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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론자유지수 70위’가 말해주는 것

또바기1957 2016. 5. 12. 12:52

부끄러운 기록 하나가 또 추가됐다.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이 무려 10계단 하락했다.

역대 최저 기록이다.

 

RSF가 이번에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2002년 집계가 시작된 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31위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69위까지 뚝 떨어졌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결국 전체 180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70위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권이 그간 보여온 행태를 보면 이번 결과가 그리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

 

RSF는 한국의 언론 자유 상황에 대해 “정부는 비판을 점점 더 참지 못하고

이미 양극화된 미디어에 대한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언론 상황과 다르지 않다.

‘비판을 참지 못한다’는 RSF의 지적에 박 대통령의 노기 띤 얼굴을 떠올리는 국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하기야 현 정권 들어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이 심각히 위협다고 있으니, 언론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인권과 민주주의가 퇴행하는데,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연목구어나 다름 없는 일이다.

 

언론 자유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에 대한 책임은 정권이 짊어져야 하지만, 언론 자신의 탓도 크다.

종편을 비롯한 보수언론이 수구 기득권 질서를 옹호하는 데 앞장서 온 것이야말로

언론 자유와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실 보도와 비판이란 언론 본연의 사명을 저버린 것은 물론, 이미 하나의 정치세력이 돼 버렸다.

정권에 대한 용비어천가부터 낮 뜨거운 황색 저널리즘에 이르기까지,

종편은 이미 사회의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로 돌변한지 오래다.


진보를 표방하는 매체도 자기 사명을 다 했다 보기 어렵다.

이들 매체도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얽매여 있을 뿐 아니라,

또한 정치적 선입견에 사로잡혀 종북공세를 방조했다는 비판도 있다.

 

‘공공토론이 국가보안법의 방해를 받고 있다’는 RSF의 지적이 나온 배경에

진보매체의 잘못은 없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민주주의가 그러하듯 언론 자유는 누가 가져다 주지 않는다.

누군가는 깨어 있어야 한다.

언론이 제 몫을 다 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

RSF의 이번 발표를 우리 사회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