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이철성 후보자에 대한 경찰청장 임명을 24일 강행했다.
음주운전 뿐 아니라 신분마저 속인 이철성 후보자와 인사 검증을 맡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신임 이 청장의 강원경찰청 상황실장 시절 음주운전과 거짓말이 진작 드러났다면 이미 승진에서 탈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 경찰의 총수가 된 데에는 검증의 잘못이 더 크다.
이 청장은 경찰청장 후보자로 내정된 뒤 청와대에 제출한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 가운데
‘음주운전 적발 시 직업을 다르게 진술한 경력이 있습니까’란 질문에 ‘예’라고 답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청장이 경찰 신분을 속여 징계를 모면했다는 사실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사 검증을 책임진 우 수석은 이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 총수가 음주운전을 해도,
징계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이번 경찰청장 인사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무슨 면목으로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고, 누가 응하겠냐는 푸념과 냉소도 나왔다.
여당 안에서조차 이번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런 여론에는 귀를 막은 채 이 청장 임명을 고집했다.
고심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과거에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 송부를 거부할 경우 통상 대통령은 이 기간 동안 고민하거나 설득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보고서 송부 시한을 23일로 못 박아놓고, 비판에 대한 일체의 해명도 없이
날짜가 지나자마자 이 청장을 임명했다.
누가 뭐라던, 어떤 말도 듣지 않겠다는 작정이라도 한 듯 하다.
음주운전과 거짓말 경력의 공직 후보자를 횡령과 배임 의혹이 있는
민정수석이 검증한 이번 경찰청장 인사는 이 정권의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을 ‘부패 기득권 세력’이나 ‘좌파 세력’의 국정 흔들기로 간주하는
박 대통령에게 이런 비판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지금 박 대통령에게 고위 공직자의 음주운전이나 거짓말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터다.
오직 자신에 대한 충성심만 고집하는 박 대통령은 이렇게 해야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길을 선택할수록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안에 깊이 고립될 뿐이다.
그런 정권의 말로가 어떤지는 이미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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