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다양하게 나눠지는 달라스 지역 한인들의 목소리
DATE 09-06-11 14:55
|
|
![]() 온 국민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을 애도하고 어려웠던 가정환경을 극복,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며 청렴한 정치생활을 했던 과거 행적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무책임하면서도 도피적인 행동이었다며, 그의 죽음을 미화시키는 일부 과격한 움직임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는 한인들도 있다. 이제 서로 다른 시각을 이해하고 건전한 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화합과 타협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밸리랜치에 거주하는 최 모(40) 씨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입해 활동해 온 지 9년째다. 최 씨는 대학생이던 시절, 한국이 하루 빨리 진정한 민주화를 이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학생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특히 최 씨가 거주했던 경상남도 창원은 공장이 많아 여러 단체들의 활동과 노동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던 지역으로 민주화에 대한 의식이 남다른 곳이기도 했다. 최 씨는 “현대화 이후 우리 나라를 민주적인 대통령이 이끌어 나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문을 열고 “또한 대통령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적도 없었으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열망했던 ‘국민을 위한 서민 대통령’이었던 만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싶었다”며 노사모에 가입했던 동기를 밝혔다. 최 씨는 광주 항쟁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벌어지게 됐는지 사실을 접하게 되면서 자신이 가진 세계관과 이데올로기가 허구일 수 있다는 혼란스러움 때문에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학생 운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한국의 정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주요 언론지들의 담합과 횡포
“민주주의는 존재하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없어지면 필요성과 가치를 알게 되는 되는 공기와 같다”고 정의하는 최 씨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열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갔던 유일한 대통령이었다”고 말하고 “노 전 대통령은 아주 뛰어난 리더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보수언론과 거대 야당의 횡포에 의한 족쇄에 묶여 대통령으로서 하고자 했던 정책과 노선이 좌절 당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진행됐던 1988년에 열렸던 5공 청문회에서 장세동, 정호용 등 쟁쟁한 정치가들에게 날카로운 질문공세를 통해 비리를 파헤치고 잘잘못을 가려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득권 세력의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과 소신을 갖고 인권 변호사에서 정치가로 변모했던 것이다. 최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기대한 것이 컸던 만큼 실망한 부분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국민들의 의식수준의 미비, 당시 거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단합과 한국 3대 언론지의 계속된 횡포, 이들의 담합으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겪었을 고충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특히 자주 도마에 올랐던 고 노 전 대통령의 말 실수는 언론사가 벌인 횡포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 최 씨는 이어 “고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말했던 것은 공식 기자회견장이 아니라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따로 모여서 잡담하는 시간에 가장 서민적으로 편하게 한 말이었다”며 앞·뒷부분의 말을 전부 잘라버려 말하는 의도를 일부러 흐리게 했던 언론사들을 횡포를 지적했다. 즉 제도권 언론에서는 고 노 전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하든 가치 없는 듯 비아냥거리고 꼬투리를 잡아 실언한 것처럼 만들어냈던 것이라고. 최 씨는 노사모가 많이 없어진 이유 역시 언론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보수 세력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기득권 세력과 담합하는 한국의 주요 언론들과는 달리 미국의 언론은 항상 중도를 지키며 정확한 근거나 객관성을 갖고 상대방을 비판 한다는 것이다. 최 씨는 “제도 언론과 여당이 제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이기를 한 것이다”고 분개하고 “살아 생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지 못했던 노 전 대통령이 죽어서야 비로소 예우를 받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너무도 청렴했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최 씨는 “불법적으로 몇 백억이 오가는 부패한 재벌들은 놔두고 기득권 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꼬투리를 찾아내려고 혈안이 됐던 정치화된 검찰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이 지키지 못한 서민대통령
한국은 정치자금에 대해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불법인지를 가려내는 정당성이 없으며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에 일단 문제가 생기면 필요에 따라 붙잡아 놓고나서 법 적용을 하면 된다는 식이며 그것이 바로 한국 민주주의의 한계라는 것이다.
“그동안 군사정권하의 강압정치, 미성숙한 민주주의에 길들여져 있던 한국 국민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시기상조였으며 과분한 대통령이었다고 본다.” 최 씨는 민주주의가 좀더 성숙해질 50년 뒤쯤에 나타났다면 충분히 인정 받고도 남았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한국 국민들의 특성인 냄비근성과 모든 일이 일회성에 그치고 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씨는 이어 “진정으로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진정한 바람이 있다면 누군가의 권력에 빌붙는 신문을 읽기보다는 객관적인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는 것이 좋으며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의 사람 됨됨이, 정치 노선과 정책 방향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고 충고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이후에 최 씨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국민이 지켜줘야 하는 대통령을 도와주지 못하고 방관만 했다는 사실이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곧 후진국 수준의 정치상황을 여실히 드러내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 법치 문화 하루 빨리 정착돼야
한편 최 씨와 다른 시각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바라보는 목소리도 있다.
달라스 거주 윤 모(55세)씨는 “엄밀히 따지고 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피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재판을 피해간 비겁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문을 열고 “특히 언론에서 이를 미화하는 등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죽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노 전 대통령을 신격화하는 정도까지 된 현실에 대해 개탄하고 “법치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언론부터 나서서 국민을 선도하고 중립적이고 올바른 보도를 통해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하루 12만 인파가 한꺼번에 봉하마을로 몰려들기도 하고 500만이 넘는 국민들이 영결식을 함께 했으며 과거 ‘노무현 죽이기’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비판 일색이었던 국민들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윤 씨는 이어 “현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눈물과 동정, 지연, 학연 등 한국인 특유의 ‘정’이라는 감정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고 밝히고 “이는 아직 법치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로써 민주주의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못박았다. 또한 “법은 법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을 피했던 것에 대해서는 따끔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특히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법 위에 권력이나 정치가 개입되어서는 더 더욱 안 되며 동정과 눈물에 호소하는 행위가 있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하고 “법은 법이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나 국민들 모두 법치 문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호소했다. 즉 법은 냉혹한 것이며 유죄냐, 무죄냐로 양분될 뿐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더 많은 뇌물수수를 저지른 재벌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겨우 10억 뇌물을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원리를 일반인에게 적용해 비교한다면 터무니없이 많은 액수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한다는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것. 동정과 눈물에 호소하는 국민
윤 씨는 “도둑질은 다 도둑질이다. 이상하게 한국 국민들은 누구보다 덜 뇌물수수를 했으니 더 깨끗했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운다”며 이는 곧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그만 뇌물수수 죄를 저지른 가장 깨끗한 대통령이었다는 뜻이 된다”고 말했다.
윤 씨는 또한 “노 전 대통령 자신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수치며 본인이 얼마나 나약하고 무책임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비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이 자살이라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뇌물수수 관련 수사가 중단되고 아내와 아들, 딸이 보호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를 댄다 해도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자살이라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선택을 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 끝까지 법적 투쟁을 하든지 했어야지, 무턱대고 표적수사니 정치보복이니 따위를 주장하다가 그걸 감정적이고 선동적으로 이끌기 위해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다는 건 용서받기 힘들기 때문에 이제 그의 죽음을 미화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살이 끼치는 사회적 파장
자살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자살 자체가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그 파장이 예상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던 사람들이 자살을 했을 경우, 사회 전반의 자살률이 급증하게 되며 영향력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모델이었을 때 그 혼란함은 더욱 가중된다고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것은 정체성 혼란을 경험하는 시기의 집단,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윤 씨는 “노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이 엇갈리고 있으나 그의 죽음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해야 할 것이다”고 말하고 “대통령이라는 신분 때문에, 혹은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자살’이 미화적으로 포장되지 않을까 심히 두렵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마지막으로 “비록 대통령으로서 그가 받은 정치적 압박과 심리적 고통이 무겁고 컸을지라도 그의 ‘자살’이 곧 타살이 될 수는 없다. 얼만큼 그가 준비하고 계획했는지, 혹은 순간적 결정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이것은 그의 선택이었다. 또한 그 선택은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건강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상식을 잊어서는 결코 안된다”며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에게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2중, 3중의 고통스러운 정신적 유산을 남기는 오류를 범하지 말자. 전 국가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개념이 혼돈으로 빠지기 전에, 그리고 ‘자살’이 남용·오용 되기 전에, 긴 안목을 보고 자살에 대한 예방·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기다”고 말했다. 이정윤기자 uni@wnewskorea.com |
'[JTBC NEWS](19) > ˚♡ JTBC - 뉴스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카고 미주체전 ‘2주 후’로 다가왔다 (0) | 2009.06.12 |
|---|---|
| 해외거주자도 이제 직접 대통령 뽑을 수 있다 (0) | 2009.06.12 |
| 한인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2009, 리더십 전문가 팀 더킨 씨 초청 강연회 (0) | 2009.06.12 |
| 텍사스, 올여름 강타할 허리케인 맞을 준비됐나? (0) | 2009.06.11 |
| 615공동선언 9주년 해외동포 대토론회 (0) | 2009.06.1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