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 주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국 운영에 나선다.
대통령의 여름휴가가 이렇게 관심을 끄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13년부터 매년 휴가 직후에
청와대 비서진 또는 정부부처 장관에 대한 개각을 단행함으로써 이런 현상을 만들어왔다.
특히 이번에는 ‘리틀 김기춘’ 혹은 ‘실세 중의 실세’로 불리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 및 해임 요구가 거센 상황이라 더욱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그간 세월호 참사, 사드 배치 등의 주요한 국정 현안에서 독선과 불통의 자세를 보여온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휴가 직후 어떤 메시지를 정치권과 국민에게 던질 것인가?
임기 말 ‘레임덕’ 방지를 위해 내부 단속 및 철권 정치의 길로 가닥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소통과 협치를 통한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것인가?
31일 여권의 한 관계자는 우병우 수석 논란과 무관하게 환경부 등 4~6개 부처에 대한
중폭의 개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의 선택은 안타깝게도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고위 공직자 임명에 앞서
대상자의 재산, 병역, 비리 여부, 업무 수행 능력 등을 검증하는 자리이다.
국민의 눈높이와 엄중중립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자리인 것이다.
그런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자신과 지연, 학연, 근무연으로 얽힌 검사들을 조직의 주요 보직에 포진시키며
공식적인 경로보다는 사정과 대통령 직보를 통해 인맥관리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우병우 수석의 이런 업무처리 방식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여 왔으며
우 수석은 대통령의 든든한 뒷배를 업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고위간부, 재경 지검장, 국정원 등의 주요 보직에
‘우병우 사단’으로 불리는 검사들을 중용해왔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우 수석에 대한 심사가 곱지 않은 것은 이런 연유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우 수석에 대한 수사를 특별감찰로 진행하겠다고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특별감찰은 제기된 의혹 중 일부만 조사할 수 있으며
계좌 추적이나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권이 없어 우 수석이 모른다고 버틸 경우 달리 방법이 없다.
또한 기소권이 없어 범죄 혐의가 확인되어도 다시 검찰로 수사가 넘어가게 되어 있다.
더욱이 특별감찰의 수장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과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을 뿐 아니라
우 수석 체제에서 발탁된 인물이다.
애초에 공정한 수사가 진행되기 어려운 구조라면 우병우 수석에 대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은 마땅히 필요한 일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에 7명 이상이 우병우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력의 정점에서 인사, 사정, 모든 권력을 전횡했고, 심지어 비서실장까지 무력화시킨
장본인인 우병우 수석과 정부의 권력기관 도처에 널린 ‘우병우 사단’에 대한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인 셈이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이제 ‘우병우 사단’이 망국의 상징이자 무능한 정치의 상징인 십상시가 될 것인지 아닌지는 박 대통령의 심중에 달려 있다.
특정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고 주무르는 일은 대통령이 그 세력을 이용해
국가권력 위에 서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라면 가장 먼저 엄단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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