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AT 유출사건, 한인사회도‘들썩’
기형적인 교육열이 낳은 결과 … 미국 교육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나쁜 선입견 심어줘
DATE 10-01-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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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한국 내에서의 부정행위가 세계적인 이슈가 된 것이 아니라,
미국시험문제가 한국에서 터져나왔다는데 있다. 거기에 ‘시차’를 통해 미국으로 부정행위의 결과물이
유입될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하면서, 미주지역 내 한인학생들에게까지 안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한국의 유명 강사와 대학생을 포함한 4명이 미국 SAT(Scholastic Aptitude Test) 시험지를 유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경찰에 따르면 유명강사인 장 씨가 지난 23일 오전 한국의 경기도 가평에서 치러진 SAT 시험에 응시해 수학·물리학 과목 문제지를 빼돌리는 등 지난해 10월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유출할 문제들을 대학생들에게 배분한 뒤 연필깎이용 칼과 공학용 계산기로 각자 맡은 부분을 찢거나 문제를 입력토록 했다. 대학생인 차씨는 장씨 학원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한 번에 10만원씩 받기로 하고 친구들까지 범행에 끌어들였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학원 수강생들을 가르치려고 문제지를 가지고 나왔다”며 “주변 강사들을 보니 시험 문제를 확보해 강의해야만 맞춤형 족집게 강사가 될 수 있길래 이런 범행을 생각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한국에서의 SAT 유출 논란은 최근 3, 4년간 이어져왔다. 시험문제 사전유출로 2007년 1월 한국에서 900여명이 응시한 SAT 성적이 무효 처리되기도 했으며, 2006년 5월에는 한 외국어고의 유학반 학생들에게 SAT문제가 유출됐다는 제보에 따라 이 학교가 시험장소 자격을 박탈당한 적이 있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대학생 2명이 시험지를 들고 달아났다가 13시간만에 경찰에 붙잡힌 적도 있고, 불과 1주일전인 2010년 2월에는 한국인 강사가 태국에서 SAT 문제를 유출해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SAT나 GRE뿐만 아니라 토플시험과 관련한 부정의혹은 미국 본토와 시차가 있는 중국,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항상 의심받아온 일이다. 특히 시차를 이용한 부정은 10여년 전 MBA과정을 위한 시험에 뉴욕과 로스엔젤레스의 시차를 이용, 정답을 전화로 전송했던 사건이 유명하다. 이처럼 고득점과 명문대에 향한 한국사회의 기형적인 교육열은 ‘치맛바람’과 ‘스타강사의 꿈’이 맞물려 시차활용 부정이라는 특수기술(?)이 개발됐다. 기형적 교육열도 함께‘이민’
한국인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욕심은 미국 이민사회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학원의 성행과 학교 교육만으로는 명문대학을 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이민세대와 함께 이주해온 셈이다.
대도시에 자리한 대규모의 한인타운에는 한국과 흡사한 형태의 학원들이 성행하고 한국에서 일으킨 사교육으로 인한 문제점들도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SAT 사전 유출 문제는 이미 미주 한인사회 내에서도 낯선 문제는 아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벌어진 시험지 유출사건도 미국 대도시에 위치한 SAT 학원들과 본국의 학원이 연계해 부정을 일으킨 것이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SAT 시험 문제 유출사건이 미국 내 유학생들과 한인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이번 사건은 한국학생 전체로 불신이 퍼질 전망이다. 미국교육평가원(ETS)과 한국 경찰은 이번 사건을 두고 ‘미 명문대에 입학할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비뚤어진 이기심과, ‘학생들을 유치하려면 무슨 일도 할 수 있다’는 학원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조직적으로 시험지 유출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생 전담기구인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이 공개한 외국인 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10만 3800여명에 달했다. 미국 내 전체 외국인 학생이 74만 17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7명 중 1명이 한국인인 셈이다. 달라스지역의 테스트 브레인 학원의 고광민 원장은 “한국에서 벌어진 편법에 대해 안타깝고 창피할 노릇이다”는 말로 운을 뗐다. 고원장은 “이번에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이 미국에서 응시한 한인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한인 유학생들의 이미지에는 큰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SAT를 응시한 한인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것은 전례가 있다. 3,4년 전 한국에서 시험지 유출 사건에서 발생했을 때 한국에서 SAT를 치른 수험생들은 전원 성적이 취소됐으나 미국 내에서 응시한 학생들은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제가 조금 다르다. 미국교육평가원이 한국에서 유출된 문제가 시차를 두고 미국으로 시험문제가 넘어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 원장은 “지난 시험과 점수차이가 현격하게 심하다면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2월 시험점수와 1월 점수 차이가 600점 이상 차이가 나면 부정행위로 의심 받기 쉽다는 것. “토플시험이 시험지에서 컴퓨터로 응시방법이 달라진 이유가 아시안계 특히, 중국이나 한국의 학생들과 학원들이 중간 브로커까지 낀 부정행위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고 말하는 고광민 원장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부정행위가 국가적 망신에 해당하는 충격적 사건이라고 토로했다. 족보 사이트에서 거래되기도
고등학교때 미국으로 이민와 미국에서 SAT를 치룬 후 대학에 입학한 박현욱 씨(가명)는 “유출된 시험지 정보나 기존의 기출문제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일병 ‘족보 사이트’다. 이 곳을 통해 회원들끼리 개인적으로 연락이 되기도 하고, SAT 족집게 브로커와 연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에 출제됐던 시험지의 유형을 파악하고 분석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의로운 인터넷 사이트도 많지만, 부정행위로 유출된 문제를 거래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특목고를 다니다 미국으로 유학온 대학생 차인규 씨는 “사교육에 위축되어가는 내 모습이 싫어 미국 유학을 결정했다. 그런데 미국에 와보니 이미 학원 강사들이 나보다 먼저 미국에 와서 유학생들과 한인동포들을 상대로 SAT 장사를 하고 있었다”고 말하며 한국의 빗나간 교육열이 미국에까지 유입되어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또한 차 씨는 “안그래도 미국인에게 아시안인은 공부벌레들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런데 이번 문제까지 터져 한국과 한국 유학생들, 그리고 한인 동포들까지 싸잡아서 ‘공부만 하고, 대학에 붙기 위해서는 물불 안가리며 부정행위도 서슴치 않는 나라’로 낙인시켜버릴 수도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한국 내에서의 부정행위가 세계적인 이슈가 된 것이 아니라, 미국시험문제가 한국에서 터져나왔다는데 있다. 거기에 ‘시차’를 통해 미국으로 부정행위의 결과물이 유입될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하면서, 미주지역 내 한인학생들에게까지 안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스트 브레인의 고 원장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SAT시험지 유출 사건은 마지막 몸부림과 같다”고 표현한다. “미국식 교육과 한국식 교육의 방식이 달라 한국 학생들이 SAT를 보기에 힘든 부분이 바로 벽과 같아, 그 벽을 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것. 그렇다고 이번 사건이 한국에서만의 문제점은 결코 아니다. 이번 사건은 명문대를 쫓는 빗나간 교육열과 이에 편승한 학원들의 점수올리기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빗나간 교육열과 학원들의 점수올리기는 비단 한국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인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녀교육의 목표를 명문대학 입학에 두고 있는 한국인들의 사고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안미향 기자 press@wnewskore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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