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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영원히 기억할 그 분”

또바기1957 2009. 2. 20. 23:41
“우리가 영원히 기억할 그 분”
○‥ 한국 현대사에 큰 발자취 남긴 ‘김수환 추기경’ 선종
DATE 09-02-19 18:06

낮은 자의 삶을 몸소 실천하며 이웃 같은 성자로서의 삶을 살면서도 “삶을 돌아볼 때마다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부분이다”라고 토로했던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16일(월) 오후 6시12분 향년 87세로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김수환 추기경은 1922년 5월 대구에서 출생해 1951년 사제품을 받았고 1966년 초대 마산교구장을 거쳐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올랐다.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인 최초 추기경으로 서임된 추기경은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아시아 천주교 주교회의 구성 준비위원장 등을 역임한 뒤 1998년 정년(75세)을 넘기면서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했다.
애도를 표하는 한국 국민들
김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에는 세대와 지역, 이념과 종교를 초월한 추모 인파가 쉴새없이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9만2000여 명이 다녀간 17일에 이어 18일에는 오전 4시 반경부터 시민들이 조문하러 오기 시작했으며 낮 12시경에는 지하철 4호선 명동역까지 약 2km의 추모 행렬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이날 하루에만 14만2000여 명이 빈소를 찾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유리관에 안치된 추기경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은 고작 1분 안팎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그 짧은 만남을 위해 2∼3시간을 넘게 기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김 추기경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 각막을 기증해 다른 사람들에게 빛을 찾아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천주교가 김 추기경의 뜻을 받들어 범국민적인 장기 기증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런 김 추기경의 갑작스런 선종을 애도하는 국민들의 슬픔이 한국을 넘어 전 미주는 물론 달라스에도 전해지고 있다.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17일(화) 오후부터 달라스와 포트워스 지역의 천주교회에서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소외된 이웃들의 벗
지난 17일(화) 추모 미사에 참석하고 돌아왔다는 달라스 거주 이 모씨는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이 주장하던 여러 사회 교리를 몸소 실천하셨던 분으로 70년대의 유신 체제 이래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던 인사들의 인권, 구국과 정의 회복은 물론 80년대의 민주화 운동 옹호를  위해 노력한 분이셔서 평소부터 존경하는 분이었다”고 말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 추기경이 이렇듯 존경을 받는 이유는 한국 천주교회가 오랫동안 정치 권력으로부터 많은 고난과 희생을 받는 동안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사랑을 실천해왔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의 활동은 대내외적으로 천주교회의 지위가 크게 격상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천주교인들 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한국 최초의 추기경이었다.
한편 김 추기경은 천주교 뿐만 아니라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타 종교 관계자들에게서도 남다른 존경을 받아왔다.
달라스 서울장로교회의 임주안 담임목사는 “김수환 추기경은 가장 신부답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가신 분”이라고 전하고 “신부님이었지만 가장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분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 목사의 말대로  김 추기경은 한국 근 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지만 결코 권위적이거나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서 장애인과 사형수들을 거리낌없이 만났고 거리에 나앉은 빈민들, 농민,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김 추기경과 달라스의 인연
김 추기경은 달라스와도 인연이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게 되는 ‘김수환 추기경배 골프대회’가 그 것.
6년 전인 2003년 10월경 당시 달라스 한인천주교회의 이치훈 주임신부와 최연 총회장의 주선으로 천주교 달라스 교구장인 그라만 주교가 한국을 방문하는 스케줄 중에 김수환 추기경을 예방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를 통해 김 추기경은 달라스에서 매년 ‘김수환 추기경배 골프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흔쾌히 수락한 바 있다.
당시 함께 수행했던 이병규(텍사스 서울대 동문회 전 회장)씨가 미리 대회 개최 승락서를 준비해 제출했고 김수환 추기경은 미 중남부와 모든 한인들에게 골프대회를 허락하며 “주님의 평화와 은총이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럽게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들은 북텍사스 서울대 동문회 이병규 전 회장은 “김수환 추기경은 모든 천주교인들의 존경을  받은 제일 큰 어른이었고 모든 가톨릭 신도들의 영적인 지도자였다. 그동안 병환이 있기는 하셨으나 이렇게 갑자기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선종을 하게 되실 줄은 예상치 못했다”며 김 추기경의 선종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고 “한국의 1200만 천주교인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애도를 표하고 있다. 미국에는 직접 한국을 방문할 수 없는 많은 교포들이 있는데 각 지역에서 추모 미사와 연도를 드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이어 김 추기경의 살아 생전의 모습을 회상하며 “5년 전에 뵈었을 때도 걸으시는 게 부자연스럽고 굉장히 몸이 안 좋은 상태였으나 애써 내색하지 않으셨고 인자한 성품에 고개가 숙여졌다”고 말하고 “말씀만은 아주 정정하게 하시고 해주는 말씀 하나하나가 살아가는데 지표가 되는 좋은 말씀이어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전하며 애도를 표했다.
평생 희생한 아버지 여읜 기분
한편 달라스한인천주교회의 김태선 빈첸시오 주임신부는 김 추기경의 선종에 대해 “뉴스에서 보도됐다시피 한국의 모든 신앙인들 뿐 아니라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정신적인 기둥역할을 하셨고 많은 이들을 위해 희생하신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개인적인 심정을 토로했다.
김 신부는 이어 “아버님을 잃고 슬픔에 담긴 아들의 심정으로 추모미사와 연도를 드리고 있다”고 밝히고 “김 추기경님이 살아생전 “사제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일생을 투신해서 잘 살아야 한다”며 격려해주셨던 말씀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김 추기경은 살아 생전 달라스에도 두 차례 방문해 사제들을 격려했을 뿐만 아니라 종교라는 한계를 떠나 달라스에 거주하는 많은 교민들에게도 힘과 용기를 실어주기도 했다.
달라스와 포트워스 지역 천주교회에서는 지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저녁 7시30분경 나흘에 걸쳐 신부 두 세 명이 함께 연단에 나서 추모미사를 봉헌하고 연도를 올려 참석한 신도들과 한 시대의 거룩한 지도자였던 김 추기경을 잃은 슬픔을 함께 나눴다.
‘가난하면서도 봉사하는 교회’, ‘한국의 역사 현실에 동참하는 교회상’을 제시해 교회 안팎의 젊은 지식인과 서민, 노동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던 국민들의 시대의 지도자 김수환 추기경.
‘너와 너희 모두를 위하여’라는 자신의 사목 표어처럼 ‘세상 속의 교회’를 지향하면서 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종교인의 양심으로 바른길을 제시해온 김 추기경은 시대의 예언자로서의 역할을 뒷사람들에게 남겨놓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정윤 기자 uni@w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