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의 마지막 밤.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한 달 내내 가을비가 이어졌습니다.
1973년 이래 11월로 치면 최대의 강수량.
이틀 중 하루는 비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봄과 여름 내내 그토록 고대했던 비였지만 11월의 비는 그리 반갑지 않았습니다.
하루 찔끔… 하루건너 오락가락.
시기와 계절을 잃어버린 가을비로 농가는 또 한 번 고통을 겪어야 했고.
사람들은 옷깃을 꽁꽁 여미였습니다.
하늘의 일이니 인력으론 어쩔 수 없다지만 모두 비가 제때 제대로 내리지 않아 생긴 일들이었습니다.
비가 제때에 시원하게 들이쳤어야만 했던 곳은 또 있습니다.
존재감마저 희미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정당에 대한 얘기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늘 조심스럽습니다.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어느 한쪽이 옳다고 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표류 중인 작은 배에서 전해지는 소란은 제안과 역제안이 부딪히면서
생기는 파열음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지금의 야당은 정부여당이 실기할 때조차
대안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정작 필요한 비는 제때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오월동주.
비록 서로 미워하는 사이지만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치열한 계파싸움을 벌이지만 공통된 목표 앞에선
상대를 절대 밀치지 않는 여당에 자주 쓰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당은 이기기 위해 최적화된 정당이란 말이 괜히 나온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반면 야당이란 쪽배에는 존재하는 리더십도 없고 대체할 리더십도 없다…
그래서 패배하기 위해 최적화된 정당이란 비아냥 역시
괜히 나오는 말은 아니겠지요.
총선을 불과 넉 달여 앞둔 시기.
서로가 서로를 밀쳐내는 그들만의 싸움은 오늘도 이어졌고
늦가을 비는 이번 주에도 사흘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곤 하지만 비 온 뒤 땅이 굳어져
더욱 단단해질 시간이 그들에겐 허락될 수 있을까요?
오늘(30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