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00년중 가장 역사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서 벌어진 항복문서 사건이라 생각한다.
청나라 군대는 삼전도 앞까지 몰려왔고 조선 조정은 남한산성에 숨어 있었다.
이미 전선은 기운지 오래다.
이 상황에서 김상현으로 대변되는 척화파와 최명길로 대변되는 주화파가 맞서 싸웠다.
결국 인조는 주화파의 손을 들어 준다.
여기서 그 유명한 일화가 나온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보면 자세히 나온다.
최명길이 항복문서를 작성하자 김상헌이 이를 갈기갈기 찢으며 울부짖는다.
그러자 최명길을 찢어진 문서를 다시 이어붙이며 그 유명한 말을 한다.
“조선에는 대감처럼 항복문서를 찢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저처럼 다시 이를 이어붙이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결국 인조는 청나라 황제 홍타이지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항복을 한다.
이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 그리고 김상헌이 청으로 끌려가고
나중에는 최명길마저 끌려갔지만 조선은 그 명맥을 이었다.
김상헌은 원론주의자였고 최명길은 현실주의자였다.
만약 김상헌의 뜻대로 항복문서를 쓰지 않았다면 조선은 어찌되었을까?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없다지만 그래도 한번 생각해 봄직하다.
아마도 인조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조선은 망하고 청의 속국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의 존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선이 멸하고 청의 속국이 되었다면
한반도는 중화를 통일한 청의 변방 일부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우린 민족의 정체성을 과연 이어갈 수 있었을까?
청나라의 변방으로 250년이상을 머물다 다시 일제 강점기를 겪었을 것이고
일제 패망후에는 중국의 한 자치구로 남았을지 모른다.
삼전도의 비극은 사실 인조반정에서부터 출발한다.
광해군의 실리외교가 이어졌다면 삼전도의 비극은 없었을 수도 있다.
척화파들은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못하고 숭명배척에 빠지는 바람에 병자호란을 자초했다.
그런 상황에서 항복문서를 못쓴다고 버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국가를 책임지려면 주어진 조건하에서 결국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게 나라를 위한 길이다.
있지도 않은 힘을 드러내봐야 결국 돌아오는 건 국가적 위기일 뿐이다.
나는 조선의 이 비극적 역사에서 오늘의 현실을 읽는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북한까지 어디 하나 녹녹한 데가 없다.
청나라마냥 주인 행세하는 미국이 이미 우리 앞마당까지 와있는 형세다.
게다가 당시에는 고민할 필요도 없던 북한이란 독특한 존재가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드의 임시 배치는 주권국가로서 굴욕적일지는 모르지만
최명길의 결단만큼이나 역사를 가르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 결론을 내기까지 문재인대통령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을지를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이젠 사드 찬반은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이 한반도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걷어내고
남북이 공존하며 평화롭게 사는 길로 갈것이냐를 함께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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