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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을 신하로만 보는 박근혜 정권

또바기1957 2016. 10. 16. 09:23

우리나라는 직업공무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권익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이유는 정권의 변동에도 행정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에게 권력에 좌우되지 않는 최소한의 소신행정의 여건을 보장해주기 위한 조치이다.

 

2013년 최순실씨의 딸이 출전한 승마대회 문제를 조사했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2명이 사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들은 문제의 조사 이후에 좌천당했다가 지난 7월 명예퇴직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좌천과 사직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애초에 승마대회에 출전한 최순실씨의 딸이 2위로 밀려났다고 해서

청와대가 조사지시를 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그 조사 결과가 청와대의 의도와 다르다고 해서 조사한 공무원을 좌천시키는 것은 더욱더 비정상이다.

 

문체부 공무원 두 사람이 사직에까지 이르게 된 배경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람들이 아직도 문체부에 있어요?”라고 말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옷을 벗어야 한다면 공무원은 대통령 심기를 기준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최순실씨는 일개 사인일 뿐이며 그 딸이야 말해 무엇 하겠으며,

승마대회에 입상을 했건 못했건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겠는가.

단지 그것이 대통령 심기를 건드렸다고 해서 공직을 떠나야 한다면 누가 공직에서 소신을 가지고 일하려 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이 두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규정된 사람들은 공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공직사회는 더욱더 권력의 사유물이 될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정부는 지금 공무원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성과 측정의 권한이 윗선에 쥐어져 있으며, 공정한 평가기준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은 조건에서

이 또한 직업공무원제의 취지를 흔드는 일이 아닌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문체부 공무원들의 사직 사건은 그 의구심이 괜한 의심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심기를 건드렸다고 임무를 수행한 공무원이 ‘나쁜 사람’이 되고,

말 한마디로 옷을 벗게 만드는 행태는 절대군주 시절에나 통할 법한 일이다.

더 이상 공직사회를 절대왕정의 신하들로 격하시키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의 의혹을 끝까지 밝혀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