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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미국발 금융위기는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까지 그 마수를 뻗치고 있다. 이미 수 개월 전 한 바탕 한국을 뒤흔들었던 환율상승을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히 1,500원으로 향하면서 국가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다. 한국에서는 연일 모든 뉴스의 1면을 환율이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보도에 따르면 9일(목) 원/달러 환율이 1,485원까지 치솟았으나 정부의 개입으로 상승폭을 줄이면서 일단락 지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단순한 환율문제뿐 아니라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미국 무비자 방문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어서 한미 양국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미국 월가의 위기 정도로 여겼던 이번 환율대란이 한국에 이렇게까지 치명적일 줄은 몰랐던 한인들은 한국의 가족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 반면, 달러가치가 상승하고 원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이를 기회 삼으려는 한인들도 있다. 달라진 한인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환율상승 덕 보는 사람들 ‘따로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환율상승에는 한국 내 일부 사업체들의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바로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아 환율 오름세를 부추겼다는 것.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초까지 한국 조선 3사의 선박수주는 370억 달러로, 플랜트 설비를 포함하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지 않았다. 그런데도 선박대금으로 받을 달러를 미리 파는 ‘선물환(先物換) 매도’는 대폭 줄었다는 사실이 이런 점을 증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외환시장에서는 “수출업체들이 급등하는 환율을 내심 즐긴다”, “수출대금을 해외 지사에 쌓아둔 대기업도 있다” 같은 말이 나도는 가운데 기업의 ‘환(換) 테크’를 모두 투기로 볼 수 없지만 외환시장이 붕괴 직전인데도 달러를 움켜쥐고 있거나, 달러 사재기를 한다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은 대기업들의 욕심이 자칫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업만이 아니고 개인들의 달러 사재기 현상으로까지 확대돼 그 심각성을 우려하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부실한 국가 경쟁력도 환율상승 한 요인 미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는 지난달 29일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되자 통화 스와프(달러를 해당국 화폐와 교환) 방식으로 유럽 중앙은행(ECB),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중앙은행 등 9개국 중앙은행에 대한 달러 지원한도를 즉각 늘렸다. 이는 세계적인 금융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는데, 이에 대해 한국은행과 한국 정부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달러화 지원에 나섰더라면 국내 금융시장의 심리적인 불안감은 크게 해소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이미 한국은 FRB의 검토대상에도 들지 못했다. 이유는 원화가 국제 결제통화가 아니어서 달러를 빌려줄 때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별로 효력이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일찌감치 발효돼 양국 경제가 한 배를 타는 운명이었더라면 지금의 상황까지는 야기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따라서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개방과 경제동맹 구축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학생들 “한숨 밖에 안 나와” 미국에 유학중인 학생이나 유학 올 학생들은 벌써부터 초상집과 다름없다. 홈스테이 중인 김모 군(15세)은 “어렵게 유학 와서 겨우 학교생활에 적응을 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부모님으로부터 유학비용이 오니까 경제적으로는 별 문제 없었는데 최근 부모님으로부터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화를 받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또한 포트워스에 거주하는 박모 씨는 “공부가 길어져 걱정하고 있었는데 ‘설마’가 현실로 되어버려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떻게 이 난국을 극복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예비 유학생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다음 학기에 미국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이모 씨(한국거주, 28세)는 “포기다. 이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유학이 중요해도 무리수를 두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영어는 한국에서 더 공부하면 된다. 전공 관련 서적도 한국에서 구해서 볼 수 있다. 유학을 1년 늦춘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현실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인들 한국 투자, 지금이 가장 좋을 때 상대적으로 원화에 비해 달러의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를 한국에 송금하려는 한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업체의 규모가 크다면 은행계좌를 통해 송금할 수 있지만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현금 반출수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한인타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최모 씨는 “미국 경기 부진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중 한국에 투자를 하려고 한다. 사실 지난번 환율변동 때부터 조심스럽게 시작했는데 최근의 환율변동은 일을 추진하기에 더욱 좋은 조건인 것 같다. 분위기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아서 융자를 해서라도 투자를 해야겠다”며 지금이야말로 투자를 위한 최고의 기회라고 전했다. 한편, 사업 특성상 현금소통이 원활하다는 한 한인의 경우 “현재 한국으로 현금을 반출할 고민을 하고 있다. 외국으로의 현금반출은 세관에 신고 없이 1인당 1만 달러가 최대라고 알고 있다. 그 이상 반출도 고려하고 있는데 관련 법을 알아보고 있다”며 소위 ‘달러 사재기’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금 해외반출과 관련, 달라스 국제공항 세관의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으로 여행시에는 신고만 하면 금액은 무제한이다. 신고하는데 비용도 없고 세금도 없기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를 권고하기도 했다. 한국인들에게 최악의 상황인 이번 환율사태가 일부 한인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한인들은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되기를 바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승인 기자 wsky@wnewskore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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