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가 이른바 ‘문재인케어’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파탄”이 걱정되고 “환자의 선택권이 침해된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정부가 더 많이 부담하여 보장성을 강화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정책은 온 국민이 기다려온 정책인데
이를 다른 사람도 아닌 의사들이 반대하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급여로 전환시키겠다는 비급여진료행위는 무려 3800여종에 이른다.
특히 가족 중 중증환자가 발생하면 아무런 보장 없이 최소 월 24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했던 간병비 등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겠다는 정책은
환자가족들에게 더할 수 없이 기쁜 일이다.
이에 반해 의사협회의 주장은 의사들의 이익에만 지나치게 치중하여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지출하는 총의료비가
OECD평균에 못 미치지만 본인 부담비율은 OECD평균의 두 배다.
즉 정부가 책임지는 부담률이 OECD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또 건강보험보장률이 낮아 국민 1인당 평균적으로 건강보험료보다 민간보험료를 세배나 더 내고 있다.
건강보험보장성을 더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은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근거도 충분히 축적됐다.
의사협회는 미래 어느 시점에 일어날지 모르는 건강보험재정파탄을 반대의 근거로 제시했다.
내년 예산안만 보면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편성 당시부터 건강보험법에서 정한 국고지원비율인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 지원조차 반영하지 않았고 그보다 무려 2조원이나 낮게 잡았다.
야당들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기에 2천2백억원을 더 삭감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고갈 위험 때문에 보장성을 높이지 말아야한다는 주장은
얼핏 보면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이 역시 반대를 위한 논리일 뿐이다.
삭감 절차와 과정을 봐도 건강보험 재정고갈 위험은 정치권과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은 부족한 재원을 흑자재정에서 조달하고 부족한 부분은 국세에서 충당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보험료를 평상시보다 더 많이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지켜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벌써부터 파탄이니 고갈이니 하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장할 이유가 없다.
물론 의사들이 격렬히 반대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계속된 의료체계의 붕괴가 영세한 병원들을 파산으로 이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규모를 갖춘 병원도 고가의 영상장비 등 비급여 항목으로 수익구조를 창출해온
기형화된 속사정까지 살펴보면 이들의 하소연이 얼토당토 없는 말로 평가할 수 없다.
게다가 의대 입학에서 전문의가 될 때까지 들어간 수억원대의 교육비와 병원설립비 전부를
개인에게 부담시켜온 과정을 생각하면 비급여 진료를 통한 불안정한 수익모델마저
건강보험체계 안으로 편입시킴으로서 발생할 손실이 걱정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의사협회와 대화를 하겠다고 하니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라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건실한 의료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의사들이 거꾸로 팔을 걷어붙이는 것이 바른 태도다.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은 사실 보건의료개혁에서 시작에 불과한 표피적인 대책이다.
본질은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이며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는 발상의 전환이다.
로마시대 철학자인 플루타크는 “빈부격차가 대중에게 가장 큰 질병”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놀랍게도 2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플루타크의 경고는 여전히 현실이다.
사는 동네에 따라 수명이 다르고 정규직 여부, 소득수준, 학력수준에 따라서
건강상태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통계로 확인됐다.
정부가 첫발을 떼었으니 차제에 정부와 의료인들, 정치권이 협력하여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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