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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만히 있으라는 대통령

또바기1957 2016. 7. 15. 22:27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

“우려한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우려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며 전 국민을 향해 함구령을 내렸다.

뒤이어 “이해당사자 간에 충돌과 반목으로 정쟁이 나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잃어버린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뭇 진지하게 국가존립까지 걱정했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사드 배치를 우려하는 지역주민은 이상한 사람들이 돼 버렸고,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의 존재에 대한 위협요인이 됐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그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대통령이 자국민을 향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주고 안심시켜줘야 하는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입 다물라’는 말을 한 꼴이기 때문이다.

우려든 논쟁이든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이지 대통령이 아니다.

 

고출력 레이더가 운용되는 사드가

주변환경과 주민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려를 해소하려면 설명하면 된다.

정부의 설명에 지역주민이 납득한다면 끝날 일인데 제대로 된 설명은 없고 입 다물라는 말만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사드 레이더가 안전한지에 대해서 정부가 내놓은 설명은 한민구 국방장관이 말했던

“사드의 안전거리가 반경 100m”라는 정도이다.

그런데 본보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이와 같은 한민구 국방장관의 설명은 완전히 거짓말이다.

미 육군 교본에 따르더라도 반경 3.6km까지를 ‘통제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금지 구역’으로 정하고 있다.

사드를 운용하는 미국은 최소 3.6km 이후를 안전지대로 분류하고 있으며

그 이내는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방부가 말하는 100m 이내는 사드 요원들조차 접근할 수 없는 ‘절대 출입불가 지역’일 뿐이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것도 정부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미국의 레이더가 자기들 안방을 샅샅이 뒤져보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드배치로 인해 생겨날 주변국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하는 설명이 제대로가 아니기 때문에 우려와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을 겁박하며 강제종료를 주문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사드 문제는 토론하고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그때마다 논의를 가로막은 것은 정부였다.

처음에는 미국의 요청도 없고 논의할 일도 없다고 발뺌하다 갑자기 배치를 결정해 버리고서

이제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하고 있다.

 

세월호가 기울었을 때 선장은 “안전한 선내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우려한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선장은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말했다.

정말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어야 할 때인지 국민이 판단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