠(平) 먹는 것(口)이구나!”

혹시 과거에 어떤 어르신께서 이미 같은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이렇게 개똥 같은 생각 하나 머리에 스치면 여느 철학자 부럽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혼자 생각해본 거라 맞게 본 건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나
ⓒ기타

 

한자에 ‘나’를 뜻하는 글자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글자로 我(아)가 있습니다.

我를 들여다 보면 手(음:수, 뜻:손)와 戈(음:과,뜻:창)로 이루어진 글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모양입니다

(네이버 사전 설명:手와 戈를 합한 글자라고 생각하였으나 옛 모양은 톱니 모양의 날이 붙은 무기인 듯하다.

나중에 발음이 같으므로 나, 자기의 뜻으로 쓰게 되었음).

 

나와 내 식구를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무기를 들어야만 했던 시대가 반영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해는 되지만 새삼 살벌하고, 피곤합니다. 나는 항상 싸울 준비를 갖추어야 했던 겁니다.

생각해보면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경쟁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살아야 하는 힘으로 움직입니다.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불안은 어느새 많은 이들의 내면에 굳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옆에 있거나 뒤에 있는 이들을 돌아볼 여유는 없습니다.

我와 我로 살기를 종용하는 사회, 我와 我가 사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몇 획 되지 않는 글자에 참 정확하고도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予(여)라는 글자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나’를 뜻합니다.

予는 ‘주다’, ‘함께’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我는 ‘외고집’, ‘아집을 부리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予와 我의 차이는 다른 뜻에서 더욱 분명하게 보입니다.

予에는 연대의 가치가 들어있습니다.

함께 하는 것, 주는 것은 더 강한 연대를 이끌어냅니다.

 

세상에는 ‘지키는 나’도 살고, ‘주는 나’도 살아갑니다.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고, 맥락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는 나’가 더 상식적이라고 인정받는 세상을 상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