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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노총각의 맞선 [18부]

또바기1957 2008. 4. 23. 16:48

홍제 전철역에서 3호선을 타고 이동중이다.

난 지하철을 타면 항상 출구 바로 옆에 즐겨 앉는다.

(위급시에 토끼기도 좋고..)

일단 양측 사람들 틈에서 부대끼는게 싫다.

 

제법 많은 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웬 아장아장 걷는 꼬맹이를 데리고 한손엔 책 을 한아름 안고

행정학 이라는 책 이름으로 미루어 볼때 학생 이거나 행시 준비중 인것 같은

여학생 하나가 내 옆자리에 앉는다.

 

열차가 출발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

다음칸과 이쪽칸 사이 문 이 열리며 지팡이를 짚고

한손엔 작은 동전 바구니를 든 검은색 선그라스 차림의

맹인 한사람이 들어온다.

"내~주 를 가까이 하려 함은~ ♬" 뮤직도 틀어준다.

 

그는 비틀 거리는 걸음걸이로 다음칸을 향해 걷고 있다.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어본다.

맹인이 발걸음을 딱 멈춘다.(귀신 따로 없구만~)

손 에 잡히는 거라곤 전철표 한장 밖에 없다.

 

무의식중에 나도 눈 을 감고 맹인이 되어 버린다.

(뭘 가진게 있어야 주지..걍 가시던길 가십시오~)

 

옆에 앉아있던 꼬맹이가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

"생..추카 함미다~ 음..추..함미다~"

입안에 사탕 이라도 물은것처럼 우물우물 하며... 그 노래 소리가

조용한 전철안에 크게 울린다.

 

"조용해!차 안에서 노래 부르는거 아니야~"

여학생 으로 보이는 앳된 소녀가 제지를 한다.

꼬맹이가 우물 거리며 묻는다.

"왜?..응? 왜에~~~"

"아저씨랑 아주머니랑 시끄러워 하시니까 안되지..쩟!"

 

"너 이쁘게 생겼구나~몇살이니?" 하고 말을 건네본다.

아주 당당하게 손가락을 두개를 쭉펴서 앞으로 내밀며

"째잘이에요~" 한다. (손가락 두개를 펴 보이며 세살 이란다..ㅋ 접힌 손가락을 뜻 하는건지..)

 

"이렇게 해야지~ 넌 맨날 두개밖에 모르니?"

옆에 앉은 여학생이 가르쳐준다.

"찌러~ 난 이케 할고야~" 꼬맹이는 손가락 두개를 고집 한다.

 

"넌 누굴 닮아 그렇게 고집이 세니?" 하며 눈 을 흘기자..

"엄마 닮았지~" 하며 소녀의 품에 꼬옥 안긴다.

(깩!엄마 랜다..@@ 참 일찍도 갔다..그나저나 애를 둘씩이나 키우는 느그남푠..힘들겄다..)

 

전철에서 내려 기억을 더듬으며 하얀 건물을 찾아 가는 중이다.

여기 저기 기웃 거려가며 지난번 롱다리 뒤쫒느라 구경 못했던것 일일이 살펴가며

화원 앞 을 지나다 문득 "꽃이나 한송이 사갈까" 하다가 관뒀다.

(에이 촌스럽게..-,-;;)

 

다섯시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20분 이나 남았다.

저만치 하얀 건물이 보일만한 거리에 있는 피시방 으로 올라간다.

수시로 건물 입구를 살피고 있다.

어디서 나타난건지 커다란 액자 같은걸 든 그녀의 뒷모습이 아래층 현관 안으로 사라진다.

정확히 다섯시다.

 

터덜터덜 걸어 현관 앞에 도착 하였다.

"이리오너라~" 할려다 걍 관두기로 했다.

문 을 조금 밀고 대구리만 디밀었다.

그리고 계단 위로 고개를 올려본다.

 

그녀가 모임 에서 돌아온 후 분주하게 움직이는게 보인다.

아마 여기 저기 청소 하는 중인가 보다.

갑자기 음악 소리가...(꼴에 팝송 이다.)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가 들려온다.

(따라 부르는 중인가 보다..음정도 하나도 안맞는구만..-,-::)

 

"계세요~"

"녜~ 잠시만요~"

볼륨 소리가 약간 줄어들고 그녀가 고개를 쏙 내민다.

"오셨어요? 올라오세요~"

 

"잘지내셨어요?"

(나야 모 하던거 열심히 하면서 잘지냈지..인터넷두 하구,고스톱두 침시롱~)

"뭐 그럭저럭..근데 액자 거시는 중인가 보네요?"

"녜!이번에 사진을 만들었는데요 친목회원들 인데요.."

 

못 과 망치를 들고 어디쯤 걸을까 하고 생각중인가 보다.

벽 을 손으로 눌러보니 못을 사용 해선 될성싶지 않다.

벽 전체가 석고보드로 쌓여있구만..

 

"보울트가 있어야 할거 같은데요,나사 말입니다.드라이버 하구요.."

"그냥 이쯤 박으면 될거 같은데요.."

(어허~ 박다니? 거 무슨 말씀을 그리 야 하게 하시오~ -,-;;)

 

석고보드 라서 못질 잘못하면 깨진다 그러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도 있다.

설명을 한 후 보울트를 사용 해야 한다고 일러주고 천천히 찾아 오라고 했다.

헌데 가져오는것 마다 작은거만 가져온다.(지가 작아서 그런건지 어쩐지..)

뚤래뚤래 하다가 벽면에 비치된 텔레비젼 뒤 케이스 아래에서 볼트 하나를 뽑아냈다.(ㅋ..)

 

액자를 벽 에 고정 시키고 비로소 액자 안의 사람들을 본다.

뭐 그렇고 그런 아짐마 부대다.

한번 휘둘러 보는데 귀퉁이 가장자리에 눈길이 멈춘다.

어서 한번쯤 본것 같은 얼굴이다.(거차암..어디서 본것 같은데..)

 

"이 분이 누구에요?" 하고 물어 본다.

"아아~ 미용실 하시는 언니에요~"

"미용실 이요?"

"혼자 사는 언니인데요~ 이쁘게 생겼죠?"

(이쁘고 안이쁘고 간에 어디서 본듯 하데니깐~)

 

출처 : 또바기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
글쓴이 : 玟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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