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1959년 7월 어느 무더운 여름날
그냥 가만히 서있기만 하여도 땀이 줄줄 흐를듯한 날씨에
동네 계집아이들 대여섯이 모여 "고무줄"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무찌르자~♪ 공산당~♩ 몇천만이냐~♬ 대한 넘어 가는길~♪ 거기로구나~♬"
헌데 아까 부터 작달만한 키 의 작은 계집아이 하나가 부자유스런 몸짓으로
고무줄을 하고 있었으며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조용히 안할래? 너 진짜듁는다 잉~!"
그 계집아이의 등에는 정말 "이쁘고 귀엽고 깜찍한" 어린아이 하나가 업혀있었다.
그 어린아이는 자기를 업고 폴짝거리는 사람이 못내 원망스러웠다.
날은 덥지 포대기로 꼼짝도 못하게 "똘똘" 누에고치 마냥 말려있지..
거기다 가만히 있어도 짜증나 주깠는데 "폴짝폴짝" 뛰어대지..
뭐라고 조금만 구시렁 거리면 "쌍도끼" 눈을 부라리며 협박을 해대지..
차고있는 면 기저귀가 연약한 "응댕이와 넙덕치"를 사정없이 부벼대니 오죽 씨루왔을까..
결국 계속 뻗대다가 계집아이에게 대구리 한대 야물딱지게 터지고..
"빽빽" 거리면서 울다가 지쳐 잠이들었는데..
계집아이는 꼬맹이가 잠이든걸 확인 한 후 슬그머니 포대기를 풀어내린 후
느티나무 그늘 아래 포대기와 함께 눕혀 놓고..친구들과 고무줄 놀이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혹시 자다 깨어 어디루 "요땅" 놓을까봐 발목을 포대기끈으로 묶어놓고)
여름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 친구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으며..
계집아이도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우물가에 다다른 후 두레박을 사용 하여 우물물을 길어 올려 땀으로 범벅이된
몸땡이를 씻고 있는데 마침 어머니께서 저녁쌀과 반찬이랑 국거리를 씻기 위해
우물로 나오셨다가 계집아이와 상봉을 하셨다.
"하이구! 가시내 얼굴조깐 보소~
아주 버얼겋게 익었구만 얼렁 씻고 들어가 밥 먹자.."
"예~! 엄니~!"
그래서 반찬 바구니 하나 들고 어머니랑 함께 집으로 들어갔는데..
집에 남아있던 계집아이의 언니와 남동생이 "뽀로로" 마중을 나오더니
어머니와 계집아이의 등을 돌아다 보며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다.
"아니! 막둥이 어따 띵게부렀어요?"
"앵! 막둥이라니? 집에 없냐?"
"아니 근데 이게 뭔소리다냐~ 막둥이가 집에 없다고?
아이 아이~ 오늘 막둥이 당번이 누구냐?"
화들짝 놀란 어머니께서 반문 하시자 계집아이 언니가 손가락으로
계집아이 코를 콕 찌르며..
"요고시 당번인디..너 아까치메 막둥이 업고 댕겨짜나~?"
"응? 막둥이?"
(워메~!어찌끄나~ 느.티.나.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랜 달음박질로 느티나무로 향하였으며
그 뒤를 온 집안 식구들이 뒤따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느티나무 아래에는 포대기 밖에 없고 막둥이가 보이질 않았다.
근처를 샅샅이 둘러봐도 누군가 줏어 가버린건지 전혀 찾을 수 가 없었다.
식구들이 도착 하였고 얼마후 계집아이의 아버지와 근처 파출소에서 순경아저씨들이 함께
사건 현장으로 모여들었다.
드디어 경찰은 "포리스라인"을(ㅋ) 설치 하고 수사를 하기 시작 하였으며
수사 과정 내~내 막둥이를 흘리고 돌아온 계집아이는 이 사람 저 사람으로 부터
동네북이 되었다.
밤은 점점 깊어만 가는데 이쁘고 귀엽고 깜찍한 우리의 막둥이는 보이질 않고..
아무래도 누군가가 버린걸로 착각 하여 줏어간 것이 분명하다 고 판단 하여
밝은 날 다시 모이기로 하고 헤어지려던 찰나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옹알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소리나는 방향에 귀를 기울이며 우루루 몰려가면 놀래서 입을 다물어버릴까봐
살금살금 소리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다름아닌 오크통이 즐비하게 놓여진 막걸리 발효장이었다.
그리고 한 오크통 안에서 (그곳엔 대략 20 cm 높이의 막걸리가 들어있었으며)
반신욕을 즐기고있던 막둥이를 발견 하였는데..
더욱 놀라운건 좀마난게 얼마나 많이 쳐마셨는지 배는 터지기 일보직전 이었으며..
경찰들이 꺼내려 하자 나오지 않으려고 "개꼬장"을 부렸대나 어쨋대나..
이때 막걸리에 된통 당한 우리의 막둥이 심히 놀랜 나머지 그날 이후 술을 딱 끊었다는
참 웃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울수도 없는 별 지랄같은 전설..
<오늘의교훈>
얼라들에게 막걸리 맥이지 말자 꼬장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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