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라면 좋아하시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라면사랑은 유난해서 작년도 1인 평균 76개를 소비해서 과연 압도적인 세계 1위라고 합니다.
남녀노소를 아울러 전 국민이 5일에 한번 꼴로 라면을 드셨다는 뜻이네요.
라면은 대표적인 밀가루 음식이지요.
2014년 식품수급표를 보면 한국인들은 밀로 된 음식을 연간 1인당 32kg 정도 소비하고 있습니다(1일당 87.6g).
이는 밀가루가 전체 하루 열량(1일 약 3070kcal) 중에서 약 10% 이상을 차지한다는 뜻이지요.
밀가루 음식 중에 대표적인 것이 면류인데, 1인당 연간 13.3kg 정도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라면은 면류 중에서도 69%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대표적인 밀가루 식품이지요.

밀가루 식품하면 또한 떠오르는 것이 빵과 과자들입니다.
쌀이나 잡곡류에서 얻는 탄수화물 열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지만, 이런 밀가루 가공식품의 섭취는 점차 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집에서 먹는 밥보다는 간단하게 외식이나 다른 식품들로 식사를 때우는 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쁠 때 밥 대신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고 싶을 때에는
우리는 손쉽게 면이나 빵, 과자 같은 밀가루음식들에 손이 가기 마련입니다.
밀가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
밀가루 음식은 우리에게 매우 가깝게 있는 음식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이 밀가루 음식에 대해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도 그런 분들이 계신가요?
밀가루에 민감한 이들이 호소하는 반응은 다양한데, 대표적으로는 속이 불편한 느낌, 더부룩함, 아랫배에 가스차는 느낌,
메스꺼움, 신물이 나는 느낌, 설사나 변비 등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반응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밀가루에 포함된 글루텐 성분입니다.
글루텐은 밀가루에 포함된 불용성 단백질 성분인데, 밀가루가 물과 함께 반죽이 되면
쫀득쫀득하고 잘 늘어나는 가공하기 좋은 성질을 갖게 되는 이유도 바로 이 성분 때문입니다.
이 글루텐이 우리 몸에 잘 맞지 않는 경우를 ‘글루텐 불내증’이라고 표현합니다.
글루텐에 대한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인데, 이로 인한 증상은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즉각적이고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소화관의 불편감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밀가루만 끊어도 100가지 질병을 막을 수 있다』
(원제:Healthier without wheat) 라는 책의 저자 스티브 왕겐(Stephen Wangen) 은
번역된 책의 제목처럼 글루텐 불내증이 수많은 질병들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피부, 신경계, 근골격계, 면역계, 체력, 관절, 치아를 비롯해 행동과 기분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질환과 연결되어 있는 글루텐
글루텐 불내증이 다양한 질환과 연관될 수 있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글루텐이 소화효소를 통해 분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차적으로는 소장 점막을 손상시켜 영양 흡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외부 항원에 대한 면역장벽기능을 하는 점막의 기능을 떨어뜨려 다양한 형태의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글루텐 불내증을 겪는 환자들이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오직 밀가루와 글루텐을 함유한 다양한 곡물들을 피하고, 가공을 위해 글루텐을 첨가한 수많은 가공식품의
식품표시 정보를 꼼꼼히 살펴서 멀리하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책의 저자는 글루텐을 앓는 사람이 미국에만 전체 인구의 10%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럼 한국인은 어떨까요?
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체질의학(사상의학, 팔체질의학)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드러내는 체질의 환자들을
임상에서 상당히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체질의학에서 밀가루는 오장육부 중에 금(金)의 오행속성을 지닌 폐와 대장의 기능을 강화하는 음식으로 분류합니다.
그래서 폐, 대장 기능이 강하게 타고난 태양인(금양, 금음체질)과 일부 소양인(토음체질), 일부 소음인(수양체질)에서
밀가루음식은 강한 폐, 대장기능을 더욱 강화하여 장부간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그럴 때에 이러한 체질에서 과민반응으로서 비염, 천식,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증상이 잘 나타나기 쉽습니다.
이러한 체질에서 알레르기를 치료하고 예방하는 방법은,
글루텐 불내증 환자와 마찬가지로, 체질에 맞지 않는 밀가루음식을 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폐, 대장 기능이 약하게 타고난 태음인 체질과 일부 소양인(토양체질),
일부 소음인(수음체질)에서 밀가루음식은 체력을 보강하는 좋은 식재료가 됩니다.
이러한 체질에서는 밀가루 음식을 먹어도 알레르기 증상이나 소화기관의 불편한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자신이 밀가루 음식이 잘 맞는 체질인지 아닌지, 글루텐 불내증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체질의학 전문 한의원을 찾거나 병원에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밀가루 음식을 몇 주에서 몇 달 이상 피했을 때의 소화의 불편함이 개선되는지,
컨디션이 개선되는지를 전과 비교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은 이렇게 한동안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고 있다가 다시 밀가루음식을 접했을 때의 반응을 주의깊이 살펴보세요.
이런 자가 테스트를 통해 민감한 반응이 있다면 밀가루 음식들 또는 글루텐 함유 식품들을 피해보시기 바랍니다.
식물 분류상 밀과 가까운 계통에 속하는 곡물들일수록 글루텐 함량이 높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듀럼밀, 카뮤, 스펠트, 외알밀, 호밀, 보리 등이 그러한데,
쌀이나 메밀의 경우는 밀과 종간 거리가 멀고 따라서 글루텐도 거의 없습니다.
재미난 것은 밀가루가 체질에 맞지 않는 태양인(금양, 금음체질)에서는 메밀이 잘 맞는 음식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알레르기가 많은 체질이라면 밀가루 음식 대신
메밀로 만든 메밀묵이나 메밀국수(밀가루가 함유되지 않은)를 즐겨 먹는다면 더욱 건강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