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자료](19)/˚♡。─-국외관광

[스크랩] 신의 웃음

또바기1957 2008. 6. 24. 00:07

올해 15세 된 이규희라는 어린 무녀를 그녀가 9세 때 만난 일이 있었다. 

요즘 어린이들이 무녀가 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되는데, 

어린이의 내림굿 장면을 직접 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한창 내림굿이 진행될 때, 소녀의 어머니도 어린 딸을 위해 춤을 추고 있었다. 

어머니의 춤이 끝나고 주인공의 차례가 되었다. 

어린 소녀가 수줍어하며 무복을 곱게 차려입고 

장구와 제금에 맞춰 천천히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음률이 빨라지자 이른바 신이 올라 모둠발로 뛰는 것이 아닌가.


신이 올라 춤을 추는 소녀의 표정은 환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보통 신이 올라 춤을 출 때에는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붉어지거나 아니면 

표정이 굳어지고 긴장되는 경우가 예사인데, 이 소녀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한참 신이 올라 춤을 추더니 오늘 꼭두새벽에 

그렸다는 부적을 꺼내어 손님들에게 나눠 준다. 

무녀인 소녀의 어머니가, 
"나는 안 주느냐?"고 하자, 그중 하나를 골라 준다. 

그러니까 이 소녀는 무녀인 어머니의 대를 이은 셈이다. 


이 부적은 꿈에 할아버지가 나타나더니. 
"어서 일어나 세수하고 발 씻고, 부적을 그려 

내림굿을 한 다음 손님들에게 나눠줘라."고 해서 이른 새벽에 그렸다는 것이다. 


재수가 좋아지는 부적, 

부부간의 금실이 좋아지는 부적, 

병이 낫는 부적 등 그 손님들의 실정에 맞게 골라 준다. 

 

이곳저곳에서 손님들은 자기 속사정을 너무 잘 알아낸다고 감탄한다. 

소녀는 내림굿을 하고, 첫 번 공수를 말로 하지 않고 부적으로 한 셈이다. 

이렇게 첫 번째 공수를 부적으로 하는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어째서 이 어린 소녀는 내림굿을 하면서 웃음을 띤 만족한 표정이었을까.
3남매 중 막내딸인 소녀는 그때 22세 된 언니가 있고, 18세 된 오빠가 있었다. 
소녀를 임신했을 때 어머니는 유산시키려고 병원에 두 번이나 갔었다. 

그때마다 두려운 생각이 들어 수술을 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고 한다. 


이 아기를 임신한 후부터 어머니는 산이나 절을 찾아가게 되었고, 

어떤 때는 절에 가서 며칠씩 기도를 하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결국 소녀의 어머니는 소녀를 임신하면서부터 무기가 있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아기를 출산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소녀는 죽은 아이로 태어나  

30분이 지나서야 살아났다고 한다. 

소녀의 어머니는 아기를 낳고서도 계속 절에 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목욕을 시키고 젖을 먹인 다음에 보니 

어린아이가 육갑을 짚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닌가.


소녀의 어머니는 23세에 결혼했으나 남편이 싫었다. 

어떤 때는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그러자 남편은 자연 외박이 잦았고, 

아내가 너무 싫어지니까 자살하려고 약까지 먹었던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소녀의 어머니는 6년 전 오빠가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죽어버리자 

신이 올라 신당을 차리고 무녀가 되었다. 
그런데 이때 소녀는 어머니보다 더 영검했다. 

5세 된 어린이가, "오늘은 손님이 온다"느니, "돈이 얼마나 생긴다."느니, 

"외출을 하지 마라."느니, 하며 어머니의 일과를 알아내었다. 


소녀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오늘 손님은 몇 시쯤 오니까 나가지 말고 기다려라."라고 하고, 

또 어떤 손님은 어머니가 점을 봐주는 것을 밀어내고 자기가 봐주는 일도 있었다. 


어머니의 말을 빌리면 자기보다 딸의 손님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일이 었어 이로 인해 모녀간의 싸움이 잦다고 한다. 

그것은 어머니가 모시고 있는 신을 자기에게 양보하라고 해서, 

어머니는 화가 나게 되고, 딸은 어머니가 신을 물려주지 않으니까 

화가 나서 싸우는 것이다. 말하자면 신을 놓고 모녀가 시셈을 하는 것이다. 


소녀의 말에 의하면, 어머니가 자신을 가장 기쁘게 해줄 때는 

신을 하나씩 물려주는 행위라고 한다. 

어머니는 딸의 말을 듣지 않으며 시름시름 앓거나 재수가 막혀 버리므로 

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 한다. 


내림굿을 하기 전에도 어머니가 굿을 해서 밖에서 돈을 벌어오면 

모조리 달라고 해서 자기가 마음대로 분배하고, 

집에서 굿을 할 때 불려오는 무녀도 딸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딸의 말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는 병을 고치는 게 특징이며, 

그 병굿을 위해 작두를 타게 될 때도 딸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무서워 작두를 못 탄다고 한다. 

 

보통 굿을 할 때도 어머니는 어린 딸의 옷을 허리에 차거나 

손에 들어야만 제대로 풀린다고 한다. 

더구나 딸이 내림굿을 한 뒤로 어머니는 대부분 딸의 지시를 받는 형편이다. 


소녀에게 다른 곳에 신당을 차리고 따로 있으면 될 게 아니냐고 했더니, 

밖에서 혼자 자기가 무섭다고 한다. 

잠을 잘 때 어머니가 자신이 모시고 있는 대신 

할머니로 느껴지면 꼭 껴안고 자고, 신장으로 보일 때에는 돌아누워 잔다고 한다. 

신장은 어머니가 모시고 있는 신이기 때문에 시샘을 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또 어떤 때에는 어머니의 궁둥이를 두들겨 주며 

사랑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에는 소녀 자신이 대신 할머니가 되어 딸을 귀여워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대개 큰 굿을 하게 될 조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소녀가 아플 때에는 22세 된 친언니를 꼭 안고 자면 병이 낫는다고 한다. 

꿈에 언니가 약사부처가 되어 피같이 빨간 물약을 먹여 준다고 하는데, 

그런 다음날은 몸이 거뜬해진다는 것이다. 


18세 된 친오빠하고 잘 때에는 동자로 여겨질 때라고 한다. 

이러한 두 모녀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갈등은 어머니가 모시고 있는 

신을 모조리 물려받으려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내림굿을 한 뒤로는 어머니가 지금껏 쓰던 점상 마저 달라고 한다. 


소녀를 위해 어머니는 벌써 내림굿을 해주었어야 했는데, 

딸에게 신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늦추었던 것이다. 

그렇게도 내림굿을 하고 신을 모시고 싶었던 소녀가 소원을 풀고 있으니 

신이 올라 모둠발로 춤을 추는데도 기뻐서 웃음을 띤다고 볼 수 있다. 

 

그림은 억눌렸던 자기 자신이 자유를 얻은 승리의 웃음인 것이다. 
새해 들어 소녀는 중학교 2학년이 된다. 

그런데 학교에 가면 굿하는 장구, 바라, 피리, 북소리 등이 

귀에 쟁쟁하게 울려오며 학생들의 점을 쳐주고 싶은 생각이 나서 

공부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공부시간에도 굿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면(환청)

하늘에 붕 떠 있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학교에는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소녀는 운명적으로 무녀로 태어난 것이고, 

내림굿을 할 때의 그 웃음은 무녀가 된 성취의 표현인 듯하다. 

출처 : 미황
글쓴이 : 또바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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