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가 청와대 오찬을 함께 했다.
‘친박(친박근혜)’ 일색으로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가 꾸려진 이후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바와 같이
새누리당 새 지도부와 대통령의 첫 대면은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줬다.
박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는 만나자마자 일체감을 과시했다.
박 대통령은 당정청이 하나가 되자고 역설했고, 이정현 대표도 일체가 되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왕의 남자’로 불렸던 사람답게 집권당의 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게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충심을 표현했다.
이날 이 대표는 “집권세력, 여권세력의 일원으로 책무를 꼭 할 것을 다짐을 드린다”는 말로
앞으로의 새누리당이 나아갈 길을 밝혔다.
당정청은 일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부나 여당의 역할을
정부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규정한 이정현 대표의 화답은
박근혜 정부 집권 후반기가 더 협소한 외길 정치를 향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의 첫 만남에서부터 새누리당은
다름 아닌 ‘박근혜당’임을 스스로 공언한 꼴이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과 심복 당 대표의 찰떡궁합을 마냥 좋게 바라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어디까지나 그들끼리의 단합일 뿐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친박 공천 밀어붙이기에 심판을 내렸던 총선민심은
이미 지나간 옛일이라는 태도일 뿐만 아니라 여소야대라는 엄연한 현실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럴수록 우리가 똘똘 뭉치자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날 이 대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의 회동에서 개각을 논하면서도
당장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최대 현안은 마치 없는 일인 양 취급됐다.
앞으로 두 사람이 몇 번을 만나든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할 이야기는 입 밖에 꺼내지도 않을 것이다.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 대등한 당청 관계를 표방하고도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일인 독주였다.
당 대표 이하 어느 누구도 결국 집권 기간 내내 대통령의 눈치 살피기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정청 일체를 내건 이정현 대표 체제가 이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민심을 대변하는 공당의 길에서는 더 멀어지고
오로지 청와대의 뜻을 받들어 집행하는 친박 정당의 길에 들어섰다.
아무쪼록 대선 때 딴 소리 하기 없기만을 바란다.
당정청은 한 몸이라는 소신을 당장 굽힐 생각이 없다면
그대로 박근혜 정권의 공과와 함께 심판 받는 우직함이라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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