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자 여러분. 뉴스룸 앵커브리핑입니다.
YS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내가 YS의 오른팔"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YS는 그들 중 한 명을 청와대로 불러들였습니다.
[니가 내 오른팔인 거 맞다. 근데, 니 내가 왼손잡이인 거 아나?]
이미 아셨겠지만, 개그맨 배칠수 씨가 도움을 주셨습니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1993년 막 당선된 대통령을 우스개 소재로 삼은
'YS는 못말려'라는 책에 담긴 콩트 중 하나였습니다.
아, 그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왼손이 아니라 오른손잡이입니다.
이야기는 그저 한 편의 콩트에 불과하지만,
그 시대의 '정치 풍토'가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른팔을 용납하지 않는 양김의 '총재 정치',
즉 '보스 정치'도 그중 하나일 겁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YS와 DJ로 대표되는 '양김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양김의 '보스 정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총선이 다가오면, 지금도 정치권에선 양김시대가 회자되곤 합니다.
총재 혼자서 지역구 의원 240명을 모두 전략공천하던 시절 말입니다.
모든 권한을 한 사람이 쥐고 있던 시절이었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곤 합니다.
"차라리 그때가 좋았지."
사람들은, 양김 시대의 가장 짙은 그림자가
보스정치가 낳은 패거리 문화와 지역주의라고 말합니다.
그때가 옳지 않았다고 기억하면서도, 양김의 향수에 젖는 건 왜일까요?
아마도 현실의 결핍 때문이겠지요.
"지금 야당은 프랜차이즈 정당"
당명이란 간판을 공유할 뿐, 자기 이익을 위해 지분을 나눠먹고 각자도생하는, 프랜차이즈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입니다.
앞장서고 희생하는 리더도 드물고, 자신의 손으로 뽑은 리더조차 인정하지 않는, 미숙한 시스템과 사람들.
그래서 양김 시대는 우리에게 늘 이율배반으로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의 폐해를 알면서도, 차라리 그 때가…하는 모순이지요.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이율배반이 있습니다.
어젯(22일)밤, 한 방송사는 개그 프로 대신 영화를 편성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서거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YS가 이 소식을 들었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우째 이런 일이!]
대통령이 기꺼이 개그와 풍자의 소재가 되고,
'YS는 못말려'와 같은 책이 수십 만 권씩 팔리던 때가 또한 그때였으니까요.
그때가 22년 전의 일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