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유발자들, “싸움꾼들을 요직에 포진시켜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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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고 한다. 남과 북은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보수 논객과 보수 언론은 이미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
꽁꽁 파묻은 줄로만 알았던 ‘전쟁’이라는 단어가 한반도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5월24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걸어 나온 때부터다.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강경했다.
5월25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군에 ‘전투태세 돌입’을 명령했다는 기사가 일제히 보도됐다.
우리 군은 5월24일 라디오 심리방송과 전단을 날려 보내는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무력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5월26일 경기도 양평에서 육군 7군단이 한국전쟁 당시 미군과 프랑스군이 중공군을 격파한 ‘지평리 전투’를 재현했다.
5월27일에는 서해 해상에서 해군 2함대가 대잠수함 폭뢰투하 훈련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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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북 확성기 방송’은 마주 달리는 기차와 같다.
군이 군사분계선 근처에 확성기를 다시 세우겠다고 하자,
북한 측은 “확성기를 세우면 직접 조준 격파 사격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김태영 국방장관은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맞받았다.
현재 남한과 북한 모두 브레이크가 없어 충돌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긴장은 점점 고조되고 국민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5월27일 서울광장에서 보수 단체 회원들이 군복을 입고 나와 ‘전쟁’과 ‘응징’을 부르짖었다.
“미친 개 김정일을 몽둥이로 때려잡자” “젊은이가 망친 나라 노인이 구한다”라는 구호가 계속 나왔다.
경찰은 이 행사의 숨은 조력자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제여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어도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집회로 볼 수만은 없다”라고 말했다.
남과 북 사이에 냉정은 없고, 냉전만 흐르고 있다. 특히 보수 논객과 보수 언론은 거침없는 북풍몰이에 나섰다.
전쟁을 하자는 ‘전쟁 유발자들’도 적지 않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46+1의 희생은 하늘이 MB에게 준 선물이다”라며
‘김정일을 골로 보내고 한국도 핵무장을 하자’고 나섰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싸움꾼들을 요직에 포진시켜야 한다.
침략당했을 때의 응징 전쟁을 안 하는 존재는 국가도, 정부도, 국민도, 인간도 아니다” 라고 선동했다.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는 보수 논객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미 전쟁을 수행하는 것 같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긴장의 강도가 조금씩 고조되는 것이 보인다.
5월24일 중앙일보는 “만약 북한이 도발해도 국민이 3일만 참아주면 북한의 핵심 목표를 폭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라는
칼럼을 실었다(26쪽 인터뷰 기사 참조). 5월25일 문화일보는 “1km 앞에 북 초소… 사격준비 이상 무!”라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5월26일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 메인 화면에 조선일보 기사가 떴다.
“북, 천안함 공격 특수 임무조 6명 영웅 칭호.” 특종이다. 청와대·국정원·국방부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출처도 없고, 뒷받침할 근거도 없다.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의 말뿐이다.
하 대표는 <시사IN>과 전화통화에서 “(북측이 임무조에게) 공개적으로 상을 준 것이 아니라 비밀리에 주었다.
소스는 밝힐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천안함 공격을 전면 부인한다.
그런데 훈장을 내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5월27일 조선일보는 정진석 추기경 인터뷰를 실었다. 제목은 ‘역사는 말합니다…자신을 지킬 능력 없으면 평화도 없다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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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안희태 5월27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보수 단체 회원들이 군복을 입고 나와 북한 응징 촉구 국민대회를 열었다. |
군 장성 “초등학생 싸움시키나”
조선·동아일보는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때리기’도 거침없다.
“중국은 망나니 북한 후견인” “중국, 한·미와 대결하겠다는 거냐”…. 공격적인 내용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한 군 장성은 “보수 언론은 ‘누가 이기냐’라며 초등학생에게 싸움시키는 골목대장 같다.
안 싸우면 비겁한 사람으로 몰고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태성 MBC 논설위원은 5월25일 라디오에서 “(몇몇 보수 신문이) 노골적으로 전쟁을 부추기는 게 이게 정말 속마음인지,
아니면 선거용인지, 제대로 된 언론인지 묻고 싶다. 마치 1970~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의
신문을 다시 펼쳐 든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전쟁을 염려하는 목소리를 내면 ‘빨갱이’라는 말이 바로 나온다.
‘북으로 가라’식의 비난이 쏟아진다.
5월24일 동아일보는 “천안함 발표 못 믿겠다니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가”라고 1면에 적었다.
국방부는 ‘한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천안함의 항적·교신기록을 미국은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과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한
신상철 민·군 합동조사단 위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지검 공안부는 신속하게 수사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이 졸지에 공안 사범이 된 것이다.
‘합참 고위 관계자들이 천안함 분리 장면을 담은 TOD, 열상감시장비 동영상을 봤다’고 주장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과 ‘천안함 발표를 전혀 믿을 수 없었다’고 한 도올 김용옥씨에 대해서는
서울지검 형사1부가 수사를 시작했다. 자신들과 다른 의견은 아예 말살하려는 마녀사냥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고 한다.
남북의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시민들 사이에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시민 사이에는 전쟁이 난다는 문자가 퍼지고 있고, 쌀·라면 등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 속에 5월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연 국민원로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이번 정부의 대처를 높이 평가하며 A학점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남조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국격 높은 담화 발표를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다”라고 칭찬했다.
국민들의 긴장을 덜어줄 요량인지 이명박 대통령과 원로들은 시종일관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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