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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50m서 빠져나오느라 '탈진'‥전쟁통 방불>

또바기1957 2012. 8. 27. 19:49

<지하 50m서 빠져나오느라 '탈진'‥전쟁통 방불>

순식간에 연기 피어올라‥화재 발생 몇 분 후 암흑천지

안내방송ㆍ대피안내 요원도 없어 우왕좌왕 기어서 탈출

연합뉴스 | 차근호 | 입력 2012.08.27 18:21 | 수정 2012.08.27 18:30

 

순식간에 연기 피어올라‥화재 발생 몇 분 후 암흑천지
안내방송ㆍ대피안내 요원도 없어 우왕좌왕 기어서 탈출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갑자기 전동차 쪽에서 연기가 치솟자 여기저기서 비명과 함께

먼저 탈출하려는 승객들이 뒤엉키면서 한순간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27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대티역 화재 현장에서 생사를 건 탈출에 성공한 승객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저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찔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승객들은 "화재 직후 연기를 피해 대피하는 승객들로 역사는 전쟁통이나 다름없었다"고 전했다.

사고 열차에 타고 있었던 승객들은 열차가 대티역에 거의 정차할 무렵 '펑'하는 큰 소리와 함께

불길과 화염이 지하통로 천정 쪽으로 치솟았다고 말했다.

불이 난 객차에 탔던 배진수(74)씨는

"열차가 대티역에 도착하면서 '펑'하는 소리가 5∼6번 연속적으로 울렸다.

그 와중에 문이 열리고 불길이 보이자 사람들이 출입문으로 몰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배씨는 "연기가 순식간에 피어올라 앞이 안 보였고,

안내하는 사람도 없어 승객들은 우왕좌왕했다"고 말했다.

사고 열차의 맞은 편 선로 열차에 타고 있던 김상경(57)씨는

"건너편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빨리 현장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마침 우리 쪽 차 열차에는 불이 켜져 있어 타고 나갈 생각에 열차를 다시 탔는데

갑자기 정전이 됐고 다시 내려 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연기를 많이 마셨다"고 전했다.

박은비(19ㆍ여)씨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에서 사람들이 서로 밀려 넘어지고 노약자들은 끼어들 엄두도 못냈다"

"심지어 대합실 쪽으로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 사람들이 올라탔고,

일부는 넘어지면서 다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티역은 사고가 발생하고 몇 분도 안 돼

정전으로 암흑천지가 돼 승객들은 더 공포에 떨어야 했다.

김경자(55ㆍ여)씨는

"처음에는 에스컬레이터도 움직였는데 승객들이 3분의 1쯤 대피했을 때 역사가 완전히 깜깜해졌다.

깜깜한 어둠 속에 엉금엉금 기면서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올라와야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승객은

"사고가 났는데 대피 안내방송이라도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대피요원은 찾아볼 수 없고 사람들이 모두 불이 난 화재 반대편으로 몰리면서

다치는 사람이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티역은 특히 부산도시철도역 가운데 두 번째로 깊어

대피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이 사람들이 연기를 마셨다.

대티역은 화재 발생지점에서 길이 20m의 에스컬레이터를 탄 뒤

10m의 계단 두 번과 20m의 계단을 마지막으로 거치는 등

50여m의 계단을 올라야 지상으로 나올 수 있는 구조다.

한 승객은 "연기를 피해 역사 계단을 기어올라오는데 너무 멀었다.

계단을 오르는 과정에 탈진해 머리가 핑 돌았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