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대통령, 님을 이렇게 추모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한인과 미국인의 회고담
DATE 09-08-20 20:14
|
|
|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83세의 일기로 지난 18일(화)에 서거했다.
납치, 망명, 가택연금 등의 고난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 등 길고 험난하게 살아온 영욕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집권 이후 햇볕정책을 명분으로 내세워 북한에 돈을 퍼줬다는 악성 여론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북한과의 평화적 관계개선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을 받아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인물이 된 고 김대중 대통령.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가 한국을 비롯,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달라스 한인회도 분향소를 마련하고 한인들의 추모 행렬을 맞이했다. 분향소가 설치된 달라스 한인회관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목포 북교 초등학교 10년 후배인 김종현 달라스 호남향우회 고문을 만날 수 있었다. 김 고문은 “30년의 이민생활 중에서도 항상 지지했던 정치적 지도자가 서거한 것에 대해 아픔을 금할 수 없다. 타향에서 살지만 언제나 고향을 잊은 적이 없고, 그 중심엔 언제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계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고문이 30년 동안 한국 신문을 빼놓지 않고 스크랩해 오던 것도 모두 고인을 지지하는 마음의 표현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추모객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바가 각각 다를 터. 특별하게 고인을 추억하는 이들도 있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
네 명의 자녀 가족들이 모두 달라스에 거주하고 있어서 달라스를 한번 방문하면 몇 개월씩 머물기도 한다는 한국의 안인홍(71세) 씨는 고향이 목포여서 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 각별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목포 북교초등학교 13년 후배이면서, 전남 신안지역과 목포지역에서 30여년간 교편을 잡았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
“김대중 선생님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후 많은 전라도 사람들은 전라도가 발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안 씨는 김대중 대통령이 목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던 때를 특별히 기억하고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정권 시절 전라도 출신의 퇴역장교였던 김병삼 씨와 김대중 선생님의 정견연설이 목포역 광장에서 있었습니다. 김병삼 씨가 김대중 선생님에 대해 ‘까치처럼 말을 잘한다고 해서 정치를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자신이 가장 적합한 정치인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단상에 올라선 김대중 선생님은 ‘존경하는 김병삼 님, 제게 까치라 칭해주신 것에 대해 영광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 하였으니, 제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라고 응수했습니다.” 당시 목포역 광장을 가득 매운 청중들은 김대중 선생의 재치있는 연설에 환호했고, 이어 그 선거에서 당당히 당선됐다고. “김대중 선생님에 대한 생전 최고의 언변가라는 평가가 하루 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일례입니다.” 안 씨는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적 희생양이 되기도 했고 단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전라도 사람들이 차별 받았던 때도 있었지만 절대 보복하지 않던 정말 훌륭한 분이었다고 덧붙였다. “훗날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적에도 내게는 최고의 지도자였으며, 천국으로 가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고인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 “경제 위기 대처, 언제나 공부하는 모습”
달라스에 거주하는 김상희(44세) 씨는 1980년 5월 18일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광주사람들이 어떻게 학살 당했는지 너무나 잘아는 사람으로서 광주민주화 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사형 선고를 받았던 고인에 대해 정신적 지도자를 잃은 심정이었습니다.” 김 씨는 ‘군사정권은 자신의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정권유지를 위해 반공을 외쳤고, 반대의견을 제거하는데 빨갱이라는 말을 앞세웠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반대선봉에 섰던 이는 빨갱이가 되고 그의 고향은 빨갱이 동네가 된 셈이라는 것. 그런 ‘색깔론’의 희생자였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업적이 사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모든 한국인과 재외동포들도 더 이상 색깔론에 휘둘리는 일이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는 충고와 함께였다. “고인을 지지한 사람이건 아니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존재감은 정말 큽니다. 북한에 쌀을 퍼주고 돈을 퍼줬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전쟁이라는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도 아래 펼쳐진 정책입니다. 물론 그런 본래의 의도가 많이 왜곡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어쩌면 군사정권 하에서 ‘북한괴뢰’라는 반공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에게 ‘햇볕정책’은 설득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저 자신도 북한에 퍼줄 돈이면 한국 복지에 더 힘쓸 것이지 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한다고 해서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저러나 싶었죠.” 그러나 김 씨는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이내 알았다고 한다. 분단이라는 상황에서 이념의 대립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정치적 문제들 앞에서 ‘같은 민족을 보듬어 안으려 노력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속내’를 이제야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분명 다르지만, 그러나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 걸 고인은 증명해준 것이라고 봅니다. 고인에 대한 평가는 경제적 논리만으로도, 혹은 정치적 논리만으로도 따질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김 씨는 ‘고인으로부터 직접 받은 것도 없고 어떠한 해택을 입은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존경했고 지지했다’고 말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그 분이 부도난 나라를 다시 일으키려 고생한 것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3년만에 IMF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고인의 리더십과 경제적 식견, 그리고 외교력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특히 경제적 위기상황을 대처해 나가던 모습과 언제나 공부하는 모습은 항상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런 자세는 지금의 우리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씨는 고인에 대해 ‘진정한 민족주의자였지만 김구 선생과는 다른 느낌의 민족주의자’였다는 자신의 평가를 내비치기도 했다. ○‥ “이제 누가 그를 대신할 수 있습니까”
미국인 중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충격으로 받아들인 경우도 있었다.
UNT에서 물리학 박사과정 중인 미국인 Joshua Wahrmund(30세) 씨는 뉴스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했다. “사실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분단된 작은 나라며, 김치와 불고기가 유명하다는 정도로만 알았죠, 그런데 얼마 전 미국 여기자 두 명이 북한에 억류됐고, 클린턴의 방북으로 석방됐다는 미국뉴스를 접하면서 조금씩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NPR과 CNN을 통해 한국의 노벨 평화상을 받은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많은 사람들이 애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Wahrmund 노벨상을 받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서거한 데에 대한 관심으로 고인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고, 고인이 ‘아시아의 넬슨 만델라’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대해 놀랐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평화정책을 폈던 것에 대해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부친이 독일계라서 통일전의 동독과 서독의 상황과 비교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비교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현 한국 정부와 대화하려 하지 않는 북한이 이해가 되지 않아 관련기사를 더 읽어보면서 그의 평화정책이 최선이었다는 개인적인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전쟁도발도 불사하는 마당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펼친 정책이라야말로 한국을 살린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이죠.” 그런 지도자가 서거한 데 대해 Wahrmund 씨는 안타깝다는 말을 던졌다. “그럼 이제 누가 ‘김대중의 일’을 대신하게 되는 것입니까?” 안미향 기자 jm@wnewskorea.com
![]() |
'[JTBC NEWS](19) > ˚♡ JTBC - 뉴스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9월 12일 뉴송교회에서 오후 8시 개최, 최상의 성악가 대거 출연 (0) | 2009.08.24 |
|---|---|
| 달라스 여행가이드, 텍사스와 한국에 '4만권 배포' 시작 (0) | 2009.08.24 |
| ‘팬 아시안 비지니스 엑스포’ 성황리 열려 (0) | 2009.08.21 |
| “올해는 학용품도 세금 면제 적용된다” (0) | 2009.08.21 |
| 달라스 한인회, 선거관리위원 명단 발표 (0) | 2009.08.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