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인 어린 무인 이옥분(12세)의 집은 아침부터 3, 40대 아주머니들로 들끓고 있다. 방학 기간이 아니면 학교에서 돌아와 손님들을 받지만, 요즘은 겨울 방학 기간이라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손님들 받고 있다.
밤에 잘 때면 꿈에 할아버지(몸주)가 나타나 자지 말고 공부하라고 나무랐다고 한다. 워낙 어린 나이라 공부하는 것이 무엇인 줄도 몰라 그냥 놀고 있으면, 공부 안 하고 놀기만 한다고 호되게 매를 때렸다.
이러한 현상이 6-7세에 이르면서 점점 더해갔다. 밤마다 꿈에 할아버지가 나타나 공부 안 한다고 때리는 것이었다.
야단치듯 그렇게 울면서 아야-아야 하며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효과는 전혀 없었다. 병원에서는 심장이 좀 약해서 그런 것이니 곧 괜찮아 질 것이라고 만 했다. 내림굿을 하기 전에는 병이 낫지 않을 거라고 했다.
옥분 양이 일곱 살 되던 해에 꿈을 꾸었는데, 어머니는 해가 되고 자신은 달이 되어 하늘을 떠 있다가 순간 어머니는 달로 바뀌고 자신은 해로 바뀌는 꿈을 꾸었다.
또 여섯 살 때 이웃 아주머니를 보고 아들이 아프지 않느냐고 했다. 그렇다고 하자 어디 가서 약을 사 먹으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소녀가 시키는대로 했더니 그 아이는 병이 나았다. 그 후 마을에서 신통력이 있는 아이라고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언제쯤 받게 되겠느냐고 물었다. 오늘 저녁에 받게 된다고 하자 그대로 였다.
이웃에서는 점 잘 친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내림굿을 해주기로 하고 비용을 만신에게 준 날이었다. 밤 12시 10분경에 잠을 깨더니 무릎을 꿇은 채 합장을 하고 다섯 번 절을 하고 옆으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 이튿날 어머니가 어제 누구한테 절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친할아버지가 백마를 타고 맨 앞에 서서 빨간 말을 탄 여러 사람을 이끌고 오더니 말에서 내려 소녀의 손을 잡으며 함께 온 할아버지들에게 절을 하라고 해서 다섯 번 절을 했다는 것이다.
8세의 어린 나이로 무녀가 되어 내림굿을 한 날부터 손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소녀는 할아버지가 주고 간 능력으로 점을 치게 된다고 한다.
명산대천을 구경하러 다니기도 하고, 미국도 다녀온다고 한다. 신어머니가 맥아더 장군의 신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내림굿을 받은 소녀도 맥아더 장군을 모시고 있다.
또 소녀에게 점칠 능력을 준 할아버지는 과연 누구일까. 임종하기 바로 직전에 "옥분아! 옥분아! 보고싶다."고 하면 눈을 감았다고 한다.
증조할아버지는 다시 아내를 얻게 되면 계모가 아홉 살인 아들에게 서러움을 주지 않을까 걱정되어 재혼을 하지 않고 할아버지를 손수 키웠다고 한다.
증조할아버지가 장에 가서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마중을 갔다. 장터까지 30리 길인데, 거의 15리 가까이 마중을 나갔다가 아버지를 만나 함께 돌아오곤 했다.
이따금 주막에서 자고 오시지 않을 때는 혼자 밤길을 돌아오게 되었다. 그때면 호랑이가 약 10미터쯤 옆에서 집에까지 데려다 주었다고 했다.
마을의 산신제를 지낼 때에는 20여 년 간이나 제주를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소녀의 할아버지는 무기가 있는 분이었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뜰 때도 꽃이 피는 3월 15일로 날을 잡아놓았으나 예정일 보다 늦은 그믐날 세상을 떴다. 할아버지가 3월에 돌아가시고, 소녀는 그 해 8월부터 밤마다 발작을 시작했다.
소녀의 아버지는 범과 용의 그림을 무척 좋아했는데, 아버지는 용띠고 할아버지는 범띠였다.
밭둑에 누워 있는데 하늘에서 불덩이가 천천히 내려오다가 땅에 닿자 돌아가신 아버지로 변했다. 다섯 발자국쯤 앞에 떨어졌는데, 아들을 못 보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그 꿈을 꾼 다음날은 어린 딸의 내림굿을 하기로 돼 있었다.
이러한 소녀로 하여금 무녀가 될 정신적 영향을 준 셈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유산을 시키려고 했으나 병원에서 산모의 건강이 너무 안 좋아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해서 그만 두었다고 했다. 아들을 바랐는데 딸이자 아버지는 귀여워하지도 않았고, 어머니도 천덕꾸러기로 여기게 되었다.
이렇게 뱃속에 있을 때부터 소녀는 불 필요한 존재였고, 태어나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녀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칠판의 글이 잘 안 보일 때가 가끔 있었다고 했다. 할아버지께, 공부는 공부고 점은 점이니까 학교 공부를 해달라고 늘 빌었더니 3학년 때부터는 괜찮고 지금은 성적이 모두 수라고 했다.
학교에서 예방주사를 놓을 때는 몰래 도망쳐 왔다고 했다. 꿈에 할아버지가 주는 물이나 약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고 했다. 꿈에 물이나 약을 먹는 날 아침에는 입이 써서 냉수를 마셔야 입이 개운하다고 했다.
못 고치니 병원에 가라고 하며, 신의 가물이 들어서 난 병은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신 가물이란 시체를 화장했기 때문에 오는 것도 있고, 무덤가에 있는 나무를 잘못 베었다가, 관 밑에 돌이 있거나 해서 이른바 산바람이 들어 있은 병은 고칠 수가 있다고 한다.
손님 중 60%에 해당되는데, 빌어서 고치거나 약을 쓰게 해서 고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특히 식물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나무는 뿌리, 줄기, 잎, 꽃, 열매 등에 흥미가 있고, 삼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전 세계가 분쟁 없이 지낼 수 있는 지구 마을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린이의 성장과장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는 한 예이다. |
출처 : 미리내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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