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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의 반지성주의 | 문화] 기도로 임신? 불륜 목사의 거짓말까지 맹신하는 신도들…

또바기1957 2016. 10. 28. 15:41

기도로 임신? 불륜 목사의 거짓말까지 맹신하는 신도들… 누가 그들을 바보로 만들었나?

 

 

지난 17일 KBS2 TV ‘제보자들’ 방송 화면. 이날 방송에선 불륜 목사와 관련한 사연이 방송됐다.
지난 17일 KBS2 TV ‘제보자들’ 방송 화면. 이날 방송에선 불륜 목사와 관련한 사연이 방송됐다.ⓒ방송화면 캡쳐

지난 17일 KBS2 TV ‘제보자들’에선 교회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남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1997년 결혼한 그는 아내가 목사와 함께 속옷차림으로 있는 모습을 보는 등 불륜의 정확을 포착했고,

17살 아들이 유전자 검사결과 목사와 친자 관계가 성립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일치한다는 과학적 결과를 두고서도 목사는

“아무리 제가 시인을 하고 싶어도 기도한 것 외에는 없다. 불륜 관계가 아니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이 말에 거의 공감한다”“하나님에게 기도한 것이 ‘하나님 왜 하필 저입니까’라는 것이다.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십일조 내지 않으면
암에 걸린다는 목사의 말에도
신도들은 ‘아멘’

 

남자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가 결합해 임신 기간을 거쳐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다는 사실은

초등학교 수준의 과학적 지식을 가진 이들도 아는 상식이다.

이런 초등학생 수준의 상식조차 속여 가며 거짓말을 한 목사의 주장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건 이런 상식에 벗어나는 목사의 주장을 맹신하고 있는 신도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을 통해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해당 교회는 페이스북에

“DNA 검사결과 99.99%(일치)라는 것은 동정녀 탄생밖에 없다. 남녀가 결합해서는 99.99%가 있을 수 없다”는 글이 올라왔다.

 

“저희 성도들은 우리 목사님을 믿기 때문에 누가 뭐라 그래도 우리는 요동하지 않는다”는 글도 올라왔다.

불륜을 가리기 위해 ‘성령 잉태’, ‘동정녀 탄생’이라는 신을 향한 모독에 가까운 주장을 펼쳤음에도

아무런 의심 없이 맹신을 하는 것이다.

신도들은 왜 목사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맹신하는 것일까?

누가 그들을 바보로 만든 것일까?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그는 지난 2010년과 2014년  “십일조 안 하면 구원 못 받는다”, “십일조 내지 않으면 암에 걸린다”는 설교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그는 지난 2010년과 2014년 “십일조 안 하면 구원 못 받는다”, “십일조 내지 않으면 암에 걸린다”는 설교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방송화면 캡쳐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의 배경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목사 말이면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는 한국 개신교의 ‘반지성주의’와 ‘성직자 권위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신도들은 늘 교회에서 목사의 가르침에 무조건 순종하라고 배운다.

목사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것이 곧 믿음이고 신앙이라고 여긴다.

때문에 신도는 이치에 맞지 않는 목사의 주장조차도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

목사의 일방적 권위주의는 교회 안에서의 자유로운 토론을 막아버린다.

모든 것은 목사의 주장대로만 이뤄지고, 목사가 비리를 저지르고, 심지어 범죄를 저질러도 맹신한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십일조 안 하면 구원 못 받는다”, “십일조 내지 않으면 암에 걸린다”는

말도 안 되는 설교에도 신도들은 ‘아멘’을 외쳤다.

 

이른바 ‘빤스’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전광훈 목사 사례는 목사의 주장에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한국 개신교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05년 1월 전광훈 목사는 약 2000명 목사가 참석한 집회에서

“여집사들은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 빤스(팬티) 벗으라면 다 벗는다,

목사가 벗으라고 해도 안 벗으면 내 성도가 아니야”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정 목사의 이 발언엔 ‘빤스를 벗으라’는 말도 되지 않는 일조차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믿는

개신교 신도들의 순종적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개신교의 전래와 함께 시작된
반지성주의의 오랜 역사

 

목사의 말에만 무조건 순종할 것을 강요당하면서 이성과 지성은 마비된다.

이런 개신교의 반지성주의는 한국 개신교의 전래 과정과 연관돼 있다.

 

천안살림교회 최형묵 목사는 지난 1998년 개신교 잡지인 ‘샬롬’에 쓴 ‘한국 교회 반지성주의의 뿌리’라는 글을 통해

“초기 한국 교회 선교사들의 근본주의 신학이 그 기원이다.

1890년대, 본래 자급교회, 자립교회, 자립선교의 정신을 구체화한 이른바 ‘네비우스 선교정책’과 더불어 수립된

선교사들의 신학교육 원칙은 한국 교회의 반지성주의의 역사적 기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선교사들은 한국 교회 교역자들의 자격 조건으로,

‘첫째 성신 충만한 사람, 둘째 기독교의 근본적 사실과 신조를 철저히 믿는 사람,

셋째 어떤 고난도 참아낼 수 있는 인내의 인간’을 제시하면서,

이들을 위한 신학교육의 수준을 ‘일반교인보다는 높고,

선교사들보다는 낮은 중등정도의 교육’이라고 확정하였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2016 서울광장 동성애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북을 치며 동성애 반대 연합기도회를 열고 있다.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2016 서울광장 동성애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북을 치며 동성애 반대 연합기도회를 열고 있다.ⓒ양지웅 기자

 

이렇게 한국 개신교에 전해진 근본주의 신학은 오늘날까지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일반교인보다는 높고, 선교사들보다는 낮은 중등정도의 교육’은

목회자들조차도 지성과 이성을 바탕으로 사고하고, 신학적 고민을 막아버렸다.

성서에는 일점일획도 오류가 없다는 축자영감설을 맹신한다.

수십억 년이 훌쩍 넘는 지구의 역사가 6천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창조과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서슴없이 하고 있다.

성서의 참뜻은 왜곡되고 신앙과 교리는 ‘예수천당 불신지옥’으로 단순화된다.

그리고 그렇게 단순화된 신앙은 나만 옳고 다른 이들은 틀리다는 아집으로 굳어진다.

 

“하나님이 우리를
이성적인 존재로 만드셨는데,
우리에게 주신 인간성을
우리가 부인해서야 되겠습니까”

 

‘반지성주의’는 ‘혐오’를 바탕으로 하는 극우주의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다.

한국 개신교가 극우 반공세력과 손잡고 보수권력을 위한 충실한 도구로까지 활용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역사를 왜곡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사드 배치도,

노동자들을 해고의 나락으로 몰아넣는 노동개악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덮는 것도,

성소수자를 향한 맹목적인 혐오도, 심지어 미국 대선에서

성추문과 각종 막말로 인해 논란을 빚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도

아무런 의심 없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기고 주변에 전파한다.

 

지성이 사라진 맹신은 세상은 물론 자신까지 파괴한다.

자신은 하나님의 뜻을 전파한다고 믿고 있지만 결국은 악의 도구로 활용될 뿐이다.

참된 신앙은 지성과 이성의 힘, 생각의 힘에 바탕을 둬야 한다.

성공회 사제로서 개신교 복음주의의 거목으로 꼽히는 존 스토트는 책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에서

개신교의 반지성주의에 대해 이렇게 경고한다.

 

“일부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퍼져 있는 오늘날의 반지성주의 풍조는 이제 악으로 간주될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반지성주의는 절대로 참된 경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 풍조의 일부분이며 세속성의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

지성을 모독하는 것은 기독교 기본 교리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이성적인 존재로 만드셨는데, 우리에게 주신 인간성을 우리가 부인해서야 되겠습니까.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데,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