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4. 17. 목요일
사회부장 산하
마지막 순간까지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공포에 질린 아이들을 위로하고
곧 구조될 거라는 희망을 주던 나이 스물두 살의 여승무원이 있었다.
언니는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승무원은 맨 나중이야."라고 대답했던 그녀는
끝내 우리에게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누구보다 그렇게 해야 할,
어떻게든 사람 하나 더 살리려고 발버둥쳐야 할,
나오더라도 맨 나중에 나와야 할 선장은 일찌감치 구조돼
자기 배가 어떻게 침몰됐는지도 모른다면서 병원에서 젖은 돈을 말리고 있었다.
여학생들이 부모와 떨어진 다섯 살 아이를 그 가녀린 팔로 안고 필사적으로 탈출할 때
그를 돕는 선원들은 적었다.
고등학생이 그 극한 상황에서도 "아기 있어요!"를 부르짖는 동안,
로프를 연결해서 수십 명을 구한 승객은 미처 못 구한 사람들의 얼굴이 어른거린다며
머리를 싸매는데 그 상황을 통제할 선원들, 특히 고급 선원들은 이미 배를 떠나 있었다.
책임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다.
왜 우리에게는 책임을 질 일도 없는 이들이
막중한 책임을 기꺼이 감당하다가 스러져 가는 일이 이다지도 흔한가.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십 리 밖으로 도망하거나
남들 시신 딛고 살아나서는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며 눈알을 굴리는 일이
어찌 이렇게도 자연스러운가.
누군가를 제물로 삼아 분노의 스트레스를 푸는 건 온당하지 않다.
안다. 하지만 문제는 그에서 멈추는 일이지, 분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분노하자. 그리고 이 사건의 원인이 명백하게,
그리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밝혀질 때까지 분노를 멈추지 말자.
'우리 모두의 책임'은 즐겨 '우리 모두의 책임 없음'으로 전화한다.
냉철하게 분노해서 책임을 지울 사람 모두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에 순응하고,
명백한 범죄를 보고도 "에이, 더러운 놈들 잘 먹고 잘 살아라"고 포기하고,
90년대 대참사 퍼레이드의 교훈을 완전히 잊어버린 '우리 모두'에게 그 책임이 돌아올 때까지.
산하
트위터 : @sanha88
편집 : 퍼그맨
'[최신종합뉴스](19) > ˚♡。─-사설·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김무성 외압, 수구세력 이렇게 기득권 확장해왔나? (0) | 2014.06.10 |
|---|---|
| [사설] 참사 후 여객선 안전점검도 부실투성이라니 (0) | 2014.04.24 |
| [산하의 가전사] 신기전으로 이인좌를 잡다 (0) | 2014.03.28 |
| 용공세력 VS 종북몰이 (0) | 2014.03.20 |
| [산하칼럼] 점심시간에 내는 성명서 (0) | 2014.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