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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만세" vs "전두환 만세"..고려대 '대자보 전쟁'

또바기1957 2015. 12. 12. 22:03

"김일성 만세" vs "전두환 만세"..고려대 '대자보 전쟁'

"표현의 자유 존중해야", "자유도 상식선에서" 주장 대립

머니투데이 | 김종훈 기자 | 입력 2015.12.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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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표현의 자유 존중해야", "자유도 상식선에서" 주장 대립]

     

    고려대 캠퍼스에서 김수영 시인의 유작 '김일성 만세'를 둘러싸고 '대자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면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과

    '적어도 상식적인 기준은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문계캠퍼스에는 '김일성 만세',

    '독재자의 딸'이라는 제목이 붙은 대자보 10여개가 게시돼 있었다.

    해당 대자보의 게시자들은 김수영 시인이 4·19혁명이 일어난

    1960년 완성한 작품 '김일성 만세'를 그대로 옮기거나 패러디했다.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문계캠퍼스에 '김일성 만세', '독재자의 딸'이라는 제목이 붙은 대자보 10여개가 게시돼 있다./ 사진=도민선 기자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문계캠퍼스에 '김일성 만세', '독재자의 딸'이라는

    제목이 붙은 대자보 10여개가 게시돼 있다./ 사진=도민선 기자

     

    이중 '독재자의 딸'이라는 대자보는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 한국 표현의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경찰과 검찰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게시자들은 자신의 소속 학과, 학번, 실명까지 기재해 놨다.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문계캠퍼스에 '전두환 만세', '이것도 표현의 자유?'라는 제목이 붙은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도민선 기자<br>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문계캠퍼스에 '전두환 만세', '이것도 표현의 자유?'라는

    제목이 붙은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도민선 기자<br>

     

    이에 맞서 '전두환 만세', '이것도 표현의 자유?' 등의 제목이 붙은 대자보도 눈에 띄었다.

    이 대자보의 게시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 하더라도 상식에 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만세' 대자보의 게시자는 '김일성 만세'를 비틀어 자신의 주장을 표현했다.

    이 대자보에는 "'전두환 만세.' 한국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 자유라고 모두가 우겨대니 나는 웃음이 올 수밖에"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도 표현의 자유' 대자보에는 "독일·러시아에서는 하켄크로이츠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사람들에겐 말할 권리도 있고 들을 권리도 있으니 상식적인 선을 지키자"는 당부의 글이 담겨 있었다.

     

    고려대 재학생·졸업생들은 '대자보 전쟁'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고려대 사범대 12학번 조모씨(22·여)는 "'김일성 만세' 대자보가 체제를 전복할 만한 위협이냐"

    "다양성이 도태되는 시점에 진짜 민주주의가 발현되는 모습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60번 학번 졸업생 김모씨(78)는 "모교에 김일성을 찬양하는 대자보가 걸려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후배들이 대단하다" "뭐라고 말하든 괜찮은 것이 언론의 자유"라고 밝혔다.

     

    반면 07학번 졸업생 김모씨(27)는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행사돼야 하는 것"이라며

    "자기가 말하고 싶다는 이유 만으로 듣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내뱉는 발언은 일종의 공해"라고 비판했다.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문계캠퍼스에 '김일성 만세', '독재자의 딸'이라는 제목이 붙은 대자보 10여개가 게시돼 있다./ 사진=도민선 기자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문계캠퍼스에 '김일성 만세', '독재자의 딸'이라는

    제목이 붙은 대자보 10여개가 게시돼 있다./ 사진=도민선 기자

     

    이같은 논쟁은 최근 경찰의 제2차 민중총궐기 집회 불허 방침과 정부·여당의 복면금지법 추진 등으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면서 불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0월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한국의 인터넷 자유 지수가

    3년 연속 악화됐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자조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당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지수는 34점으로, 2013년 32점, 지난해 33점으로

    인터넷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가 높을수록 언론·인터넷 자유가 억압받고 있음을 뜻한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