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서 뭐든지 솔직하게 하기란 쉽지가 않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정치도 아마 그럴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 파문과 관련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외교안보 정책은 국가간의 총력전이라는 측면에서 여론 형성과 공론화 작업이라는
민주주의의 일반적 정치 과정으로 다 소화하기 어렵다”고 썼다.
“동맹이 위협받을 수도 있고 드러나지 말아야 할 흉중이 국제사회에 노골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국가의 ‘흉중(胸中)’이란게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말로 꺼낼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확실히 다르다.
그러니 여론 형성과 공론화라는 민주주의의 정치과정으로 소화하기 어렵다는 안 지사의 말은 수긍할만하다.
그러나 드러내지 않는 것과 거짓말을 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
이를테면 사드가 북한의 핵 미사일을 막는 데 유용하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성주에 배치된 사드가 서울로 날아오는 핵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게 가장 분명한 근거다.
사드 배치가 주권적 문제라는 것도 반쯤은 거짓말이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고백한 것처럼 사드는 주한미군이 결정했고, 우리가 받아들인 것이다.
사드 배치는 애초 우리의 주권에 속하는 문제였지만, 현 정부는 이를 주권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자신들이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고 나서, 남들에게 주권적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사드 레이더의 100미터 바깥은 안전하다는 말은 아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말이다.
국방부는 미군의 기술문서를 조작하면서까지 안전성을 강조했다.
이런 거짓말들은 모두 맨 정신에 나왔다.
진지하고 엄격한 표정을 짓지만,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이런 말들이 다 진실이 아님을 안다.
그래도 이를 반복하면서, 내심 ‘안 믿으면 어쩔테냐’고 생각한다.
여러번 반복하다보면 스스로의 말에 설득이 되어 ‘진심’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자라면서 자신의 기억이나 마음을 조작하는 기술을 조금씩은 다 배웠다.
반면 솔직한 경우도 있다.
교육부 고위관리의 ‘개돼지’ 발언이 그렇다.
가끔은 이렇게 속 시원하게 하고싶은 말을 할 때가 있다.
정신이 든 지금에야 크게 후회하고 있겠지만, 당시에는 진심이었을 것이다.
이 말에 분노하는 우리들 또한 그 말이 상당히 그의 진심에 가까울 거라는 걸 안다.
루쉰은 풍자의 핵심이 사실이라고 했다.
사실이 아니면 풍자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만,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비유를 들어 꺼내놓으면 그것이 풍자다.
이 관리는 술을 먹고, 매우 피곤한 상태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풍자, 그러니까 솔직함에 도달했다.
솔직했던(?) 사람은 파면당할 예정이다.
반대로 거짓말을 한 사람은 승승장구할 것이다.
이러니 앞으로도 계속 거짓말을 할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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