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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뻔뻔한 일본 정부, 잔인한 한국 정부

또바기1957 2016. 8. 26. 21:34

지난 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진 이른바 정부간 ‘합의’가 이제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24일 각의를 열고 ‘화해·치유 재단’에 10억엔(112억여원)을 거출하기로 결정했고,

우리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재단도 25일에 개략적인 사업계획을 정했다.

출발부터 잘못된 가짜 화해, 가짜 치유가 실제 집행되는 걸 보는 우리의 마음은 분노를 넘어 슬픔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이 돈을 내놓으면서 한국 정부에게 ‘소녀상 철거’를 압박했다.

우리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일본 정부는 매번 소녀상 철거가 합의 이행에 속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이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 정부는 일본의 돈을 받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돈은 돈대로 받고, 소녀상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니 이젠 국민이 부끄러울 정도다.

화해와 치유를 앞세우면서 역사적 사실을 증언하는 소녀상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그 진정한 속셈이 무엇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돈의 성격도 그렇다.

일본 정부는 여러차례 이 돈이 ‘배상금’이 아니라고 설명해왔다.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 결코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이전에도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영원히 자신들의 배상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에서 나온 돈이 피해자들과의 화해나 치유에 어떻게 쓰일 수 있겠나.

알량한 몇 푼 돈을 앞세운 일본 정부의 뻔뻔한 행동은 인류 양심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길 것이다.

 

합의의 일방인 한국 정부의 잔인함도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정부는 일본이 거출한 돈이 들어오면 이를 피해자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40명의 생존자 할머니들에게는 1억원을, 이미 돌아가신 199명의 피해자들에게는 2천만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은 결코 받지 않겠다는 피해자들에게,

그것도 차등을 두어 억지로 돈다발을 안기겠다는 정부의 행동은 상처를 치유하는 대신 덧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또 할머니 개개인 별로 용처를 정해 분할지급하겠다고도 했다.

지원된 자금이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목적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지급된 돈이 가족 내의 분란이나 피해자 당사자를 위해 쓰이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나같이 피해자들의 가슴을 잔인하게 후벼파는 이야기다.

아마 정부의 진정한 속내는 돈을 낸 일본 정부의 의도에 맞게 ‘배상금이 아니’라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데 있는 듯 하다.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고령이고,

또 생존자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합의를 서둘렀다.

일본과 합의가 쉽지 않았다면 그대로 두면 될 일이다.

 

또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집행을 미루고 다음 정부나 세대에게 넘길 수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죄업을 키우려고 이렇게 마구잡인지 참담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