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은 최순실-우병우 개각이라는 의심까지 제기됐다.
그럴만한 정황이 있다.
김병준 내정자가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대통령의 총리직 제안은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당시는 최순실씨가 해외에서 자유롭게 활보할 때였고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청와대 직책을 유지할 때다. 앞서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인사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 내정자의 지명은 정치권에서 이번 사태의 탈출구로 거론되던 거국중립내각을 가로막은 조처다.
앞서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의 주요인사들과 새누리당은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한 바 있다.
여야가 합의하여 추천한 총리가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박 대통령은 2선 후퇴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시국을 수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어찌되었건 청와대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정치세력들과 협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이것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를 걷어차버렸다.
이미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설사 이번 사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총리의 임명은 반드시 야당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하물며 지금처럼 대통령의 권위도, 정국주도력도 없는 상황에서라면 어떤 식으로든 야당과 사전협의를 거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고려치 않았다.
그저 노무현 정부 출신의 인사를 선임하면 야당은 찬성하거나, 혹은 내부 분열될 것이라는 단순한 계산만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탈출구를 막음으로써 이제 청와대발 정국수습책은 어느 것도 남지 않았다.
남은 것은 국민의 분노다. 시민사회는 이번 주말과 12일에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대규모 거리 시위는 한국 현대사에서 정권 붕괴의 결정적 계기였다.
검찰의 수사도 청와대를 죄어오고 있다.
검찰은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을 이번 사태의 ‘주범’ 격으로 지목했는데,
이들의 가운데 박 대통령이 있다는 건 뻔한 일이다.
현직 대통령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이는 탄핵의 마땅한 사유가 된다.
새누리당에서 사퇴로 내몰리고 있는 이정현 대표가 당내 반대파에 밀린다면
박 대통령의 마지막 우군도 사라질 수 있다.
어느 것이나 대통령으로서는 손을 쓸 수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