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올해 초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에 대해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비판을 했다고 한다.
김무성 의원에게 한 마디 하자면,
악마는 그렇게 한가한 존재가 아니다.
악마가 뭐 할 일이 없어서 연간 고작 90억 원이 드는 작은 사업에 대고 속닥대겠나?
서울시가 3일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했다.
대상자 3,000명을 최종 선정하고 이들 중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 첫 활동비 50만 원을 지급한 것이다.
그 동안 복지부의 태클에 최대한 협조적 태도를 보여 왔던 서울시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모양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즉각 시정명령을 내렸고 서울시에게 이행 결과를 4일 오전 9시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또 복지부는 서울시가 시정명령을 기간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청년활동지원사업 대상자 결정에 대해 취소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복지부는 이미 지급된 수당마저도 서울시가 다시 환수해야 한다고 열을 올린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 부서 이름이 왜 ‘복지부’인가?
‘복지반대부’가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청년수당은 매우 엄격한 선별복지 제도
사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제도는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일이 전혀 아니다.
이 제도는 보수 진영이 그토록 증오하는 보편적 복지 제도가 아니다.
또 거대한 예산이 드는 기본소득 제도도 아니다.
이건 그냥 하나의 의미 있는(하지만 간소한) 실험일 뿐이다.
1,000만 시민의 수장이 이 정도 복지 실험도 못한다면 그걸 지방자치라고 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이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이름이 비슷해서 그렇지, 두 제도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일종의 기본소득 제도다.
특정한 연령대에 이른 청년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정액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강력한 보편복지 제도이고 변형된 기본소득 제도다.
하지만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전혀 다른 제도다.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엄격한 심사에 의해 선별되기 때문이다.
선별 조건도 까다롭다.
서울시는 우선 청년들로부터 받은 신청서(활동계획서)를 통해 정성평가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원 동기, 활동 목표, 활동 계획 등이 세세히 평가됐다.
이후 정량평가가 이어졌다.
가구소득과 미취업 기간이 각각 50%의 비중으로 반영됐고, 부양가족 숫자로 가점을 부여했다.
이런 세세한 평가를 통해 선별된 청년 숫자가 고작 3,000명이다.
매월 50만 원씩 6개월 동안 수당이 지급되니 한 명 당 필요한 예산은 300만 원이다.
1년에 드는 총예산도 90억 원이다.
악마가 아무리 한가해도 이런 소소한 복지 정책에까지 ‘유혹의 속삭임’ 같은 고급 기술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청년수당 제도의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보편복지 하자고 할 때마다
“보편복지를 하면 부자도 수혜를 입으므로 안 된다”고 반대한 게 보수 진영이었다.
그런데 청년수당은 서울 청년들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들을 선별해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해 주겠다는 정책이다.
그리고 이는 아주 기본적인 선별복지 정책이다.
사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 문제는 바로 수혜 대상자 숫자가 너무 적고 선별 기준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허접한 사회안전망을 고려해보면 대상자가 3,000명에 머문 이번 정책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서울시가 “아깝게 탈락한 청년들이 너무 많아 대상자를 더 넓히려고까지 생각했다”고
아쉬워 한 대목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박원순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숨은 명분도 우습기 짝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90억 원짜리 사업으로 박 시장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은 거의 없다.
오히려 대권주자로만 보면 이번 사업은 박 시장에게 모험에 가깝다.
수혜자가 3만 명도 아니고 고작 3,000명이다.
박 시장에게 감사하는 청년 숫자보다 수혜를 입지 못해 억울해 할 청년 숫자가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이 정책을 불도저처럼 반대하고 나섰다.
이유가 고작 절차적 문제와 사회보장기본법 위반이라는데,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그동안 서울시는 청년수당 제도를 정부와의 협의 아래 추진하기 위해 시기도 계속 늦춰왔고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했다.
그 자리를 무작정 박차고 나간 것은 복지부다.
차라리 “우리는 그냥 박원순이 싫어요”라고 솔직히 말하는 게 국민들을 이해시키기 훨씬 더 쉬울 것이다.
복지 실험도 못하게 하는 게 무슨 국가인가?
사실 이번 청년수당 제도는 청년 복지의 현실을 해결할 단초를 마련하는 실험 정도로만 평가하는 게 적당하다.
3,000명에 대한 소득 보전으로 서울시 청년의 삶이 확 뒤바뀔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이번 제도를 통해 수당을 받은 청년들의 삶이
6개월 동안 어떻게 바뀌는지를 관찰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지방교부세 삭감 시행령 통과 규탄 및 제대로 된 청년정책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에 치여 제대로 된 취업 준비도 못하는 청년들이
월 50만 원의 소득만으로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실험적 의미에서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3,000명을 3만 명으로, 3만 명을 전체 청년(기본소득 개념)으로 확대할 수 있다.
만약 반대로 월 50만 원의 소득이 청년들의 삶을 전혀 바꾸지 못했다면, 새로운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돈으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문제였는지, 아니면 제공하는 소득의 액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는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
또 중앙정부가 예산 문제로 나서지 못하는 일을 지방정부가 대행했을 때
어떤 실질적 변화가 생기는지도 연구해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라고 만든 제도가 바로 지방자치제도다.
그런데 한 나라의 복지를 총괄하는 복지부가 이런 실험조차 못하게 막는다.
그러면 무엇을 근거로 청년 복지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설마 “청년들은 빚이 있어야 파이팅 정신이 생긴다”는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철학을 근거로
복지 정책을 마련할 셈인가?
그게 아니라면 복지부가 서울시의 이 실험을 막아야 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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