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2016-02-19 19:38:32
지난해 11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경찰 물대포를 맞고
위중한 상태에 놓인 농민 백남기 씨 부인과 딸의 모습
ⓒ양지웅 기자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농민 백남기(68)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맨 지 100일.
하지만 정부와 경찰은 아직도 단 한 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백씨의 가족들은 병상을 지키면서도 계속 거리로 나와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백씨의 막내 딸 민주화씨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통해
“아빠. 세상이 왜 이렇게 무력하지. 왜 이렇게 할수있는게 없지?
그래서 기를쓰고 정치를 하려고 하나봐. 결국 권력이라는건 권력을 쥐어준 자를 무력하게 만드는 힘이란걸…
당하고도 우리가 실수를 반복하는건 그 무력함에 익숙해져간다는 뜻이겠지. 무섭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민주화씨는 “슬퍼하기도 모자랄 이시간에 지난 시간만큼 더 강해져야하는 우리가족들이
안쓰럽지만 많은 분들이 추운날씨에도 함께 해주시기에 우린 오늘도 희망을 얘기해”라며
“아빠는 편히 쉬어요. 기도속에서 함께할게요. 고맙고 사랑해”라고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남기기도 했다.
백씨의 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가 바라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경찰 등 정부의 사과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정부는 백씨가 쓰러졌던 당시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을 오히려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며 과잉진압이 정당했다고 강변했다.
또 책임자 문책은커녕 오히려 민중총궐기 진압을 지휘했던 경찰 등 책임자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백남기 농민 쾌유 등을 염원하는 도보순례단이 11일 기자회견 뒤 5·18민주광장을 출발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이에 가족들 뿐만 아니라 병상에 있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바라고 국가폭력을 규탄하는
농민과 시민들의 목소리와 발걸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백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는
매일같이 ‘경찰 과잉 진압 규탄 및 부상농민 쾌유 기원’ 집회가 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야당 인사들도 병원을 찾아 위로하는 등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또 백씨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도보순례단을 구성해
지난 11일부터 보성을 시작으로 전국 도보순례에 나서고 있다.
도보순례단은 화순과 광주, 장성, 고창, 정읍, 김제, 전주, 익산, 논산을 거쳐 20일 대전에 도착한다.
백씨가 국가폭력에 쓰러진 지 100일째 되는 날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6시
대전 시청 북문 소녀상 공원에서는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 100일 문화제’가 열린다.
민주화씨는 19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저희 가족도 (문화제에) 참석한다고 해요. 여러분들의 연대가 힘입니다. 매일이 감동입니다”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문화제에서 가족을 대표해 큰 딸 도라지씨가 발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