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총선 이후 4개월 만에 소폭의 개각을 실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내정됐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환경부 장관에는 조경규 국무조정실 2차장이 발탁됐다.
또 차관급 인사 일부도 발표됐다.
어디로 보나 새로운 면모는 없고, 대통령이 아끼는 사람들을 돌려 막은 ‘찔끔 개각’에,
총선 패배 이후 제기된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쇄신해야 한다는 요구를 무시한 ‘오만 개각’이다.
청와대가 발표한 개각 사유를 보면 이들 후보자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개각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측근 챙기기’로 보인다.
조 후보자는 인수위에서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고, 곧 이어 현 정부의 첫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장관에서 경질된 후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하다가
지난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지역구 후보 공천에 뛰어들어 패배했다.
그리고 다시 문체부 장관으로 내정된 것이다.
조 후보자가 이 과정에서 유독 뛰어난 능력이나 전문성을 보여준 것은 없다.
대통령과 가깝다고는 하나 현 정부의 정책운용에서 독특한 역할을 한 흔적도 없다.
그러니 회전문 인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함께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는 이런 면모가 더 역력하다.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정황근 농촌진흥청장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고,
박경호 국민권익위 부위원장도 검찰 출신으로 청와대 핵심인사와 친분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는 사람만 쓴다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여전히 현 정부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임이 재확인된 것이다.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제기한 탕평·균형·능력·소외계층 배려 인사의 흔적도 없다.
장관급 후보자들은 모두 강남이나 영남 출신이고, 사회생활의 출발을 관료사회에서 시작한 사람들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내외의 의혹이 집중되었던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재산 문제와 관련해 특별감찰을 받고 있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우 수석은 이번 개각에서도 후보자들의 검증을 주도했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국가보훈처장을 맡으면서 온갖 구설에 올랐던 박승춘 처장도 살아남았다.
사드 도입을 결정해 난맥상과 사회 혼란을 불러온 안보 라인도 유임됐다.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더라도 총선에서의 보기 드문 결과를 받아든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눈치를 보는 시늉이라도 해야 맞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는 자신에 대한 충성심 이외에는 어떤 것도 눈여겨 볼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이런 오만과 오기야말로 레임덕을 부르는 가장 빠른 길임을 박 대통령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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