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임기가 1년 반 남짓 남은 상황에서 이번엔 대통령의 ‘말벗’이 의혹의 중심 인물로 떠올랐다.
이미 여러차례 언론의 비판대에 올랐던 K-스포츠 재단의 배후에서 최순실씨가 움직였다는 정황이 그것이다.
최 씨는 박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 역할을 한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이다.
최 씨는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에서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면서 ‘말벗’ 역할을 했다고 한다.
최 씨가 K-스포츠 재단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은 매우 구체적이다.
K-스포츠 재단의 현 이사장인 정동춘 씨와 최 씨가 가깝고,
재단의 이사장이 공석이 되자 최 씨가 여러 사람을 만나 재단 이사장감을 물색했다는 것이다.
최 씨는 재단에 아무런 역할도 맡고 있지 않고,
전경련이나 스포츠계와도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사장을 할 인물을 찾아다녔다면 오직 대통령과의 관계가 그 이유일 수밖에 없다.
과거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대통령을 팔아 권력 놀음을 했던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현 정권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역임했던 조응천 의원은 국회에서
박 대통령이 착용한 브로치, 목걸이 등 액세서리도 최 씨가 구입해서 전해준 것이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서관 발탁과 윤전추 부속실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 배경에도
최 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씨가 박 대통령과 매우 특별한 관계에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권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을 때마다 터져나오는 게 친인척 비리다.
당장 직전 정권에서는 대통령의 형이 구속됐고, 그 이전에도 아들이나 형제가 사법처리되는 경우는 흔했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가족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지만 막상 임기 말이 되자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의 전횡이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다.
지금 청와대에 친인척 문제를 엄정하게 다룰 수 있는 기능 자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친인척 등 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행위를 감찰해야 할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도리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 감찰관은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에서 대통령의 미움을 샀고, 이미 사표도 냈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표도 수리하지 않고 이 감찰관을 욕보이고 있다.
더 폭넓은 차원에서 문제를 다루어야 할 민정수석실이 이 사건을 공정하게 다룰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아예 없다.
청와대는 20일이 이 문제를 묻는 기자들에게
“전혀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하면서 무작정 깔아뭉개겠다는 태도다.
대부분의 친인척 비리는 이처럼 통제와 감시 기능이 무력화된 틈에서 독버섯처럼 피어났다.
최 씨의 의혹을 지금 바로 엄정하게 다루지 못한다면,
정권의 존립을 뒤흔드는 대형 악재로 자라날 수 있음을 청와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