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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공세력 VS 종북몰이

또바기1957 2014. 3. 20. 16:12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독해졌다.

공식석상에서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다.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로 생각하고 규제를 확확 들어내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의 말 대로 ‘규제가 정말 원수나 암 덩어리’인지는 차근차근 따져볼 일이다.

그러나 ‘쳐부술 원수’나 ‘암 덩어리’란 섬뜩한 용어를 들으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나 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북한스럽다’거나 ‘북한 중앙조선방송 앵커의 목소리’라는 누리꾼의 반응이 그것이다.

자기 생각과 맞지 않으면 모든 것을 적대시하는 사고방식이 투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었다.

유신독재시절 구중궁궐의 청와대에서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며

‘유신공주’로 살아왔던 시절의 인식이 그대로 배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연 우리사회의 암 덩어리는 ‘규제’뿐일까.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말처럼 국민의 피와 땀으로 가꿔온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암 덩어리는

국가정보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식 어휘로 말한다면” 나라의 건강을 해치는

암 덩어리이자 쳐부숴야 할 구악은 국정원이라고 꼬집었다.

 

박정희 유신독재시절 간첩조작을 일삼던 중앙정보부의 패악질이

40년이 지난 뒤 다시 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이라고나 할까.

빗발치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요구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유감표명과 엄정수사만 되뇌이고 있다.

이른바 ‘만기친람(萬機親覽)형 깨알리더십’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규제 완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규제만 개혁하면 경제가 활성화해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민생이 안정될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규제개혁을 ‘손톱 밑 가시 뽑기’로 비유해

“몇 백 개를 뽑기로 했는데 아직도 뽑지 못한 게 많다.

나머지 가시도 다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규제개혁이라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는 발언에서도 드러나듯이 엉뚱하기조차 하다.

후보시절 내세웠던 ‘경제민주화’는 국민을 현혹시키기 위한 구두선에 불과했던가.

예전의 구호였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로 되돌아갔다.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과 비슷한 ‘474 비전

(4% 경제성장, 성인 70% 경제활동, 1인당 GDP 4만달러)’군사작전식으로 밀어붙인다.

 

 

규제완화는 ‘1% 부자를 위한 99% 서민의 희생’을 강요한다.

경제활성화 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대기업들은 투자나 일자리에 관심이 없다.

천문학적인 현금을 쌓아놓고도 투자에는 소극적이다.

인력을 채용하기 보다는 인력을 줄이는 자동화에 관심이 크다.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되었다.

 

따라서 경제력을 집중시키기 보다는 이를 완화하는 것이 경제활성화의 지름길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금지가 대표적이다.

대기업에겐 규제일지 모르지만 소상인에겐 보호막이 되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도 마찬가지이다.

해제지역엔 빌딩이나 호화판 호텔, 대형 백화점이 들어설 것은 뻔하다.

서민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규제를 원수로 여긴다는 건, 성장률에만 목메어 대기업들 도와주고 서민 죽이겠다는 것 아니냐.”

한 누리꾼의 지적이 정곡을 찌른다.

박 대통령의 ‘규제는 원수’ 발언 이후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이 발표됐다.

그린벨트가 해제된 지역에 대해 추가로 규제를 완화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상업시설이나 공업지역이 들어설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선도지구’를 새로 만드는 등 기업의 지방 이전 및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완화와 지원정책으로 모두 14조원 상당의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주택단지가 아닌

상업시설이나 공업지역이 들어서면 난개발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그나마 청정지대로 남아 있던 곳이 마구잡이로 개발되면 환경이 크게 훼손돼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물론 개발이익은 서민이나 소상공인이 아닌 대기업 차지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발표된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도 마찬가지이다.

이 방안은 ‘재건축 규제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연내에 폐지하고 ‘소형주택 의무공급 비율’도 완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 민간택지 안의 주택 전매제한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축소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경기를 살려 부동산 투자 심리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을 통해 강남 땅 부자들이 다시 부동산에서 엄청난 부를 챙기도록

가가 지원한다는 발상은 정의롭지 않다.

게다가 재건축에 따른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재건축 조합원들이 독식하도록

 

정책을 변경하는 것도 ‘빈익빈부익부’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게 뻔하다.

 

 

모든 규제는 암 덩어리나 원수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서민이 상생할 수 있는 규제는 정의로운 것이다.

일부 재벌에 부가 편중되지 않도록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규제도 필요하다.

국민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복지사회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후손에게 물려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환경규제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규제를 위한 규제나 공무원들의 행정편의를 위한 규제 등 관습적인 악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규제를 원수로 취급하고 쳐부숴야 할 대상으로만 취급해서는 경제민주화는 요원할 것이다.

나쁜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하지만, 좋은 규제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

새로이 등장하는 새로운 불법 탈법 등 부조리를 예방하기 위한 규제는 적극 도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독기서린 말을 들으면서 아버지 박정희가 애용하던

‘발본색원(拔本塞源)’이나 ‘척결(剔抉)’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박정희가 반대세력을 이른바 ‘용공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즐겨 사용하던 관용어이기 때문이다.

 

발본색원은 ‘근본을 빼내고 원천을 막아 버린다’는 뜻이다.

척결은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낸다’는 무시무시한 말이다.

 

박정희는 비판세력을 공산주의에 동조하는(용공) 세력으로 날조하여 탄압하면서

듣기만 해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이러한 용어들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그래서 신문지상에 주먹만한 활자로 보도된 무시무시한 말들은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기관 불법대선개입 역풍을 막아내기 위해 악용한 ‘종북몰이’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유신독재시절의 관용어가 박근혜 시절에 다시 등장할까 두렵기조차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