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양국 정부가 합의한 내용인 만큼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 합의는 내용적으로도 절차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완전한 무효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가 분명한 사안이다.
일제강점시기 조선의 어린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가 성노예로 만들었던 범죄행위다.
이 문제의 해법은 일본 정부가 범죄행위에 대한 직접적,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국가배상을 하는 것이다.
이외의 그 어떤 행위도 본질을 가리는 행위일 뿐 해법이 될 수 없다.
예컨대 살인죄를 저지른 범인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와 돈 다발을 들고 온다고 해서
그의 죄가 사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한일간 합의에서 일본 정부는 법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연히 국가배상은 없었다. 10억엔은 단순한 위로금일 뿐이다.
절차적으로도 이번 합의는 무효다.
한일 정부는 이번 합의의 발표문이 조약인지 아닌지 밝혀야 한다.
정식 조약이라면 양국간 합의내용이 담긴 정식 문서가 존재해야 하며
그 조약이 국내에서 효력을 갖기 위해선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합의는 무효다.
지금까지 양국 정부는 외교장관의 발표만 했을 뿐 문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만약 정식 조약이 아닌 단순한 구두 약속, 즉 신사협정 수준이라면 그 어떤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당연히 일본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양국 정부는 이번 합의에 대해 불가역적이고 최종적 타결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1965년 한일협정에서 한국 정부는 ‘청구권 소멸’에 동의했다.
일본의 강점시기 불법적 행위에 대한 일체의 청구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양국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것이 한일협정을 위배한 것이 된다.
역사의 공간에서 불가역이란 없다.
일본의 1900년대 범죄행위에 대해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것은
그 자체로 말이 안 될뿐더러 가능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역사란 과거의 문제를 현세에 반추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겨 그 교훈을 찾는 것이다.
왜 독일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박물관으로 남겨 교훈으로 삼겠는가.
일각에서 양국 정부가 합의한 내용이니 이제 받아들이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설득하자고 한다.
국론을 통일시키고 현실적으로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이제 이 문제를 이쯤에서 덮자고도 한다.
이같은 주장은 되레 현실을 무시하는 주장이다.
이번 합의로 국론이 통일되지도 않을뿐더러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일본의 법적책임을 회피하는 합의를 받아들이라는 것 자체가 폭력에 다름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이번 합의의 내용적, 절차적, 역사적 문제를 인정하고
합의 자체를 무효화 하는 것이 가장 실현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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