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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순실 게이트로 본 박근혜와 이명박의 ‘문화통치’

또바기1957 2016. 11. 3. 17:40

[기고] 최순실 게이트로 본 박근혜와 이명박의 ‘문화통치’

박선영 문화연대 활동가
발행 2016-11-03 11:32:21
수정 2016-11-03 11:32:21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과 차은택 감독이 서울 시내 한 공연장에서 융·복합공연 ‘하루(One Day)’ 관람에 앞서 함께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과 차은택 감독이 서울 시내 한 공연장에서

융·복합공연 ‘하루(One Day)’ 관람에 앞서 함께 하고 있다.ⓒ뉴시스

 

소위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일련의 사건들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폭로되는 내용들 중에 상당부분이 문화 분야와 관련되었다는 사실은,

실망과 분노만 안겨준 지난 4년의 박근혜 식 문화융성의 끝판을 보는 듯하다.

현재까지 폭로된 내용만으로도 문화분야 전반의 정책과정이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에 의해 결정됐고,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문화융성의 실체가 최순실-차은택 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획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서 의문은 왜 유독 문화 분야에서만 두드러진 개입이 있었냐는 점이다.

이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난 10여 년간 보수정권 하의 문화행정에 대한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계 인사를 좌우로 나누고,

문화예술기관장들 중 반정부적이거나 진보적 성향을 가진 인사들을

좌파예술인이라는 이름으로 퇴출시켜버리는 사건들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문화행정의 전문성 갖춘 인사들이 쫓겨나고,

그 자리는 정권이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졌다.

자연스레 문화예술기관들에서 문화정책의 전문성이나 문화의 가치 및 철학을 행정에 담아낼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게 되었고, 문화를 단순히 국정홍보 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들어버렸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내세웠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충격 받았던 이유는,

이전 정권이 문화계에 행한 만행의 잔상과 동시에 그들이 말하는 문화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은

군사독재시절에 문화를 통치의 도구로 이용하던 수준과 다를 바가 없는 기만적 수사에 불과하다.

문화에 대한 가치와 철학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문화예술기관장들도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행정은 파행을 거듭했다.

법에서 명시하는 문화관련 기본계획을 수립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고,

일부 기관은 단체장이 1년 넘게 공석으로 있는 경우도 있었다.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규명 예술행동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예술가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규명 예술행동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예술가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러한 문화행정의 파행 속에서 문화는 권력의 실세들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만만한 분야로 전락해버렸다.

하지만 문화정책은 결코 전문성 없는 이들이 쉽게 다룰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문화정책에는 다양한 가치와 주체가 존재하고 그것들의 상호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복잡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오히려 정교하고 세심한 고민들을 정책 속에 녹여내야 하는 분야이다.

 

지난 10년의 보수정권 기간 동안 문화행정은 수많은 문화행정 파행사례들로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문화행정에 대한 불신은 너무도 골이 깊이 파였고, 문화예술기관들은 방향을 잃어버리고 표류한지 오래되었다.

그에 반해 시대적 흐름상 문화의 중요성은 갈수도록 커져간다는 점에서 문화행정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에는 문화정책과 문화행정에 대한 위상의 복원이 우선 되어야 한다.

부디 이번 사건이 문화행정과 문화정책의 정상화를 위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