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문학 (15)]/˚♡。--- 고전소통

[페러디] 병신들의 동행 (1)

또바기1957 2018. 2. 26. 23:45




때는 2017년... 겨을.. 한 무리의 잉여들이 피시방 한 구석에서

초라한 행색으로 리니지를 하고 있었다..


던전 몹 보스를 공략한 후 충만감에 젖어 말섬에서 아이템 분배를 하고 있을 때

제자 하나가 감자탕에게 물었다.

 

"감자탕님.. 인터넷 댓글들이 요즘 점점 삭막해 져가는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감자탕 말하되


"넷질이 계속 되는 한 곡식과 가라지가 함께 자랄 것이니 그냥 두어라."

 

그러자 팀원들은 일제히 술렁거리며

 

"오오.. 감자탕님이 말씀하신다."

"제발 우리에게 깨달음을!"

웅성거렸다.

 

기대에 찬 저 눈동자들.. 간절한 침묵.. 감자탕은 피던 담배를 조용히 비벼 끄며..

인터넷 회선을 타고 저 멀리 피시방에서 죽치며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자

하는 팀원들을 위해 천천히 키보드 위의 손가락을 움직였다..


탁탁탁탁..

 

감자탕 ; 훌륭한 본글에는 선한 리플이 항상 만땅이며

            높은 조회수와 플질의 축복이 함께 할 것이다.

 

봊이 ; 하지만 감자탕님.. 넷 상엔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지 않습니까?

 

감자탕 ; 물론이다.. 하지만 우린 그걸 지향해야 하느니..

 

덮쳐보니 처재 ; 그럼 그 중에 최고가 무었입니까?

 

감자탕 ; 조회수와 리플 많은 것과 플질은 인터넷이 없어 질 때까지 항상 함께 할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조회수니라.

 

오럴엘프 ; 한 두번 그런 경우를 본 적은 있지만 계속 되는 경우는 못 본 것 같습니다.

 

감자탕 ; 당연하지 않느냐? 그런 사람이 미쳤다고 남의 게시판에 있겠느냐?

            자기가 카페를 차리거나 사이트 만들고 말지..

 

봊이 ; 그럼 조회수는 높은데 악플과 마질로 범벅된 글을 쓰는 사람은 어찌해야 합니까?

 

감자탕 ; 즐기는 자는 더욱 즐기느니라..

 

덮쳐보니 처재 ; .....

 

오럴엘프 ; 그럼 조회수는 낮은데 악플과 마질로 범벅되면요?

 

감자탕 ; 견딜만 하느니라..

 

사카시 ; 그럼 조회수도 낮은데 무플에 점수도 없으면요?

 

감자탕 ; 알아서 찌그러지느니라..

 

병신들 ; ㅋㅋㅋ 와나.. 여기 존나 골때리네! 야이 병신들아 지금 니들끼리 모하냐?

 

- 병신들님이 퇴장 당하셨습니다. -

 

병신들 ; ㅋㅋㅋ 씹새들.. 아줌마 여기 병림픽 추가요!

 

 - 병신들님의 아이피가 차단되었습니다. -

 

봊이 ; 감자탕님.. 이렇게 넷으로만 가르침을 뵈오니 용안을 뵙고 싶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발 현모를 주선해 주십시오.

         술값은 저희들이 8싸울을 띠워서라도 장만하겠습니다.

 

감자탕 ; 인자는 적이 많으니.. 소주 한 잔 먹자고 하면서 현피 당 한게 한 두번이 아니느니라..

 

사카시 ; .... 근데 감자탕님... 실제로 만나보면 ㅄ 같다는 소문이 있던데..

 

봊이 ; 아니 이 십새끼가 감히 감자탕님을!

 

오럴엘프 ; 존나 랩 낮은 새끼 파티에 끼워 주니까 뒤통수를 쌔려!

 

덮쳐보니 처제 ; 너 디질려? 하루 열 시간 밖에 게임 안 하는 새끼가 감히

                      하루 열 여섯시간 , 열 여덟시간 겜 하는 분에게 주둥아리를 놀려?

 

감자탕 ; 그만 두어라.. 의심하는자.. 회의하는 자 모두 다 같은 팀 원 아니냐?

 

봊이 ; 오오오.. 관대하시기도 하시지..

 

덮쳐보니 처재 ; 과연 감자탕님

 

오럴엘프 ; 평생 따르겠습니다.

 

 - 감자탕님이 사카시님께 귓속말을 보내셨습니다. -


 "야 이 존만한 새꺄 말 함부로 하면 아가리를 확 찢어 버린다?"

 

 

말 섬에서 아이템 분배를 끝낸 후 다시 정처없이 사냥터를 향해 떠나는

파티원들을 이끄는 감자탕.. 그는 팀원들을 향해 조용히


"여기에 나를 배신할 가롯 유다가 있느니라..."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는 거디었던 거디었다.


뚜둥~!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