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밝은 밤. 사랑채에는 홍판서와 홍판서의 첩 월매가 그들의 아들 길동이를 바라보고 있다.
길동이는 서러운지, 차가운 달빛을 온 몸에 맞은 채 울먹이고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다니. 아 왜 저를 낳으셨나요? 흑흑”
길동의 어머니 월매는 아들의 그런 우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아들에게 평생의 한이 되는 출생의 굴레를 씌어 놓은 것 같은 죄책감에
그녀는 흐느껴져서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한 두 모녀의 울음을 말없이 지켜보던, 홍판서는 마침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길동아. 오늘 하루만. 나를 아버지라 부르거라.”
이 말을 들은 길동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 것이 살아온 열여덟 평생의 소원이었다.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것인가?
길동이가 감격에 겨워 입을 열려고 할 때, 옆에서 울던 월매가 나와 길동이의 말을 끊었다.
“아니되옵니다. 나라에는 국법이 있는 법. 어찌 사사로이 국법을 어기시려 하시옵니까?”
길동은 다시 한 번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의 소원이 아버지를 불러 보는 것임을 뻔히 아는 어머니가 저런 말을 하시다니.
황당하고, 어이없고, 슬펐고, 서러웠다.
이러한 감정들은 잠시 후 분노로 변했다.
어머니에 대한 분노로.
길동이는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분노를 삭혔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소자는 떠나겠습니다. 찾지 마십시오.”
길동이는 맨발로 마당으로 뛰쳐나와 자신의 다리를 붙잡는 어머니를 뿌리치고 길을 떠났다.
인간 홍길동!
길동은 그날 이후 삐뚤어졌다.
길동이 삐뚤어졌다고 해서, 어디 골목길에 숨어서 침이나 뱉고 지나가는 행인들 삥이나 뜯는
양아치가 됐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기에는 그가 가진 재능이 너무나 탁월했다.
그는 어머니인 월매를 닮아 아주 준수하게 생긴데다가, 좋은 집안에서 자랐다는 티를 팍 내는
화려한 교양과 매너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다 오랜 기간 산속에서 훈련하며 얻은
왕자 근육의 소유자였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여성을 우려먹는 제비가 되었다.
(어째 좀 내용이 어색해지는것 같다.)
제비 홍길동! 영등포쪽 밤모임(나이트클럽)에서나 들어 봤음직한 이름이었지만,
그의 명성은 곧 조선 3천리 금수강산에 퍼져 나갔다.
그는 겉으로 들어나는 외모와 매너라는 매력 이외에 여성을 사로잡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산속에서 배운 무술을 활용한 방중술이었다.
몸에 들어온 독약을 제거하기 위해 익힌 “빨고 - 뱉고 - �기” 3단계 기술은
여성의 가슴과 몸을 애무하는데 사용되었고,
하늘에서 날아오는 많은 암기를 동시에 잡아내기 위해
익힌 “1초에 30번 팔 움직이기 기술”은 여성의 온몸을 1초에 30회 이상 쪼몰딱거리는데 이용되었다.
무엇보다 그의 명성을 드높인 기술은 분신술이었다.
동시에 3명 이상의 여성과 관계를 맺거나, 한명의 여성에게 3명의 길동이가 달라붙는 기술은
조선 팔도 제비계에 듣도 보도 못한 방중술 이였으며, 동서고금의 역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최고급 멀티플레이 기술이었다.
길동은 여자를 사랑했다.
아버지가 없다는 존재에 대한 소외감과 어머니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랑에 대한 허탈함은
여성과 합체되어 있으면 곧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여자에 대한 사랑은 어른 아이 가리지 않았으며,
처녀, 아줌마, 할머니를 구분하지 않았다.(너무 심한건 아닌지..)
여자들 역시 길동이를 사랑하였다.
그와 관계를 맺지 않은 여성들은 길동이를 한번 만나 보는 것이 소원이라 하였고,
그와 관계를 맺은 여성들은 홍길동의 홍자만 들어도 아래쪽이 축축하게 젖어 버리고는 했다.
(후에 러시아의 파블로프라는 과학자는 이러한 홍길동의 사례를 연구하여
조건반사라는 이론을 정립하게 되었다는 믿을 수 없는 소문도 있다...아님말고..)
길동이는 관계를 맺은 여성의 머리맡에 무궁화 한송이를 놔두는 특이한 버릇이 있었다.
이것은 길동이보다 먼저 제비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선배 제비 일지매를 흉내낸 것이었다.
제비 일지매! 후세에 홍길동에 가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조선시대 최고의 바람둥이였으며, 여성과 관계 후 여성의 근처에 매화가지를 놓고 사라지는
초절정 무예의 소유자였다.
일지매에 대한 일화는 아색기가의 작가 양영순씨가 자세히 묘사해 놓은
것이 많기에 참고하기 바란다.
(하나만 올린다. 나머지는 돈 내고 사서 봐라.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다.)
세월은 흘러 길동이가 집을 나온 지, 어느덧 몇 해가 지났다.
길동은 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길동이의 가출을 말리던 어머니의 그 슬픈 눈물이 생각나
당장이라도 뛰어가고 싶었지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 것을 말리던
어머니의 그 모습도 생각나 망설여지고는 했다.
그렇지만 피는 미움보다 진한 것. 길동이는 어머니를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늦은 밤. 길동이가 집에 갔을 때, 어머니가 기거하는 사랑채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길동이는 절정의 무술로 아무도 모르게 집안으로 숨어 들어가 방문 앞에까지 삽시간에 이동했다.
그리고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그는 깜짝 놀랐다.
이불 덮고 누워 있는 어머니 옆에서 복면을 쓴 한 남자가 바지를 벗고 있는 것이었다.
“누구냐?” 길동은 나지막하고 단호하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바지를 벗던 남자는 화들짝 놀라더니 도망가려고 했다.
상황을 순간 짐작한 길동은 순간 분노했다.
어머니를 능욕하려 하다니. 길동은 등 뒤에 맨 칼을 꺼내 그 남자의 목으로 찔러 들어갔다.
그런데 복면을 쓴 그 남자의 손은 생각보다 빠른 것이었다.
그 남자는 허리를 낮춰, 길동이의 칼을 피하고는 길동이의 다리를 발로 찼다.
번개 같은 솜씨였지만, 길동이는 천하무적의 고수였다.
길동은 재빨리 남자의 다리를 피하고, 몸을 돌려 그 남자의 목에 칼을 밀어 들어갔다.
복면을 쓴 그 남자는 아래 떨어진 자신의 옷에서 재빨리 나무 가지 하나를 꺼내 길동의 칼을 막았다.
매화가지였다.
“일지매!”
길동의 눈은 번뜩였다.
한번 만나 자웅을 겨뤄 보고 싶었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길동은 더욱 칼을 날렵하게 움직여 복면의 남자에게 휘둘렀다.
잠시간의 사투 끝에 길동이의 칼이 일지매의 목 위에 놓이게 되었다.
길동의 승리였다.
“네가 일지매인가?”
길동은 복면의 남자의 목에 놓인 칼에 힘을 넣으며 물었다.
“맞다.”
“흐흐 언제 한번 보려고 했는데, 여기서 만나는구나.
좋은 자리에서 만났으면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 어머니를 욕보이려 했기에 살려 둘 수 없다. 죽어라.”
길동이 힘을 주자, 남자 위의 칼은 더욱 일지매의 목 안쪽으로 조금씩 들어갔다.
“우리 어머니? 네가 홍길동이냐?”
“어디다대고 반말이냐?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죽어라.”
“윽. 네가 길동이였구나.”
“너도 내 명성을 들었나 보구나. 그렇지만. 죽어라.”
길동은 칼에 힘을 주었다.
한 끗만 밀리면 일지매의 목은 바닥으로 분리될 상황이었다.
“길동아.”
“말 많다. 추하구나.”
“길동아.. 내가.... 너의... 아버지이다. (I'm your father)"
“이런. 무슨 개소리냐?”
“너희 어머니에게 물어 봐라. 내가 너의 아비다.”
길동은 반신반의 했지만, 일단은 어머니를 불렀다.
이들은 워낙 초고수들인지라 월매는 별다른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고 잠들어 있었다.
“어머니”
반가운 아들의 목소리를 듣자 월매는 눈을 떴다.
그리고 애정 가득한 눈으로 길동이를 쳐다 봤다.
몇 년 만의 모자 상봉이던가. 그렇지만 상황은 매우 난감했다.
한 남자는 바지를 벗고 있었고, 길동은 그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으며,
바지 벗은 남자는 자신이 길동의 아버지라고 말을 하고 있었으며,
길동은 그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대강 상황과 분위기를 눈치 챈 월매는 두 사람의 얼굴을 한참동안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조용히 길동이에게 말을 꺼냈다.
“길동아.”
“네. 어머니.”
“그 칼을 내려 놓거라.”
“네?”
“저 분. 일지매이시다.”
“압니다. 그러기에.. ”
“저 분. 너의 진짜 아버지이시다.”
어쩌면 그 순간 길동의 머리에 쿵하는 소리가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길동은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라니. 그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내 아버지는 홍판서가 아닌가?
길동은 충격으로 칼을 떨어뜨렸다.
아. 이게 무슨 기구한 운명이란 말인가.
홍판서를 아버지라 부르는 것을 말렸던 이유가 이것이었단 말인가?
길동은 자신의 인생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길동은 다시 그 방을 뛰쳐나갔다.
길동은 더욱 더 삐뚤어져갔다.
뒷이야기 1 : 삐뚤어진 길동은 후에 율도국이라는 나라를 세워 자신만의 할렘을 만들었다.
뒷이야기 2 : 일지매의 성은 고씨였다.
(홍길동은 훗날 깨달은 바가 있어 아버지의 성을 따서 고길동이라 이름을 바꾸었다.)
뒷이야기 3 : 율도국에서 키우던 애완동물 중에 둘리, 또치, 도우너라는 동물들이 있었다.
(삐뚤어진 고길동은 이 동물들을 상당히 갈궜고, 이 이야기에 후세의 만화가가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소문이 있다.)
뒷이야기 4 : 스타워즈란 영화의 모티브는 홍길동이야기에서 가져온 것이다.
뒷이야기 5 : 정말 글 안 써진다. 보통은 한달음에 쓰고 퇴고도 안하는 편인데, 이건 정말로 안 써져서
중간에 포기하려고까지 했다.
(결국 써 놓은 한 페이지가 아까워 마저 쓰긴 했는데,
정말 안 써질 때는 쓰지 말아야겠다. 아후~! 모리 아포듀꺼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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