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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영화 1987과 경찰의 반성

또바기1957 2018. 1. 9. 17:41

[데스크칼럼] 영화 1987과 경찰의 반성
고희철 보도국장
발행 2018-01-08 20:49:09
수정 2018-01-08 23:33:27


영화 ‘1987’은 폭력화한 공권력을 다뤘다.

당시 독재의 최말단, 최일선에 선 것은 경찰이었다.

일부 언론은 시비하지만 경찰이 근무시간에 단체로 이 영화를 보고 성찰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경찰공무원 인권교육에서 이보다 통렬하고 시의적절한 교재가 어디 있는가.


국정농단으로 권좌에서 쫓겨나 슬기롭지 않게 감빵생활을 하는 박근혜, 최순실은

무소불위 권력도 하루아침에 날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누구라도 내일을 두려워하며 권력을 사용하게 됐다.

물론 이 경고를 잊는 권력자가 또 나온다면 박근혜, 최순실과 같거나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단죄될 것이다.


민주주의 전진 덕에 경찰도 많이 변했지만 어둠의 유산은 아직도 크다.

최근 경찰사(史)에서 두 개의 ‘흑역사’를 꼽는다면 용산참사와 백남기 선생 사망을 들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준법을 빌미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러 주권자인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다.


집을 지키려던 철거민과 쌀을 지키려던 농민을 죽인 것은 돈과 권력을 독점하려는 야욕이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경찰이 폭력의 수족으로 동원됐다.


기자는 2016년 가을 백남기 선생의 시신을

강제 부검하겠다면서 서울대병원에 몰려온 경찰을 잊을 수 없다.

시민들이 막지 않았다면 기울어가는 권력에 위기감을 느끼던 정권이

‘탁 치니 억 하더라’는 막무가내를 부렸을 수도 있다.

이미 백남기 선생에게 서울대병원은 병사라는 황당한 진단을 내리지 않았는가.

자칫 물대포 살인보다 더한 범죄가 벌어졌을 수도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의 진실이 폭로되고,

거리에 백골단의 몽둥이가 난무하며,

끝내 직격 최루탄에 이한열 열사가 숨진 해로부터 30년이 흘렀다.


그해 연말 정권교체가 수포로 돌아가고,

최근 두 정권의 퇴행이 있었으나 그래도 역사는 한 걸음 밀렸다 두 걸음 내딛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잠깐 인사를 나눈 경찰 고위간부는 1987년 이한열 열사 장례식 때 시청 옥상에서 광장을 내려봤다고 했다.

소회가 깊은 듯 했다. 많은 경찰 고위직들이 그 시절 초임 간부거나 말단 경찰이었을 것이니

요즘 감회가 새로우리라 생각된다.


혹여 세월이 거꾸로 흘러 권력의 그릇된 지시와 유혹에 마주한다면,

30년 뒤에도 자랑스러울 선택을 해주리라 믿는다.

부디 재작년 서울대병원과 같은 참담한 모습은 다시 없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