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0 09:40:10
"한국은 북한이라는 존재가 있는 한 우리의 영원한 핵심 고객이다"
미국 방위산업체(방산업체) 주변에 널리 펴져 있는 정설이다.
말이 고객이지 시쳇말로 하면 '호구'와 '고객'의 합성 신조어인 '호갱'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호구'라고도 불린다.
북한에서 날아올 수 있는 날벌레(미사일)를 막기 위해
하늘 층계별로 촘촘히 거미줄(미사일방어)을 쳐야 한다는 논리가 득세한다.
이들 북한발 미사일이 남한 목표물로 떨어지기(종말 단계) 전 고도 약 40km에서 150km 범위에서
'사드(THAAD)'라는 거미줄을 쳐야 한다는 주장이 이제는 버젓이 관철되었다.
북한이 그보다 낮은 고도의 단거리 미사일을 놔두고
왜 그렇게 높은 고도로 발사하느냐는 기초적 의문은
'안보' 논리에 묻혔다.
수도권은 방어도 못 하게 왜 하필 성주에 배치하느냐는 의문도
"수도권은 좀 낮은 단계 요격 미사일인 PAC(패트리엇)이 담당하면 된다"고 어물쩍 넘어간다.
'북한의 신형 방사포나 단거리 미사일도 최소 천여 발이 넘는데,
사드나 PAC(패트리어트)로 어떻게 다 방어하느냐'는 의문엔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기상천외한 답이 돌아온다.
사드 도입이 확정되자, 이제는 "SM-3도 구매하라"는 군불 떼기가 시작된다.
이왕 다층적(?) 방어하는 김에 요격거리도 한 500km 되고 방어 고도도 150∼500㎞로
사드(40∼150㎞)보다 훨씬 높은 SM-3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호갱'에 대한 '후려치기(사기라고는 표현하지 않겠다)' 기술이 사드 판매 방식과 너무 똑같다.
좀 더 고급 제품이고 가격도 높은데, 얼마나 만만하면 판매 방식은 그대로일까 하는 것이다.
SM-3 요격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는 장면ⓒ레이시온사 공개 사진
'바다의 사드' SM-3, 미 국방부 “한국에 불필요” 이미 결론
우선, 사드 판매와 같은 '꼬드김' 기술이 먼저 발휘된다.
사드 판매 때의 "철지난 PAC-2 갖고 있는데, PAC-3나 사드가 필요합니다"라는 바로 그 기술이다.
이번엔 "겨우 150km 나가는 SM-2 갖고 있는데, 신형 SM-3 도입하셔야죠, 다층 방어하셔야죠"이다.
이미 배치가 결정된 사드도 자국 정부 기관 등에서는
"한국은 너무 종심(사거리)이 짧아 필요 없다"고 했으나 판매에 성공한 바 있다.
지금 미 방산업체가 팔아먹으려고 나선 SM-3도 마찬가지다.
1999년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MD)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해상 미사일방어체제(MD)로는 해안 시설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나,
내륙의 시설이나 인구 밀집 지역을 방어하는 데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해상 MD는 저고도로 날아오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한국의 3분의 2를 방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참고로 SM-3는 주로 이지스함 등 전함에 장착되는 요격용 미사일이다.
'바다의 사드'라고도 불리는 해상 MD인데, 미 국방부가 한국에는 필요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한국 국방부의 초기 '시침 떼기'도 사드와 똑같다.
2014년 5월,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SM-3와 같은 무기체계는 우리군의 목표가 종말단계 하층방어가 목표인데 이 종말단계 하층방어를 넘는 수준이다.
SM-3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과거에도 밝혔다"고 시침을 뗀다.
사드 시침 떼기와 거의 토시 하나 안 틀린다.
그리고 사드와 마찬가지로 이것은 진실이다.
하지만 곧이어 이 진실을 갈아엎는 미 국방부 수뇌부들의 '알박기'가 시작된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2일, 한국국방연구원 주최 국방포럼 강연에서
"사드는 중첩 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라며 "지속적인 패트리엇 미사일 증강은 중첩 미사일방어체계에
큰 힘이 될 것이고 해상 요격능력 또한 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 요격 능력 즉, SM-3 필요성에 알박기를 한 것이다.
이쯤 되면 사드 논란이 한창이던 2014년 6월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던 커티스 스캐퍼로티 사령관이
같은 국방포럼 강연에서 "사드는 미국 측에서 추진하는 사항이고 내가 전개를 요청했다"고 나서
판세(?)를 바꾼 장면이 떠오른다.
미 국방부 수뇌부가 알박기에 나서면 한국 국방부 관계자들은 슬슬 말을 바꾸면서 '군불 떼기'에 나선다.
지난 2일, "군 관계자는 '사드 배치에 이어 SM-3를 도입하면 중첩 미사일방어체계를 완성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신형 이지스함의 성능을 고려해도 SM-3를 도입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이유이다.
이어 16일에는 "한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한 한미 양국 군 당국이
곧 한국군의 SM-3 도입 방안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분위기(?)를 띄운다.
'전혀 필요 없다'에서 '논의해 보겠다'로 '돌려치기'하는 모습이 사드 도입 때와 소름 돋도록 똑같은 판박이다.
사드 발사대 1기 모습. 총 6대의 이 발사대가 사드 한 개 포대를 구성한다.ⓒ미 미사일방어국 공개 사진
총 2조 원 소요되는 SM-3 도입, 사전준비한 국방부
이렇게 군불을 떼면서도 한국 국방부는 어김없이 시침을 뗀다.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SM-3 도입에 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불과 2년 만에 한국 국방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로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발 빼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드 도입이 결정된 사실을 보면 SM-3 도입은 불문가지다.
한국 해군은 이미 차기 이지스함 3척을 건조하면서 이 SM-3 요격 체제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통합전투체계인 '베이스라인9'를 장착하기로 계약했다.
여기에 미국 레이시온사의 제품인 SM-3 요격 미사일을 장착하라는 것이다.
한 발당 150억 원이 넘는 SM-3를 이지스함에 다 도입하려면 거의 2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이 예상된다.
사드야 그래도 주한미군이라는 한 다리를 걸치고 도입한다고 했지만,
SM-3는 직접 구매해서 신형 이지스함에 도입하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태평양을 건너오는 미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이미 잘 짜인 '고스톱판'을 보면서 술잔이나 기울일 법하다.
"알아서 착착 사 가는데, 뭘 애써 팔려고 해"라는 웃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