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달래는 순서 / 김경미
토란잎과 연잎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토련(土蓮)이라고도 한다
큰 도화지에 갈매기와 기러기를 그린다 역시 거기서 거기다
누워서 구름의 면전에 유리창을 대고 침을 뱉어도 보고 침으로
닦아도 본다
약국과 제과점 가서 포도잼과 붉은 요오드딩크를 사다가 반씩 섞어
목이나 겨드랑이에 바른다
저녁 해 회색삭발 시작할 때 함께 머리카락에 가위를 대거나
한 송이 꽃을 꽂는다 미친 쑥부쟁이나 엉겅퀴
가로등 스위치를 찾아 죄다 한줌씩 불빛 낮춰버린다
바다에게 가서 강 얘기 하고 강에 가서 기차 얘기 한다
뒤져보면 모래 끼얹은 날 더 많았다 순서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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