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6 20:45:57
지금은 시민혁명 중이다.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은 시민혁명 중 첫 관문을 통과한 것에 불과하다.
이 중차대한 상황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마치 시민혁명이 완성된 것처럼 개헌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여야 3당은 12일 국회에 개헌특위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그 다음날인 13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이종걸‧박영선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의원 30 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지금 우리 국민과 역사의 명령은 낡은 틀, 낡은 제도, 낡은 시스템과 결별하라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한을 없애고 주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개헌론을 펼쳤다.
손학규 전 대표의 이러한 개헌론에 김종인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김부겸 의원이 합세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도 지난 15일
“이 제도(대통령 5년 단임제)하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또다른 최순실 사태가 생긴다”며 개헌론에 가세했다.
이들은 탄핵소추의결로 촛불혁명이 다 끝난 것으로 간주하고 촛불민심을 자신들의 대권놀음에 악용하고 있다.
개헌은 물론 필요하다.
‘1987년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의 원하는 대한민국의 그림에 맞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개헌은 때가 있다. 지금은 시민혁명 중이다.
아직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지 않고 있고,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지도 못했다.
개헌은 촛불혁명이 완성된 후 혁명의 주체세력인 국민의 요구를 수렴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지
혁명의 주도세력이 아닌 정치인이 자신들의 대권놀음에 악용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현재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의 원인은
현행 헌법상의 ‘제왕적 대통령’ 제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같은 헌법 아래서 대통령직을 수행한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한 적이 있는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비선실세에게 위임한 적이 있는가?
두 전직 대통령이 권력을 악용하여 재벌들로부터 돈을 갈취하여 비선실세로 하여금 나누어 준 것이 있는가?
국민이 죽어가는 데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한가로이 머리를 올리고 있은 적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헌법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인 권력행사의 결과라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범죄는 ‘낡은 헌법’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개념이 없고 민주공화국에 대한 인식이 없이
오로지 사익만을 추구한 박근혜 대통령 개인과 그 부역자들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도 때문에 최순실 사태가 발생했다’라는 손학규 등 개헌론자들의 주장은
자칫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파괴한 범죄자 박근혜 대통령과 그 일당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민들이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온 이유는 고작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촉구하기 위함이 아니다.
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국정농단의 주범인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반듯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다.
탄핵소추 의결은 촛불혁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의 끝에 불과하다.
시민혁명의 긴 여정 중 제1차 승리에 불과하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하는 절차인 탄핵결정이 남아 있다.
국민의 91%와 국회의원의 78%가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였다고 하여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게 탄핵결정을 할 것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이 보수인 인사이고, 그중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 3명이 그 법정에 앉아있다.
이들은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을 파괴했다고 평가되는 ‘통합진보당 해산판결’에 가담한 자들이다.
탄핵심판 사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채명성 변호사가 11월 22일 한 토론회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20-30%까지 올라간다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결정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한 바 있다.
촛불이 사그라들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면
헌법재판소는 언제든지 국민의 의사와 다른 ‘엉뚱한 판결’을 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게 탄핵결정을 할 때까지 주권자인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은 제2차 승리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주말 촛불집회가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려 시민들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이 난다고 시민혁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촛불이 시민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국정농단세력에 대한 단죄가 필수적이다.
검찰수사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과 안종범 등과 공모하여
직권남용죄, 강요죄, 공무상비밀누설죄를 범한 것은 일부 밝혀졌으나, 정작 중요한 범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세월호 7시간, 박근혜와 최순실의 뇌물수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직권남용과 우
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등에 대한 수사는 특검의 몫이다.
특검이 이러한 의혹을 밝혀, 박근혜 일당과 그 부역자들을 형사처벌이 이뤄질 때 촛불의 제3차 승리가 될 것이다.
다음에 해야할 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4년 동안 어지럽힌 국정농단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다.
온 나라를 국정원 손아귀에 넣도록 한 테러방지법을 철폐해야 하고,
남북의 교류협력과 통일의 상징임에도 대통령 말 한마디에 폐쇄되어버린 개성공단을 부활시켜야 한다.
굴욕적인 위안부 협상과 한일군사정보협정을 무효화시켜야 하고,
‘아버지 대통령’에 대한 제물에 바쳐진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
성과연봉제 등 노동악법을 개정해야 한다.
권력의 국정농단에 부채춤을 춰온 언론과 권력의 주구 노릇할 검찰도 개혁해야 한다.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각종 적폐를 청산하였을 때 제4차 승리를 하는 것이고,
비로소 2016년 11월 촛불은 시민혁명으로 승화될 것이다.
촛불혁명은 아직 과실을 맺지 않았다. 이제 꽃망울이 피고 있을 뿐이다.
‘지금 개헌하자’는 주장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길이 아니라 촛불에 찬물을 끼얻는 것이다.
광장은 아직도 촛불을 원하고 있다.
박근혜를 퇴진시켜야 하고,
박근혜와 그 일당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해야 하며,
그들이 남겨놓은 적폐에 대해 대청소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제2의 박근혜’가 탄생할 수 있다.
4․ 19 혁명, 6월 항쟁이 이를 보여주었다.
시민혁명 중에 느닷없이 개헌을 외치는 자는 원하든 원치않든 시민혁명의 ‘반역’이고,
또다른 ‘박근혜 부역자’들이라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