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폐(去蔽)
播糠眯目, 天地易位. 一指蔽目, 太山不見. 糠非能使天地易位,
指非能使太山不見者. 而目受其蔽焉, 則天地之大也, 猶爲其所晦,
太山之高也, 猶爲其所掩. 何以故? 天地太山在遠, 糠與指在近也.
-신흠(申欽, 1566-1628), 〈거폐편(去蔽篇)〉
겨를 키질 하다가 눈에 티가 들어가면
하늘과 땅이 뒤죽박죽이 된다.
손가락 하나로 눈을 가리면 태산도 보이지 않는다.
겨는 천지의 위치를 바꿔 놓을 수 없고,
손가락은 태산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눈이 그 가림을 받게 되면
천지처럼 큰 것도 오히려 어두운 바가 되고,
태산같이 높은 것도 오히려 가리는 바가 된다.
어째서 그런가?
천지나 태산은 먼 곳에 있고,
겨나 손가락은 가까운데 있기 때문이다.
눈에 티가 들어가면 눈을 뜰 수가 없다.
눈물이 나고 따갑다.
두 다리가 멀쩡해도 걸을 수가 없다.
두 눈을 가리면 보이지 않는다.
두 눈을 부릅떠도 마찬가지다.
티를 뽑아내고 가린 것을 치우면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정상으로 돌아온다.
멀쩡한 사람이 뭔가에 가려지는 것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자료출처 鄭 珉 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