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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커피병과 선생님'

또바기1957 2015. 10. 14. 11:49

앵커브리핑] '커피병과 선생님'
영상뉴스입니다.영상뉴스입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으로 이어갑니다.

"커피병과 선생님"

저의 초등학교 시절의 어느 담임선생님은 점심시간이 되면 커다란 빈 커피병을 들고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셨습니다. 뭐 좀 부끄러운 얘기입니다만, 아이들의 반찬을 조금씩 담아가셨지요. 어린 우리들은 본의 아니게 십시일반을 해드린 셈이 됐고요.

자연히 좀 잘 사는 아이들의 반찬을 담아가시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결과적으로는 그 선생님만의 방법으로 경제정의를 실천하셨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모두가 참으로 어렵게 살던 60년대 중반의 얘기였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은 이른바 먹방, 쿡방의 시대입니다. '음식 관음증'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누군가 먹성 좋게 음식을 먹는 장면만으로도 사람들 입길에 오르는 세상이 됐습니다.

이러한 먹방, 쿡방은 영국의 유명 스타 쉐프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유럽 등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곳에선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시작된 유행이라고 합니다.

먹는다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 나아가 사회의 수준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도 언제부턴가 풍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풍요로운 식탁보를 한꺼풀만 들춰보면 전혀 다른 세상도 존재합니다. 50년 전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앞서 저희 JTBC 취재진이 입수한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급식 사진을 보여드렸습니다.

비슷한 예산으로 짜인 급식이었지만 내용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같은 값으로 명품 급식을 만드는 학교가 있었는가 하면 너무나 부실해서 먹는 것보다 버려지는 것이 더 많은 급식도 있었지요.

먹방과 쿡방을 즐겨보는 학생들은 끼니를 편의점이나 분식점에서 대충 때우고 있었고 부실한 학교 급식에 화가 난 학부모들은 아이들 손에 직접 주먹밥을 쥐어주기에 이르렀습니다.

"커피병과 선생님"

어렸을 적 우리들이 본의 아니게 십시일반 해드렸던 그때의 가난했던 선생님이 차라리 애틋하게 다가오는 건 사실 바람직하지 않은 퇴행입니다.

오늘(13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html/714/NB110597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