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한국 시간 오후 1시경) 책상위에 놓아둔 손전화기가 정신없이 울어댄다.
"어후~~~~! 여보세여~ "
"어어 그래 나다...몸은 좀 어떠냐?"
"어어..그래..모 그져 그렇지뭐.."
"웬만하면 2번 출구 개찰구에서 접선 하는게 어떻겠냐?"
"어어..그래 그러자..언제쯤?"
"지금 슬슬 나와라..나 종로3가에서 3호선 갈아탓다."
(이론 씨앵~!)
점퍼를 하나 걸치고 밖으로 나온다.
강한 햇살 덕분에 눈을 뜰 수가 없다.
접선 장소로 향 하면서 문득 지난해 이맘 때를 떠올려 본다.
사기를 당 하고 있던 도중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참 즐거운 한 때였던건 사실이다. (피식!)
저 멀리 번잡한 사거리가 보인다.
그나저나 이놈의 바지는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줄줄 아래로 흐른다.
지난해 이맘 때 입던 하복인데 너무 날씬해졌나 보다.
마을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더니 덩어리(?) 하나가 내려선다.
우와따메~!
다리통 하나가 내 허리 둘레와 비슷하다.
그 뿐인가..가슴엔 내 대가리만한 거시기를
한개도 아니고 두개씩이나 달고 씩씩한 걸음걸이로
골골 거리는 내 앞을 스쳐지나간다.
(흐으미~! 잘못 스치면 난 사망이다.)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섰는데 주머니 안에서 벨이 운다.
"녜.."
"야~! 뭐하냐 왜 이렇게 오래걸리냐~"
(이런씨앵~! 내가 우주소년 아톰이야 모야~ 날아댕기냐?)
"어어 그래그래..4번 출구 근처다..금방 갈께.."
이후 대략 십분 정도 지난 뒤 지하철 4번 출구 층계를 내려 가고 있다.
아주머니 한분께서 아는체를 하시며 무언가 불쑥 주시며 말씀 하신다.
"아저씨! 하느님 믿으시고 천국 가세요~"
(햐~! 화장지다. 전 보다 훨씬 두툼해졌다.5번은 사용 할 수 있겠다.)
화장지를 받아 주머니에 넣은 후 (근데 오늘은 사탕이 떨어졌나?)
2번 출구 방향으로 걷고 있다.
저만큼 거리에 2번 개찰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탑승장 입구 층계턱에 기대어 선 남자 하나가 양손안에 얼굴을 묻은 상태로
열심히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접선자가 분명 하다.)
막 그리 향 하려는데 좌측편 약간 넓은 공간에 "홍광교회" 라는 복장을 하신
대여섯 사람의 아주머니들께서 모여 계시며
지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또는 시원한 음료를 대접 하는 중이다.
(이리갈까~ ♬ 저리갈까~ ♬................여기 부터 가야지..헤헤~^^)
"전 커피로 주세요..(빵끗!)"
"녜~~~! 날 많이 더워졌지요?"
"참! 이거 돈 받는거 아니시죠?"
"호호홍~! 내셔도 되는데요~ 호홍!"
"잔돈이 없는데 오뜩하죠?"
"큰돈도 괜찮은데요..호호호.."
"아주머니! 잔돈 없는 사람이 큰돈 가진거 보셨어요?"
"녜? 아아아~~~ 호호호호~~! 그렇군요~ 호호호호~"
(그리곤 모여서 내 이야기를 전 하시며 깔깔~ 거리신다.)
좌우당간 난 무엇이건 꽁짜로는 절대 안먹는다.
한 때 모임이라는 것 역시 그러했었다.
장소가 너무 열악 하여 과연 회원들이 얼마나 올 수 있을까..
적자는 나지 않을까..하는 염려들을 수 차례 깨 부수어 버렸었다.
나는 어느 장소건 꽁짜로 먹었다는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明心寶鑑 存心篇 (명심보감 존심편) 에 나오는 구절을
항상 행 하며 살아가고 있다.
施恩勿求報 (시은물구보) 하고 與人勿追悔 (여인물추회) 한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면 보답을 구하려 하지 말고
남에게 주었으면 다시 뺐으려 한다거나 후회 하지마라.
여하간 오늘도 나는 커피 한잔에 힘 입어 여러사람에게
밝은 웃음으로 보답 하였다.
이들이 후 에 어떤 웃기는놈 때문에
커피 한잔을 사기 당했다고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 개의치 않으련다..이 또한 "일체유심조" 아니겠는가..
계속 열심히 기도중인 남자 앞에 잠시전 얻었던 화장지 뭉치를
"털썩!" 소리나게 놓으며.. (생색을 내야지만 알아줄 것 아닌가?)
"힘들어 죽겠지..이거 가지고 천국 가라" (헤헤~^^)
"아이고~ 왔냐..옜다..바꿨다."
오동통 하게 변한 파란색의 샴푸 두개와 공작 자금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무어라 또 궁시렁~ 거릴것 같아 급히 "빠이빠이" 하며 자리를 뜨는데..
아니나 다를까 뒤에다 대고 그 사람 많은 곳에서 그것도 큰소리로...
"야~! 거 밥 좀 자주 많이 먹어~~"
(이론 씨앵~! 아띠! 쪽팔리게 즈응말~)
집으로 돌아오는 중 도로변에 시원한 "수박차" 가 서있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맛 보십시오 하며 잘라 내어 준다.
갑자기 입맛이 돈다..(오잉~!)
"어디 맛 한번 봅시다." (배짱 좋아졌다.)
"아이구 녜~ 아저씨 어서오세요..완존 꿀수박 입니다."
(야야~! 기왕 크게 좀 썰어라~ 무슨 "회" 뜨는 것도 아니고~
니 눈엔 이게 수박으로 보이냐..너무 얄부자나~~)
운동삼아 왕복 20 km 정도를 걸었더니..
현기증이 나는 듯 하다. 돌아오던중 후배를 만났다.
친구들과 출조 계획 잡았는데 동행 해주시면 "영광" 으로 알겠단다.
(영광 아니라 그 아래 법성포라 하더라도 어렵겠다.)
'[투덜대야 오래 산다](19) > ˚♡。─삶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대통령, "인터넷은 신뢰의 공간...신뢰없으면 독" (0) | 2008.06.18 |
---|---|
오늘밤 협상 한다고 하는디.. (0) | 2008.06.17 |
專己者孤, 拒諫者塞, 孤塞之政, 亡國之風也. (0) | 2008.06.11 |
정말 맞는 말씀이구만.. (0) | 2008.06.11 |
[스크랩] 一切唯心造 (0) | 2008.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